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도 전북농협 본부장

상황이 달라지면 내 생각도 바뀝니다. 선생님은 어떠신가요? (When the facts change, I change my mind. What do you do, sir?)

20세기 전반을 대표하는 근대 경제학자 케인즈가 위와 같은 말을 했는데 두고두고 인용되는 명언이 되었다.

사람들은 몸에 필요한 영양분을 섭취하여 에너지를 얻고 가족, 친지, 동료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 위해 삼시세끼 식탁에 앉는데, 시장 개방과 생활패턴이 다양해지면서 우리들의 식탁문화는 점차 글로벌화 됐다. 흔들리는 물가 앞에서 가격중심으로 메뉴를 찾다보니 식탁은 점점 왜소해지고 정체불명의 음식들로 채워지고 있는데, 이제는 모든 음식이 맛과 건강을 담보해 주지 않아 매우 안타까운 현실이다.

제 아무리 뛰어난 요리사도 재료가 좋지 않으면 좋은 음식을 만들 수 없는 법이고, 신선도가 떨어지면 젓가락이 음식 쪽으로 가지 않는 법이다. 곡식, 과일, 채소, 고기, 계란 등의 농산물이 어디에서 어떻게 오는지의 정보에 따라 소비자의 선택이 바뀌고 있다. 이에 최근에는 푸드 마일리지가 낮은 건강한 우리 농산물만 찾는 충성고객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일미칠근(一米七斤), 쌀 한 톨에 일곱 근의 땀이 배어 있다고 말한다. 무게로 따지면 몇 그램에 불과한 쌀 한 톨을 얻기 위해 농업인들의 정성어린 땀과 노력이 일곱 근, 4200그램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이른 봄 볍씨를 골라 싹을 틔워 못자리를 내고 모를 옮겨 심고 오뉴월 뜨거운 태양아래 김매기를 하는 노고를 조금이나마 헤아릴 수 있다.

농업은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랜 된 산업으로 가장 정직한 직업이다. 농부의 고된 노동의 감내는 탐스러운 사과로 반드시 답을 해 준다. 또한, 농업은 국민의 건강한 먹거리를 생산하고 아름다운 생태경관을 유지하는 근간으로 우리 사회에 많은 역할을 해 왔다.
하지만,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년 전인 95년도 대비 농가가구는 150만에서 104만으로 30% 줄었고 65세 이상 농가경영주 비중은 25%에서 58%로, 농가 경영주 다섯 명 중 세 명이 고령화 됐다. 또한, 도시근로자 대비 농가소득의 비율도 96%이었던 것이 현재는 65%에 불과하다.

더욱이 올해는 유별나게 자연재해가 많았다. 봄철 냉해부터 여름철 폭염, 태풍 그리고 초가을 국지성 집중호우까지 발생했다. 피해 복구를 위해 정부와 유관기관들이 많은 노력을 했고, 다행스럽게도 농업인 스스로 향상된 농업기술을 접목하고 재해보험을 가입 하는 등 슬기롭게 대처해 위기를 이겨나가고 있지만, 대자연의 힘 앞에서 농업은 결코 만만한 직업이 아니다.

이 때 우리 국민들의 응원이 가장 필요하다. 국민들의 응원이 탄탄한 농업의 기반이 되어 농촌이 성장하고 도시와 발 맞춰 나아갈 때 우리 국민 모두가 행복해 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결실의 계절 가을철과 민족 고유의 명절인 추석을 맞아 우리 농업인들이 정성스럽게 준비한 우리 농산물이 시장에서 손님을 맞이할 채비를 하고 있다.

올 추석은 우리 농산물로 더 맛있고 건강하게 보낼 것을 제안 드린다. 소중한 사람에게 전하는 선물, 온 가족이 함께 즐기는 먹거리, 정성을 다해 준비하는 차례 상을 이 땅에서 정성스럽게 키운 우리 농산물로 준비할 것을 권한다.

농산물 홍수의 시대이다. 이제는 먹고 죽은 귀신보다는 잘 골라먹고 죽은 귀신이 때깔도 좋다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어떤 농산물을 고르는 지가 중요한 시대가 됐다.

상황이 달라지면 내 생각도 바뀝니다.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우리 농산물을 선택해 주십시오. 당신의 선택이 건강과 농촌을 살릴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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