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북도 지정기념물 제79호인 ‘남원사직단(南原社稷壇)’이 최근 도로공사 과정에서 훼손된 것과 관련, 보존 방안을 마련하라는 지적이 나왔다.

남원시의회 양해석 의원에 따르면 최근 향교동 용정마을 앞 도로공사 추진과정에서 남원사직단 옆 절개지가 파헤쳐지고 그곳에서 수백년 동안 뿌리를 내리고 자라온 나무들이 뿌리째 뽑힌 사건이 언론을 통해 밝혀졌다.

‘사직단(社稷壇)’은 국토의 보존과 곡식의 풍작을 기원하기 위한 국가의 제사 시설로, 토지신인 사신(社神)과 곡물신인 직신(稷神)에게 제사를 지내는 곳이다.

과거 농경시대에는 토지와 곡식은 나라살림의 원천이었기에 종묘(宗廟)와 함께 종묘사직(宗廟社稷)이라는 말로 ‘국가’ 자체를 지칭하는 대명사로 쓰였다.

삼국시대부터 고려시대, 조선시대를 거쳐 대한제국 고종황제 때에는 전국 13도 339군에 사직단이 대부분 설치돼 조선 500년의 국가의례와 황제국의 위엄을 과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1910년 경술국치 이후 일본제국은 ‘환구단(圜丘壇)’과 ‘사직단’의 제사를 중지시키는 조치를 취함으로써 1945년 해방되기까지 대부분의 제례가 폐지·축소됐으며, 한양과 지방의 사직단도 대부분 폐쇄되거나 훼철돼버렸다.

하지만 ‘남원사직단’은 일제 강점기에도 헐리지 않고 500여년의 원형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 대한민국 유일의 사직단이다.

일제 강점기에는 지역 유지와 유림들이 사직단을 ‘기곡단’으로 명칭을 변경해 일제의 훼철 대상에서 벗어났고, ‘기곡단 유지계’를 조직해 매년 제사를 궐사(闕祀)하지 않고 지냄으로써 원형을 보전할 수 있었다.

현재 사직단이 남아 있는 지역은 전국적으로 서울을 비롯해 7곳에 이르지만 모두 해방 이후 발굴하거나 복원한 것이다. 그 자리 그 터에서 끊이지 않고 사직제를 이어오면서 과거의 원형을 보존한 곳은 전국적으로 남원이 유일하다.

올해 남원사직단 제례는 국가무형문화재 제111호로 지정돼 있는 사단법인 사직대제보존회에서 남원에 내려와 제례를 봉행했다. 우리의 정체성과 민족정기를 그대로 내포하고 있는 소중한 문화자산인 사직단의 가치를 남원인보다 오히려 외부에서 높이 평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번 남원사직단의 훼손 부분은 조경 전문가들의 자문을 받아 최대한 원형을 복구토록 하고, 앞으로도 원형 그대로 잘 보존하고 지켜나가야 한다.

과거에 남원에서는 정월이 되면 원님들이 사직단에 나가 친히 제사를 드리고, 풍년과 고장의 안녕을 기원했다. 근대에 와서도 시장·군수 및 농업관련 단체장, 심지어 법원장이나 교육장까지도 참석해 제향을 올렸다. 제물은 지역에서 생산되는 각종 곡물과 채소, 과일을 중심으로 80여종이 올려졌으며, 제사를 마치고는 지역의 기관장과 농업 관련 공무원들이 마을 사람들과 함께 위토답에 모내기를 하는 아름다운 전통이 있었다.

이러한 전통은 관선 시장 때까지 이어져 오다 어느 순간 흐지부지 사라지고, 현재는 ‘남원사직단관리위원회’의 60~70대 계원들 20여명이 매년 5월 권농일과 음력 10월 3일 추수감사 제사를 모시고 있다. 농업 관련 예산이 시 전체 예산의 24%를 차지하고, 농업 인구가 전체 인구의 22%를 차지하고 있는 도농복합도시인 남원의 부끄러운 모습이 아닐 수 없다.

내년부터는 시장이 직접 챙기고 헌관으로 참여하여 관련 공무원과 농업인, 그리고 남원시민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해 줄 것을 제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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