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북도가 농업 연구 및 생산 등에서 농생명 집적화 지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런데 일반에게는 농생명 연구가 생소하다. 전라북도 도민에게 역시 그렇다. 이에 전라북도농업기술원 및 시군기술센터에서 그동안 추진해 온 농생명 연구 결과를 확인했다. 도내 농생명 연구 현장에서 결과물이 농가에 확산되고 있음을 확인하고, 그 파급력이 향후 전북 농업 경쟁력을 얼마나 끌어올릴 수 있을지 예상해 본다. 해당 연구를 진행했던 연구원들에게 향후 전북 농생명 산업이 가야 할 방향도 물어 봤다.

◆연구 목적
 
전라북도는 전체 산업 중 농업의 비중이 타 지역에 비해 높아 식품소재로서 풍부한 농산물과 생물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최근에는 농식품 R&D 관련 유관기관인 농촌진흥청, 식품클러스터, 한국식품연구원, 농업기술실용화재단 등이 전북지역으로 이전되면서 탄탄한 농식품 수출·연구 허브의 기반도 구축되고 있다.

하지만 전라북도의 주 가공 품목이 다양하지 않고, 술 등으로 편중돼 있어 유사 제품류의 생산·판매와 기술적으로 차별화되지 않고 있다.

이에 재배농가와 가공업체가 상생할 수 있는 지역특산물을 활용한 가공제품 개발과 고부가치 창출을 위한 기능성 농식품 소재 발굴, 전북이전 농생명 기관과의 협업을 통한 개발기술의 확산 등이 필요한 시점이다.

◆연구 현황

전라북도농업기술원 송영은 박사 연구팀은 2015년부터 천마와 오미자 등 전북 특산물과 발효기술을 접목한 가공식품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가공은 구석기인들이 사냥하거나 채집한 식재료를 깨진 돌의 파편을 이용해 자르고 불로 익힘으로서 시작된 오래된 기술이다.

송영은 박사는 "신이 스티브 호킹 박사에게 천재적 두뇌는 허락했으나 육체의 자유를 주지 않은 것처럼, 농산물도 우수한 관능과 기능을 동시에 갖춘 농산물은 찾기 힘든 것 같다"며, 농산물이 가공 과정을 거침으로써 식품으로 거듭나야 함을 강조했다. 

농산물이 기능성이 높으면 불쾌한 냄새나 맛이 나며, 딱딱한 식감으로 인해 소화하기가 어려운게 많다는 것이다.

송 박사는 "식품과학기술대사전에 기술된 '가공'은 식품 재료의 본질을 변화시키지 않고 그 형상이나 물리적, 화학적, 관능적, 영양적 특성을 변화시키는 처리공정을 말하고 있다"며 "또한 가공으로 유독한 물질을 제거하거나, 생과로 직접 소비할 수 없는 식품을 이용할 수 있도록 식품의 맛과 영양 및 기능성 등을 향상시키고, 수송과 저장을 쉽게 하고, 잉여농산물의 수급 조절을 가능하게 하며, 부산물 등을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게 한다"고 '가공'의 장점을 설명했다.

그러므로 가공기술 활용은 농산물 등 식품에서는 필요 불가결한 과정이라는 것이다.

◆연구 과정

▲천마 - 발효기술을 접목한 지역특산물 가공으로 맛과 기능성 높여

천마는 다년생 난초과 식물이지만 엽록소가 없어 독립적인 생활을 할 수 없기에 공생균인 뽕나무 버섯균을 이용해 영양분을 공급받아 생장한다.

여름철 기온이 낮은 전북 무주가 전국 재배 면적의 66%인 36ha를 생산하고 있다.

천마의 임상적 효능은 본초강목 등에 기록돼 있는데, 주로 고혈압, 두통, 마비, 항경련, 진통, 진정과 신경성 질환 치료에 이용돼 왔고, 뇌 기능 개선 및 중추신경계에 대한 신경 차단 기능을 지니고 있을 뿐 아니라, 항염증 효과와 면역력도 증가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요 약리 활성 성분인 'gastrodin'은 신경 쇠약으로 인해 유발되는 두통을 치료하는 약으로 시판되고 있고, 'parishin' A는 뇌질환에 대한 신경보호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천마는 식품원료로 사용이 규제돼 가공식품으로의 이용이 제한됐었으나, 2000년 9월 이후 규제가 풀려 다양한 가공식품 개발이 시작됐다.

하지만 천마는 특유의 이취를 지니고 있으면서 건조 후에도 이취가 잔존해 가공 및 식품 개발의 제약요인으로 작용했다.

송영은 박사 연구팀이 2015년부터 천마의 이취 저감 기술을 연구해 온 결과, 이취의 주 원인 성분이 'p-cresol'(4-methylphenol)이라는 것을 밝혀냈고, 전라북도농업기술원에서 자체 분리한 김치 유산균으로 천마를 발효했을 때 발효하지 않은 천마에 비해 50% 이상의 이취 성분이 감소되는 것을 확인해 특허 출원했다.

연구팀은 이를 바탕으로 이취를 저감시키고 동시에 천마의 주요 약리 성분인 '가스트로딘' 함량이 증가된 시제품을 개발했다.

이 제품은 발효된 천마를 분말상태 그대로 오가피 등 한약재 추출물에 10% 첨가해 먹기 좋은 액상 스틱형으로 개발됐다.

▲둥근마

둥근마는 정읍지역을 중심으로 재배되고 있으며, 마과 마속의 덩굴성 다년생 단자엽 초본으로, 열대 및 아열대 지역을 중심으로 참마, 부채마, 단풍마 등 10속 650여종이 분포하며, 그 중 식용으로 이용되는 것은 50여종 정도이다.

국내에서 식용으로 재배되는 마는 괴경(덩이뿌리)의 모양에 따라 장마, 단마, 둥근마로 구분되고 있다.

모양이 원형인 둥근마는 장마나 단마에 비해 괴경이 형성되는 심도가 15cm 이내로 매우 얕아 손쉽게 수확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한방에서는 마의 껍질을 벗겨 건조시킨 것을 산약이라 해 자양, 강장, 지사, 건비, 거담의 목적으로 널리 사용돼 왔다.

마의 성분은 사포닌 계열의 디오스제닌, 디오신과 알란토인, 아르기닌, 콜린 등을 함유하고 있고, 항산화 활성, 콜레스테롤 저하 효과, 항당뇨, 지질분해효소 저해 활성에 의한 항비만 및 배변 증대 활성 및 항 골다공증 등에 기능이 우수하다고 보고되고 있다,

또한 점성이 높은 'mucin'은 면역 기능 강화와 뇌기능 활성화 및 신경통 완화 등에 효과가 있는데, 특히 둥근마에는 일반 마에 비해 'mucin' 함량이 3배 정도 많이 들어 있다.

마에 들어있는 뮤신 성분은 끈적임이 있어 가공하기 불편하고, 저장이 어려워 주로 생과나 분말로 판매되며, 가정에서는 주로 우유, 요구르트에 섞어 마시는 등 소비가 다양하게 확대되지 못하고 있다.

이에 연구팀은 각종 무기성분이 풍부한 알칼리성 식품인 둥근마에 전북농업기술원에서 자체 분리한 유산균으로 발효한 둥근마 분말을 개발했다.

둥근마 발효 분말에는 발효하지 않은 분말에 비해 주요 생리활성 성분인 디오신 함량이 38.6%, 항산화성은 25% 많이 있다.

이렇게 개발된 둥근마 발효 분말 가공기술은 도내 업체인 '케비젠'에 기술이전 됐고, 발효 둥근마 첨가 유산균 제품으로 시판돼 소비자 평가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

▲흑미

흑미에는 안토시아닌(anthocianin)이라는 수용성 색소가 검은콩 보다 4배 이상 들어 있으며, 비타민 B군과 무기염류는 일반 쌀의 5배 이상 함유돼 있다.

흑미에는 단백질, 섬유소, 인체에 필수적인 무기질, 비타민 B군, 비타민 C, 니아신(Niacin) 및 카로틴(carotene) 등이 있다.

보통 흑미는 백미에 소량 혼합해 밥으로 해 먹거나 술, 식혜, 국수, 과자 및 떡 등으로 이용되고 있는데, 흑미는 영양성분과 기능성이 우수한 반면, 왕겨층만을 벗겨낸 상태이므로 식감이 딱딱하고 가공효율이 높지 않아 가공하기 어렵다.

전북농업기술원에서 육성한 흑미는 신농흑찰, 신토흑미, 흑향찰 등 4품종이며, 전국 재배면적은 787ha로 30%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 품종은 수량은 물론, 안토시아닌이 많이 함유돼 항산화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고, 구수한 맛과 색 등 각각의 특성이 달라 품종별로 흑미 쌀국수와 흑미 누룽지, 흑미 향차 등으로 개발됐다.

특히, 흑미 쌀국수와 흑미 누룽지는 특허출원 후 도내 송철국수, 산마루 등 가공업체에 기술이전됐으며, 흑미 누룽지 제품은 최근 트렌드에 맞게 소포장 간편식 제품으로 출시돼 소비자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연구팀은 또한 흑미 발효 식초 개발는 안토시안함량이 높은 신토흑미를 사용했으며, 식초 제조 시 알콜 발효를 거치게 됨에 따라 희석되는 흑미의 맛과 색 등을 보완하기 위해 과실의 당 발효액을 추가해 당산비를 조정한 후 초산 발효시켰다.

이렇게 제조된 흑미 식초는 대조구에 비해 항산화 활성이 높았고, 유기산 및 아미노산 중에서도 GABA 함량이 높았다.

알콜 발효 후 당 발효액을 첨가해 기호성과 기능성을 높인 흑미 발효식초 제조 기술은 특허출원을 거쳐 김제 한마음 영농조합에 기술이전 됐다.

▲오미자 - 버려지는 부산물 자원화로 새로운 가공품 재탄생

오미자는 단맛, 신맛, 쓴맛, 짠맛, 매운맛의 5가지 맛이 나 오미자라 부르는데, 그 중에서도 신맛이 강하다. 오미자에는 시잔드린, 고미신, 시트럴, 사과산, 시트르산 등의 성분이 들어 있어 심장을 강하게 하고 혈압을 내리며 면역력을 높여 주는 효능이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통계(2016년)에 따르면 전라북도의 오미자 재배 면적은 374ha로 전국의 14.1%를 차지하며 생산량은 연간 1,418톤에 이르고 있다.

오미자는 당과 함께 일정기간 발효시키는 오미자 청으로 주로 소비되며, 여름과 겨울에 음료와 차로 음용하고, 각종 요리에 다양하게 이용되고 있다.

오미자청 제조는 당 발효 후 여과과정을 거치게 되는데, 이때 부산물로 오미자청 건지가 발생하고, 이러한 오미자청 건지는 주로 퇴비나 침출주 등으로 활용되고 있다.

또한 오미자의 주요 약리성분인 '시잔드린' 함량은 오미자청 건지가 생 오미자의 70.6% 정도를 함유하고 있다.

연구팀은 오미자청 건지를 이용한 식초 제조방법으로 특허를 받았는데, 오미자청 건지와 정제수를 1:2 비율로 섞어 설탕을 첨가해 당도를 조절한 후 1차 발효인 알콜 발효를 거쳐 자체 분리한 초산균으로 2차 발효시킨 게 특징이다.

오미자청 건지 식초와 오미자청을 섞어 개발한 식초 소스는 색과 맛이 우수해 샐러드용으로 적합했다.

이러한 오미자청 건지 이용 발효식초는 2016년 특허 출원해 2018년 특허등록이 완료됐다

◆연구 효과

송영은 박사 연구팀은 그 동안의 연구로 도내 특산물을 이용한 제품의 사업화 기간을 크게 단축하는 성과를 냈다.

송 박사는 "그 동안 연구한 가공기술은 특허출원 및 등록을 통해 산업재산권을 확보해 경쟁력을 강화했고, 도내 가공업체에 기술이전했다"면서 "또한 제품이 조기에 유통될 수 있도록 농업기술실용화 재단 등 유관기관과 연계해 지원 사업을 추진한 결과, 제품 사업화 기간을 크게 단축하는 효과가 있었다"고 밝혔다.

아울러 송 박사는 "10년 이상 다른 분야의 연구를 맡다가, 2015년부터 가공기술개발 연구를 본격 진행하면서 처음에는 어려움이 있었다"며 "하지만 팀원들의 도움으로 좋은 성과를 내 2016년에는 지역농업기술개발팀상, 2017년에는 농진청과 공동으로 추진한 연구결과에서 융합기술상을 받아 너무 뿌듯했다"고 연구기간을 회상했다.

◆전북 농생명 산업의 방향은

송영은 박사는 전북에 구축되고 있는 농식품 산업 인프라를 활용해 가공식품 개발에 집중하는 게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에 먼저 안전한 지역 농산물 생산 및 이를 원료로 한 가공기술 개발로 제품을 차별화 해 나갈 것을 제안했다.

또한 사회가 빠르게 변화하면서 식품 산업의 트렌드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만큼, 1인 가구와 맞벌이 가구를 타겟으로 한 소포장, 간편식 개발, 고령화에 따른 시니어 세대들을 위한 건강식 개발 등 시대에 맞는 제품 개발에 집중할 것도 제안했다.

이와 함께 농식품 개발을 위한 연구 역량 강화도 중요한데, 현재 농식품 연구 기관이 대거 전북에 이전된 만큼 이전기관과의 연계를 통한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기 위해 연구환경 조성 및 연구 인력의 능력 배양, 가공품 개발에 대한 안목 배양 등이 필요함도 강조했다.

송영은 박사는 "아직도 한 업체 대표님이 하신 말씀이 생각난다. '손에 물 마를 날 없이 일해도 살림살이가 나아지지가 않는다'고 하셨다"며 "대기업의 화려한 포장과 광고로 인해 인지도가 낮은 중소기업 제품은 판매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따라서 농특산물 가공품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 전환도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라고 덧붙였다./황성조기자 전라북도농업기술원 취재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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