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와 유족의 진술권 충분히 보장하겠다.”

34명의 사상자를 낸 군산 유흥주점 방화사건 첫 공판에서 이기선 부장판사는 이 같이 말했다. 피해자와 유족으로 채워진 법정 안은 모두가 숨죽인 가운데 자칫 싸늘했다.

13일 오전 전주지법 군산지원 제1형사부(부장판사 이기선) 심리로 현주건조물방화치사상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모(55)씨에 대한 첫 공판이 열렸다.

오른팔에 깁스를 착용한 채 법정에 들어선 이씨는 공소사실 인정 여부를 묻는 재판장의 질문에 짧게 “네”라고 답했다. 화상을 입은 얼굴에는 표정 변화 없이 덤덤한 표정으로 방청석을 쳐다보기도 했다.

국민참여재판 의사를 묻는 질문에는 “그냥 재판을 받겠다”며 거부의사를 밝혔다. 

이씨와 변호인은 검찰이 제출한 증거 169개에 대해 모두 동의했다.

이 부장판사는 피해자와 유족에 “검찰 측에 의견을 제시하면 법정에서 직접 진술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향후 진행될 재판에서 피해자와 유족들의 생생한 증언도 들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음 재판은 오는 10월 11일 오전 10시 20분 개최된다.

이씨는 지난 6월 17일 오후 9시 50분께 군산시 장미동 한 유흥주점에 불을 지르고 도주한 혐의로 기소됐다.

장모(47)씨 등 5명이 일산화탄소 중독 등으로 사망하고 29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수사 과정에서 이씨는 많은 사람이 입장한 것을 확인한 뒤 불을 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범행 직후에는 손잡이에 마대걸레를 걸어두는 방법으로 출입문을 봉쇄한 뒤 달아난 것으로 확인됐다.

이씨는 경찰 조사에서 “외상값이 10만원인데 주점 주인 A씨(56·여)가 20만원을 요구해 화가 났다”고 진술했다./권순재기자·aonglh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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