전주한옥마을 미래 20년 생각하자

오피니언l승인2018.09.13l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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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재 문화교육부 부국장

2000년대 초까지 전주 한옥마을은 지금처럼 전국적 명성을 얻은 관광지가 아니었다. 밤이면 그리 밝지 않은 가로등이 켜져 있던 교동 주택가는 인적도 뜸했다는 것이 당시 그곳에 거주했던 분들의 이야기다. 성심여중고와 옆으로 이전한 중앙초등학교가 현재까지 그 곳에 남아있지만 당시 한옥마을 둘레에 있던 전주남중, 전주여상 등은 20여년 전 모두 다른 지역으로 옮겨 갔다. 1980년 초반까지 전주시 주요 상권은 팔달로 미원탑을 중심으로 동문거리와 웨딩거리에 형성됐다고 한다. 전국체육대회 개막과 충경로의 개설로 상권이 현 객사 뒤로 이동하면서 미원탑으로 상징되던 한 시대가 막을 내렸다.
동문거리를 중심으로 남아 있던 예술가들은 작업을 통해 자신과 전주의 정체성을 유지해 나갔다. 한 쪽에서는 우리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구체적으로 활동을 이어 갔다. 우리 전통에 대한 소소한 모임과 행사는 지금의 전주한옥마을을 탄생시킨 가장 귀중한 자산이었다. 한 예로 당시 그런 모임과 행사에 참여해 토론과 숙의를 거쳐 ‘산조 페스티벌’이라는 당시로서는 생소했을 축제를 연 것은 이들이었다. 
당시 기획에 관여했던 한 인사는 당시 그 자체가 즐거웠다고 회상한다. “산조페스티벌을 처음 시작하던 1999년에는 지금처럼 전주시와 전북도 등 외부 기관에서 도와주는 자금은 거의 없었다. 돈이 필요했을 수도 있지만 우리에게는 공감대가 있었다. 그냥 ‘의기투합’이었다. 과정은 힘들었을지 몰라도 그걸 고생이라고 심각히 생각하지 않았다. 뜻이 통하는 선후배들과 한 판 잘 놀자는 생각이었다. 이런 생각들이 뭉치니 못 할 것이 없었다.”
이들은 한옥마당, 한옥대청마루, 골목길에서 축제를 열었다고 한다. 자신들의 터전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즐겁고 행복하게 사는 한옥마을이 100년 후에도 지속돼야 한다는 믿음으로. 당시 한옥마을이 지니고 있는 정체성을 유지해 나가는 것이 장기적으로 전주시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물론 그런 움직임은 실패했다. 고즈넉한 한옥마을 대신 극히 상업적인 마을이 됐다. 경기전 길을 확장하고 집 수리비를 지원해주면서 개발 바람이 불었다. 돈을 벌 수 있는 환경이 행정 주도로 조성되면서 길거리에는 꼬치 음식이 대세를 이루고 현대식 상가들이 줄지어 문을 열었다. ‘먹방 투어’라는 달갑지 않은 명성을 얻은 것도 이즈음이다. 대신 마을에 살던 예술가들은 비싼 임대료 등을 이유로 전주천 다리를 건넜다. 관광객 1,000만 시대라는 훈장도 달았지만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의 수렁에 빠져들고 있다. 과도한 집값 상승은 원주민의 이주를 가져왔고 현재는 전국적인 불황으로 인한 위기감이 짙어지고 있다. 여기에 전주한옥마을 인기가 조금씩 사라지면 인사동의 위기를 그대로 답습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전주한옥마을은 외형에서는 성공했으나 내부로 들어가면 여러 문제를 안고 있다. 관광지로 개발되면서 전주한옥마을이 얻은 것과 잃은 것에 대한 평가는 전문가들의 분석과 함께 전주시 의회에서도 단골로 다뤄지고 있다.
현재 전주한옥마을에 닥친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마법은 없어 보인다. 더 많은 관광객을 끌어 들이는 것이 궁극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을지, 그렇다면 더 많은 관광객을 유인할 방법은 무엇이 있는지. 그렇다면 그 관광객들에게 쾌적하고 즐거운 관광을 제공할 인프라는 있는지 등등 끝이 없는 의문이 든다. 한편에서는 과도한 관광객 유입으로 여행 온 사람들의 만족도가 떨어지고 교통량 증가 등으로 인한 시민들의 불편도 커진다며 적절한 수준으로 관광객 수를 조절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전주한옥마을은 20년 가까이 성장해 왔고 전성기를 누리거나 누렸다. 초기부터 이곳을 둘러싼 이야기가 전문가들 사이에서 일상이었다고 한다. 개발의 당위성과 부작용에 대한 의견이 맞섰지만 아직까지는 눈부신 성과를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개발이 한 발 앞서 나갔다. 하지만 이제는 한옥마을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집단지성이 필요하다. 다시 20년 전으로 돌아가자. 재야의 전문가들로부터 자치단체까지 각자의 이익을 내려놓고 얘기하는 자리가 필요하다. 하루가 아니라 한 달이라도. “한때 사랑했던 한옥마을, 그냥 외면하기에는 너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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