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북도가 농업 연구 및 생산 등에서 농생명 집적화 지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런데 일반에게는 농생명 연구가 생소하다. 전라북도 도민에게 역시 그렇다. 이에 전라북도농업기술원 및 시군기술센터에서 그동안 추진해 온 농생명 연구 결과를 확인했다. 도내 농생명 연구 현장에서 결과물이 농가에 확산되고 있음을 확인하고, 그 파급력이 향후 전북 농업 경쟁력을 얼마나 끌어올릴 수 있을지 예상해 본다. 해당 연구를 진행했던 연구원들에게 향후 전북 농생명 산업이 가야 할 방향도 물어 봤다./

◆연구 목적

우리나라 수박은 현재 덩치가 큰 일반수박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하지만 1~2인 가구 증가에 따라 구입과 소비가 간편하고 냉장고에도 쏙 들어가면서 음식물 쓰레기 부담이 적은 중·소과종 수박에 대한 소비자들의 요구가 점점 커지고 있다.
과거에도 중소과종 수박이 생산·유통 된 바 있지만, 품질이 일반수박에 비해 떨어지고 재배농가의 수익도 낮아 재배가 크게 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중소과종 수박에 대한 시장의 요구는 끊임없이 있었지만 제대로 된 공급은 없었던 것이다.
이러한 시장 상황과 함께 수입과일 등 대체과일의 증가에 따라 수박 소비는 크게 위축됐다.
실제 최근 10년 사이에 수박 생산량은 약 30%정도 줄었다.
이에 전라북도농업기술원에서는 수박산업의 발전을 위해 다양한 연구를 이어나가고 있다.
특히, 소비트랜드 변화에 대응해 중·소과종 수박 및 씨 없는 수박 품종개발 연구와 고품질 수박 생산 기술에 대한 연구, 그리고 수박산업 발전을 위한 기반구축을 지속적으로 추진 하고 있다.

◆전북 수박 재배현황

국내 수박 생산액(2016년)은 7,946억원으로 채소류 중에서는 5번째이고, 과채류에서는 딸기(1조3,057억원) 다음으로 비중이 높은 작물이다.
전국 수박 재배면적은 1만3,440ha이며, 이 중 전북은 1,826ha로 충남, 경남, 충북에 이어 4번째로 수박을 많이 재배하고 있다.
또한 전북 수박의 64.6%가 시설에서 재배되고 있으며, 노지재배는 35.4%인데, 전국평균과 비교했을 때 노지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노지수박은 대부분 고창, 진안, 부안에서 생산되고 있다.
수박을 가장 많이 재배하는 곳은 고창으로, 전북 전체의 51.5%를 차지하고 있으며, 진안 12.0%, 부안 9.9% 익산 9.6%순으로 많다.
그 중 특히 씨 없는 수박은 고창, 정읍 중심으로 270ha 가량 재배가 이뤄지고 있는데, 이는 전국 씨 없는 수박 재배면적의 약 53% 정도여서 전북지역 특화품목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중·소과종 및 씨 없는 수박 품종

전북지역 특화품목 육성을 위해 전라북도농업기술원 수박시험장 김태복 연구팀은 지난 20여 년간 품종개발 연구를 지속적으로 추진해오고 있다.
연구팀은 매년 100점이 넘는 국내외 유전자원을 수집해 자가수정, 특성검정, 선발을 통해 다양한 계통을 육성했고, 이들을 활용해 현재까지 9품종의 수박을 개발했다.
이 중 4품종은 국립종자원으로부터 품종보호권을 획득했고, 5품종은 품종보호 출원 중에 있다.
또 9품종 중 5품종은 즉시 보급이 가능한 일대잡종 품종이며, 4품종은 새로운 품종육성의 재료로 활용이 가능한 고정계통이다.
일대잡종 품종 중 '황토애'는 탄저병 저항성을 가진 수박으로 당도가 높고 소비자 선호도가 높은 단타원형 일반수박이며, '황토애플러스'는 과피가 얇은 원형계 품종이다.
'미니단꿀'은 3kg 내외의 수박으로 기존 소과종 수박의 단점으로 지적돼 왔던 열과 발생이 적고 식감이 우수한 품종이다.
'다크호스'는 과피가 진녹색이며 과육이 아삭아삭하고 당도가 높아 현장실증농가와 시식행사에서도 우수한 평가를 받고 있다.
김태복 연구사는 "개발품종의 보급 확대를 위해 지난해 7품종에 대해 도내 종자업체와 품종보호권 통상실시 계약을 체결했다"며 "개발된 품종에 대해 재배기술 연구를 병행해 파급효과를 높여나갈 계획이다"고 밝혔다.

◆고품질 수박 생산연구 및 현장애로 해결

우리나라는 가계소득 증가와 건강에 대한 관심 증가에 따라 고품질 안전농산물을 추구하는 구매 성향이 확대되고 있다.
이 같은 시장 흐름에 맞춰 수박시험장에서는 고품질 농산물 생산 및 안전성 강화를 위한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김태복 연구팀은 친환경농산물 소비 증가에 대응해 유기농 수박 생산을 위한 토양개량 및 양분관리 기준 설정을 위한 연구와 ICT기술을 활용해 생산현장의 노동력 절감 및 정밀 환경관리를 통한 품질향상 연구를 추진 중이다.
수박 전체 생산과 소비는 줄어들고 있지만, 3배체 씨 없는 수박은 2000년대 초반부터 본격적으로 재배가 시작된 이후 지속적으로 재배면적이 늘어나는 추세다.
일반 2배체 수박의 경우 고온기에 접어들면 시들음증과 육질악변과(피수박) 발생이 증가하며, 야간에 호흡량 증가로 당도가 떨어진다.
반면, 3배체 씨 없는 수박은 초세가 강건하고 생육적온이 일반수박 보다 높아 고온기에도 상대적으로 고품질 수박을 생산할 수 있다.
이 같은 이유로 고온기에 3배체 씨 없는 수박을 재배하는 농가가 증가하고 있으며, 더불어 당도가 높고 먹기가 편하다는 장점을 가진 씨 없는 수박에 대한 소비자들의 선호도도 높아지고 있다.
이에 수박시험장에서는 씨 없는 수박 생산비용 절감과 고품질 수박 생산을 위해 벌 이용 수정기술, 수분수 활용법, 불임꽃가루를 이용한 씨 없는 수박 생산기술, 측지관리법 등에 관한 연구를 이어가고 있으며, 지금까지의 연구 결과를 수록한 '씨 없는 수박 고품질 재배기술' 책자를 발간·배부하는 등 씨 없는 수박 생산 활성화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최근 '애플수박', '망고수박'과 같은 이름을 달고 나온 이색수박들이 소비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구입과 소비의 편의성이 높고, 음식물쓰레기 발생이 적은 작은 수박과 검정수박, 노란수박과 같은 칼라 수박이 시장을 변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런 다양한 수박에 대한 재배기술이 명확히 확립되지 않아 생산 및 고품질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김태복 연구사는 "수박시험장에서는 자체 육성한 중·소과종 품종들과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는 품종들을 대상으로 생산성 및 품질 향상을 위한 작형설정, 재식거리 및 착과절위 설정 등 기본 재배기술, 생력화 방안 등에 관한 연구를 통해 시장 변화에 빠르게 대응해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박산업 발전 인프라 구축

도 농업기술원 수박시험장에서는 수박연구 외에도 명품수박아카데미 교육 및 현장기동반 운영, 한국수박생산자연합회 결성, 명품수박 광역화 등을 통해 국내 수박산업 발전에 이바지하고 있다.
명품수박아카데미 교육은 매월 1회 수박재배 농민들을 대상으로 실시하고 있으며, 기본 재배기술, 유통, 경영 및 소양교육 등을 통해 지역전문가를 양성하고 있다.
이를 통해 농촌진흥청 선발 채소분야 명인 1명과 전라북도 선발 수박장인 13명을 배출하기도 했다.
이들 명인과 장인은 수박시험장 연구진과 함께 현장기동반으로 참여해 수박 생산현장에 필요한 기술들을 신속하게 지원하고 있다.
또 2016년에는 지방에 분산돼 개별적으로 운영되던 전국의 5개 단체를 하나로 통합한 '한국수박생산자연합회'를 탄생시켰다.
연합회 조직을 통해 수박생산자들의 결속력을 강화하고, 이를 통해 수박산업의 경쟁력을 높여 나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명품수박 광역화 사업은 각 지역 환경 및 특색에 맞는 최적 재배작형을 설정하고 분산출하를 유도하기 위한 사업으로 2011년부터 추진하고 있으며, 전북수박의 경쟁력을 높여가고 있다.

◆어렵지만 기뻤던 순간

김태복 연구사는 어려운 연구기간을 거쳤지만, 새 품종 개발을 인정받을 때 기쁨을 느낀다고 말했다.

"씨 없는 수박(3배체)은 수십 년 전 우장춘 박사가 이미 개발했는데 왜 같은 연구를 또 하느냐는 질문을 많이 들었다.(참고 : 씨 없는 수박은 일본의 기하라 히토시 박사가 1943년에 처음 선보였고, 우장춘 박사는 품종육성의 중요성을 보여주기 위해 1953년에 만들어 재배했음). 현재 씨 없는 수박은 종자량이 적고 발아율도 낮으며 이형주 발생이 많아 종묘가격이 일반수박 보다 2배 정도 비싸다. 또한 재배 시 기상여건이 좋지 않을 때는 착과율이 떨어지며, 공동과와 같은 비상품과 발생이 많고, 중심부와 주변부의 당도 차이가 크다는 단점 등이 있어 이를 개선한 새로운 품종이 필요한 상황이다. 우리 수박시험장이 긴 과정을 거쳐 개발한 품종이 국립종자원의 심사를 거쳐 최종 품종보호권등록증을 받았을 때, 그리고 육성한 품종이 시식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았을 때 우리의 어려움은 기쁨으로 변한다"고 설명했다.

◆수박산업의 방향은

향후 수박산업은 부단한 품종 개발과 재배기술 개발, 소비자의 선택이 결정할 것이라고 김태복 연구사는 단언했다.
실제 우리는 생활수준 향상으로 먹거리가 고급화되고 있고, 다양하고 새로운 수입과일과 먹기 편한 과일의 등장으로 크고 무거운 수박이 점차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게 현실이다.
결국, 수박도 소비자 입맛 변화에 맞춰 작고 맛있는 형태로 변화해야 한다는 게 김태복 연구사의 주장이다.
다양한 품종 개발과 재배기술 개발은 물론, 크기 보다는 맛에 중점을 둬야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재배농민들도 인식하고, 이에 맞춰 재배법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김태복 연구사는 "도 농업기술원 수박시험장은 수박산업의 재도약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 할 것이며, 수박재배 농민과 항상 소통하며 함께하는 기관이 될 것"이라고 약속했다./황성조기자, 전라북도농업기술원 취재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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