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가 천년 역사를 넘어 다시 새 천년의 미래를 열고 있다. 지금의 전라남북도와 멀리 제주도에 이르기까지 국토의 서남부 요충을 전라도라 부른지 천년이 됐다. 천년을 보내고 다시 천년을 맞는 날, 천년 전라도의 심장 전주 전라감영 터서 전라남북도 광주가 만나 한바탕 잔치를 벌였다. 감개가 무량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천년의 전라도는 국부 창출과 호국 충절의 땅이었다. 드넓은 호남평야의 끝없는 생산이 나라의 곡창으로 국부를 키워왔고 풍요가 전라도 문화를 일으켜 꽃피웠다. 전란이 일어나면 분연히 일어나 호국 충절의 역사를 이어왔다.
  1592년 일본 침공군이 조선 국토 전역을 유린했으나 전라도는 이순신 수군이 한산도대첩으로 바다를, 권율의 전라도육군이 웅치이치대첩으로 땅을 지켜냈다. 끝내는 7년 전쟁 끝에 침공군을 몰아내고 나라를 구했다. 충무공 이순신이 ‘호남이 없었다면 나라도 없었다(若無湖南 是無國家)’고 한 갈파 그대로다.
  불행히도 대한제국의 쇠망과 함께 천년 전라도 자긍심의 중심이었던 전라감영마저 쇠락의 비운을 맞았다. 전라도가 남북으로 나뉘고 제주도가 떨어져나가면서 전라감영의 영광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전라북도청시대마저 옮겨가자 옛 감영자리가 빈터가 됐다.
  전라감영 시대의 종언과 함께 전개된 근 현대사서 전라도는 국가발전 대열서 뒤쳐지는 역사적 후퇴를 경험해왔다. 대한민국을 세계 10대 경제대국으로 일으켜온 산업화서 뒤지면서 농경시대의 정체와 후진에 머물렀다. 국부 창조는 물론 정치적 주류세력서도 뒷전으로 밀렸다. 현대사의 아웃사이더나 다름없었다.
  지난 천년을 보내고 앞으로 다가올 새 천년을 맞으면서 전라남북도 광주의 전라도 사람들이 옛 전라도 천년의 역사와 영광이 깃들여진 전라감영 터 복원된 선화당 건물서 ‘천년의 자긍심, 새로운 천년을 향한 웅비’를 다짐했다.
  역사적 의미와 감동마저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최근 전라도 사람들의 정치 산업 문화 국가 각 분야의 진입과 주도가 부쩍 현저해지고 있다. 오랜 정체서 벗어나는 전환이 분명해지고 있다. 다가오는 천년의 웅비가 기약되는 기운이 역력하다. 새 천년 전라도에 기대와 격려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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