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수 전북생물산업진흥원장

요즈음 TV를 보고 있으면 소위 먹방 ‘먹는 장면을 보여주는 방송’이 지상파, 종편, 홈쇼핑 할 것 없이 온통 먹는 것과 관련된 내용이 판을 치고 있다. 나아가 유튜브, 페이스북, 인터넷 방송 등에서도 먹는 방송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이렇게 식품을 TV 등에서 많이 다루어 주는 것은 식품을 연구하는 사람으로서는 반가운 일이나 도를 넘을 정도로 무분별하고 검증되지 않은 내용을 방영하여 지나치게 식욕을 자극할 뿐만 아니라,  특히 성장기에 있는 식욕이 왕성한 청소년, 어린이를 비롯하여 많은 시청자들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
 먹방의 가장 큰 문제는 인스턴트 식품, 고열량 식품, 자극적인 식품의 섭취를 조장하고, 폭식에 영향을 미친다. 특히 인터넷 먹방은 정말 심각하다. 일반인들이 상상하기 어려운 엄청난 폭식, 자극적인 음식의 가학적 섭취 등이 여과없이 방영되고 사람이 상상할 수 있는 음식 섭취량의 한계를 뛰어넘어 더 많은 양을 먹도록 유도하기도 한다. 
한편, 방송사 마다 잘 알려진 맛 집을 소개하는 내용이나 유명한 요리사나 연애인을 초청하여 우리들의 침샘을 자극함으로서 맛의 즐거움을 찾아 외식을 많이 하게 되는데 이 부작용도 만만찮다. 물론 경제적인 효과도 분명히 있겠지만 무분별한 선전과 검증되지 않은 내용을 소개하는 것은 식이원성 질환(diet-related disease)이 급증하고 있는 작금의 현실을 보면 매우 위험한 일이다.
우리 모두 주지하는바와 같이 최근 우리나라의 비만 인구가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고 특히 어린이의 유아 비만율의 증가가 경고 수준에 도달했다. 따라서 비만 인구 증가로 TV나 인터넷 등을 통해 먹는 모습을 보여주는 일명 ‘먹방 방송’ 규제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대한비만학회는 인터넷 등 방송을 통한 먹방이 국민에게 무분별하게 노출되고 특히 식욕이 왕성한 성장기 청소년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규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반면, 정부에서는 “먹방 규제를 법으로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폭식 조장 방송으로 인해 국민 개인 건강을 해치고 비만이 될 우려가 많기에 해로움을 알려 방송사 및 인터넷 방송 업체가 자정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겠다는”고 했다.
필자가 보기에는 정부의 권고만으로는 심각할 정도로 만연된 먹방을 줄이거나 개선하기는 어렵다고 판단되며 보다 강력한 규제가 절실하다고 생각한다.
최근 우리 식생활은 곡류 중심의 식생활에서 동물성 식품의 비중이 증가하여 육류 중심의 식생활을 하는 서구인과 비슷한 수준이 되었고 특히 고소한 맛을 내는 칼로리가 높은 지방의 섭취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나트륨은 권장 섭취량의 3배 이상으로 과잉섭취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제는 우리나라도 서구 선진국과 마찬가지로 영양부족이 아닌 영양불균형이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급격한 식생활의 변화는 우리의 건강과 질병의 양상도 변화시켰다. 독일의 철학자 포이에르 바흐(Feuer Bach, 1804~1872)는 ‘당신이 먹은 음식이 바로 당신이 된다(Food becomes you)’라는 말을 했듯이, 우리가 먹고 마시는 음식에 따라 우리의 건강과 질병이 좌우되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과식, 폭식, 편식 등 잘못된 식생활로 인해 생기게 되는 식이원성 질병인 심장질환과 심혈관질환은 세계 10대 사망원인 중 1, 2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고혈압, 위암 등도 식품을 잘못 섭취함으로서 일어 날 수 있는 대표적인 질병이다. 앞으로 이러한 식이원성 질환들로 인한 사망이 더욱 증가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고 우리나라의 사망원인도 세계적인 추세와 거의 유사한 경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특히 국가 차원에서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은 미래의 주인공인 우리나라 어린이의 비만율 증가가 심상치 않아 가정, 학교, 정부에서도 특별 관리해야 할 필요가 있다. 즉 서구 선진국과 같이  아동 및 청소년을 대상으로 어릴 때부터 건전한 식생활을 형성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실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식생활 교육과 정책이 효과적으로 이루어져야만 전반적인 국민 건강의 증진, 의료비 절감, 사회적 비용 절감뿐만 아니라 전통적인 식문화의 계승과 농식품 산업의 발전까지도 유도할 수 있다.
 옛말에 “위장의 80%만 채우면 의사가 필요없고 만일 120%를 채운다면 천하의 명의도 어찌 할 수 없다” 라는 말이 있다.  즉 과식의 폐해를 말하는 것이다. 정부와 언론매체도 국민이 먹는 음식이 바로 국민의 건강이 된다는 중요한 이치를 잊지 말고 무분별한 먹방 방송의 자제와 식품 전문가의 의견을 함께하는 건전한 방송이 되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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