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명선 현대무용단이 창단 20주년 기념 두 번째 기획 작품으로 ‘한벽루 연가-백년의 조각들’을 11일과 12일 오후 7시 전주한벽문화관 공연장에서 공개한다.
이번 무대는 올해 초 무용가들의 삶과 몸짓을 기록해 선보이는 실험적인 무대 ‘여정’에 이은 선보이는 창작 초연 작품이다.
  이번 작품은 ‘치명자의 몽마르뜨’라는 부제가 암시하듯 전주 치명자산(승암산)에 묻혀있는 순교자들의 이야기다.
  조선말기 조정의 박해와 죽음의 위협 앞에서도 자신의 믿음을 부인하지 않았던 이들은 자신을 치는 도끼에도 오히려 고귀한 향을 발한다.
  또 동정녀 부부로 알려진 요한과 루갈다 부부는 절제된 사랑을 나무며 삶의 깊고 깊은 사랑의 꽃을 피웠다.
  작품은 이들의 숭고한 사랑 이야기를 바탕으로 여러 가지 이미지들을 끌어내 현대무용으로 표현해 낸다.
  작품은 이런 이미지를 여섯 개의 장으로 풀어낸다.
  자욱한 안개 속에 떨어지는 영혼의 눈물이 서막을 장식하면 죽지 않고 어둠 속에서 아득한 생이 이어진다. 또 순절한 영혼들의 뜨거운 고독과 함께 사랑은 믿음의 혼불을 춤으로 풀어낸다. 네 번째 이미지는 많은 유혹 속에서 피어나는 꽃을 다루고 있으며, 하늘을 사랑하는 아픔, 가장 황홀한 아픔을 다섯 번째 이미지로 풀어낸다. 마지막은 차가움과 따뜻함이 서로 엉켜 영원히 시들지 않는 백합을 통해 치명자의 몽마르뜨를 제시하며 전주 한벽루 주변을 에워싸고 있는 흩어진 역사적 공간으로 조각조각 모으며 그림을 그려간다.
  강명선 총예술감독은 “전주 한벽루 주변의 역사적 공간들을 모아보는 과정에서 최종적으로는 치명자산을 중심으로 그 공간을 좁혀가면서 하나 둘씩 그림을 그려나갈 수 있었다”며 “사랑과 믿음의 가벼움이 지나쳐 자신도 모르게 제 몸을 뚫고 나오는 가시들이 얼마나 많은 상처를 주고 뚫고 나오는 상처 위에 세워놓은 또 다른 가시들 때문에 결국엔 스스로에게 더 많은 상처를 주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들 속에 그들의 영성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고 덧붙였다.
/이병재기자·kanadasa@

저작권자 © 전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