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안출신 최기종 시인이 자신의 여섯 번째 시집 <슬픔아 놀자>(도서출판 b)를 펴냈다.
  시인이 ‘세상의 아픈 사람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라고 했던 시집에 실려 있는 시 60편은 아픔과 슬픔에 관련된 것이다.
  최기종 시인은 아픔이나 슬픔을 극복의 대상이거나 망각해야 할 대상으로 보지 않고 인생을 함께 열어가는 동반자이며 노작하는 사랑의 파트너로 바로 보고 있다.
  시인은 표제 시 ‘슬픔아 놀자’에서 슬픔에게 “손잡고 놀자”, “얼싸안고 놀자”, “동무하며 놀자”, “신랑각시 되어 놀자”라고 한다. ‘세상의 아픈 것들이’, ‘내가 그렇다’, ‘삶의 이유 1’, ‘갈대밭에서’에서도 평범한 이들의 애환을 신파나 절망에 빠지지 않고 적극적으로 들어가서 때론 희극적으로 때론 역설적으로 그려내어 바닥을 박차고 일어서게 한다.
  이훈 목포대 국문과 교수는 이 시집의 ‘슬픔’에 대해 “슬픔은 이상에서 멀어지는 것을 안타까워하는 마음에서 나오는 감정이다. 자신의 부끄러움에 대한 솔직한 인정, 불쌍한 존재들에 대한 동정, 인간의 유한성에 대한 깊은 공감 등을 그 바탕으로 삼는다”고 평한다.
  “세상살이 갈수록 힘들다. 물질적으로는 넘쳐나는데 정신적으로는 빈곤하기만 하다. 무한경쟁 시대다. 일상에 베이고 찔려서 피 흘리는 사람 많다. 그늘에 가리고 묻혀서 얼굴 없는 사람들 많다. 아픔도 슬픔도 나에게서 비롯된다. 위만 바라지 말고 눈 한번 아래로 내리면 이 세상 잔잔해진다. 앞만 보지 말고 옆으로 고개를 돌리면 새 길이 보인다. 아픔도 껴안으면 새로운 아픔이 된다. 슬픔도 친구하면 새로운 슬픔이 된다. 슬픔아, 놀자.”(최기종)
  원광대학교 국문과와 목포대 교육대학원을 졸업했다. 1989년 전교조 해직교사 출신으로 1992년 교육문예창작회지 <대통령의 얼굴이 또 바뀌면>으로 작품 활동 시작했다. 현재 전남민예총 이사장.
/이병재기자·kanad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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