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유치원 시대적 변화 거스를 땐 국민적 반발 직면할 것”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촛불’ 후교육비리 분노 격화 투명·공공성 요구 수용해야 ‘공영형 사립유치원’ 추진 이병재 기자l승인2018.10.31l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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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들이 교육기관에 대해 한 단계 높은 투명성과 공공성을 요구하는 것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다.”
  최근 사립유치원 감사 결과 발표 이후 유치원 교육에 대한 전 국민의 관심이 뜨겁다. 조희연 서울시 교육청 교육감은 “만약 사립유치원이 이런 시대적 변화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국민적 반발에 직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시 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조희연 교육감이 교육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조 교육감은 사립유치원이 자충수를 두고 있다고 평가했다. 우리 사회는 촛불혁명을 통해 정치지도자를 교체하면서 변화에 대한 욕구가 매우 커졌으며 이번 사태에 대해 국민들이 더 분노하고 적극적인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는 현재 화산 폭발을 겪는 것 같다. 대통령 탄핵 이후 역동성, 변화 욕망, 감수성 이런 것들이 확산돼 다양한 영역에서 변화를 촉발하고 있다. 교육기관에게 한 단계 더 높은 투명성과 공공성을 요구하는 것도 이런 흐름이다. 그동안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의 영향력 때문에 국회의원들이 적극적 개혁을 주저했지만 이제는 많이 달라질 것이다. 이번 사건에서 보듯 촛불 이후 국민들은 교육계의 비리에 더 분노한다. 사립유치원이 시대적 변화 받아들여서 국민 요구를 담담히 수용해야 한다. 역류하면 국민들이 분노한다. 지금이라도 유치원은 운영 투명성과 공공성에 대해 살을 깎는 자기 개혁을 해야 한다.”
  사립유치원 공공성을 강화하기 위한 서울시 교육청의 정책도 소개했다.
  “공립화와 함께 사립유치원의 공공성을 강화해야한다. 관련해서 서울시교육청에서는 사회개혁모델의 하나이기도 한 ‘공영형 사립유치원’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중등에 비해 20~30% 수준인 사립유치원에 대한 재정지원을 100% 수준으로 올려주는 대신 공공성을 약속받는 방식이다. 공공성을 담보하는 조건은 법인 전환과 공익이사 비율 50% 이다. 사립유치원의 재정과 공공성을 다 같이 해결할 수 있는 윈윈 전략이다. ‘공영형’의 하위 모델로 현재 협동조합형도 추진중이다. ‘꿈동산유치원’인데 학부모들이 자발적으로 운영하겠다고 나서고 있다.(지난 30일 국무회의에서 협동조합형 승인 받음) 다른 모델 하나는 ‘매입형’이다. 경영이 어려운 사립유치원을 매입해 공립화하는 것이다. 이런 방안을 통해 공공성을 높이고 공립유치원 규모도 확대할 계획이다.”
  사립유치원과 함께 조 교육감이 내놓은 두발 자유화나 학교밖 청소년 교육수당에 대한 반응도 뜨겁다. 사회개혁과 연결시키는 대안적 교육프로그램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조 교육감은 이 두 문제도 이런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 조 교육감이 역점 추진해 온 대안적 정책개발 노력의 하나다.
  “아이들이 자기 몸에 대한 자기 결정권 가져야 한다. 두발을 통해 개성을 실현하는 것이다. 두발 자유화는 제2기 임기에 중점 추진하는 다양성 교육과 깊은 관련이 있다. 학생들은 현재 배움 속도의 차이, 장애와 비장애, 다문화, 종교 등 여러 방면에서 다양해지고 있다. 여기에 부응하는 새로운 다양성 교육이 필요한 시점이다. 다양성을 차별의 눈이 아닌 ‘다름’ 그대로 보는 것과 다름을 새로운 상상력의 근원으로 삼자는 것이다.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권위주의적 학교문화는 바뀌어야 한다.”
  매월 20만원, 연 240만원을 지급하는 ‘학교밖 청소년 교육수당’은 고교 교육과정의 새로운 모델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지금까지 학교밖 청소년은 우리 사회의 사각지대다. 학교 안의 학생들에게는 1인당 800만원에서 1000만원의 돈이 지급되는 반면에, 학교밖 청소년은 지원이 없다. 이들 중 일부 범죄를 저질러 감옥에서 수용하더라도 많은 돈이 든다. 오히려 이들이 교육의 끈을 놓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금지급은 규모가 작고 관리가능한 규모이기 때문에 현금지급을 하는데, 규모가 커지게 되면 바우처 카드 같은 식으로 전환되게 될 것이다. 이러한 학교밖 교육지원수당을 매개로 학교안과 학교 밖을 이어주는 고교 교육과정의 새로운 모델을 만들고 싶다. 학교를 떠난 학생도 학교바깥에서 검정고시 이외의 방법으로 대학의 학점은행제와 유사한 '고교학점은행제' 같은 방식으로 고교과정을 마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
  얼마 전에 공중파와 언론지상을 뜨겁게 달구었던 강서특수학교 문제도 빼놓지 않았다. 반대 주민들과 했던 ‘합의’에 대해 후폭풍에 대해 ‘제도로서의 민주주의’를 들어 설명했다.
  “강서특수학교를 2019년 9월 예정대로 개교하기 위해서, 반대하던 주민들과도 아름다운 손잡기를 하려고 했던 것인데, 본의 아니게 당사자의 하나인 장애인학부모와 충분히 소통하지 못한 것에 대해서 먼저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 또 정치적 문맥과의 연결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것에 대해서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그러고도 이번 손잡기가 갖는 나름의 의미에 대해 의견을 드린다. 민주주의에는 투쟁으로서의 민주주의와 제도로서의 민주주의를 생각할 수 있다. 학자였을 때는 <투트랙민주주의>라는 책도 써서 전자를 주목했다. 그러나 최장집 교수 등은 제도로서의 민주주의를 강조한다. 이런 점에서 이번 강서특수학교 합의는 제도정치 내에서 다른 입장을 가지고 대립하던 주체가 갈등을 넘어 타협하고 합의하는 과정이라고도 이야기할 수 있다. 우리 시대에 요구되는 덕목은 오히려 갈등하다가도 갈등주제가 해결되고 나면 '다시 손을 잡는 문화와 관행'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특수학교에 반대했던 주민들하고도 손잡고 그 반대했던 주민들이 특수학교 설립 이후에는 자원봉사자가 되는 아름다운 풍경을 꿈꾸어본다.”
  조 교육감의 고향은 전북이다. 그는 우리 역사 중심에서 변방으로 자리를 바꾼 전라도에 대해서는 새로운 기회를 역설한다. 변방의 유연함이 새로운 미래를 이끄는 힘이 된다는 것이다.
  “올해가 전라도 정명 천년이 되는 해라고 들었다. 전라도는 농업사회 생산의 중심지였고 중앙을 먹여 살렸다. 생산의 중심이기에 수탈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이후 영남중심으로 진행됐던 산업화 사회에서 더 주변화됐다. 민주화 이후 일정한 역전이 있었지만 경제적으로는 여전히 산업화시대의 주변화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런 문제는 중앙정책으로 보완하는 게 필요하다. 또 하나 변방(전라도)의 힘이 필요하다. 중앙은 기존체제를 유지하려는 시스템이 강하다. 반면 변방은 유연하다. 역사를 보더리도 시대를 뛰어넘는 대안적 가능성과 잠재력은 변방에서 나온다. 4차 혁명 시대에는 새로운 능력이 요구된다. 유연성, 개방성 등에 기초한 새로운 상상력은 변방에서 더 촉진될 수 있다. 미래 영역은 규제가 없다. 변방은 지리적 거리가 중요치 않은 시대, 세계화 시대의 대안적 중심이 될 수 있다. 창의성과 역동성으로 전라도가 기회의 땅이 되길 희망한다.”
  <인터뷰는 제99회 전국체전이 막을 내린 지난 18일 전주 르윈호텔 커피숍에서 진행됐으며 이후 이메일 답변을 통해 기사를 작성했다.>
/이병재기자·kanadasa@

▲약력
1956년 정읍 출생
전주북중 졸업
서울대 사회학과 졸업
연세대 사회학 석사·박사
참여연대 창립 사무처장·집행위원장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상임의장
성공회대 시민사회 복지대학원장, 통합대학원장
미국 남가주대학교, 대만 교통대학교, 일본 동경 케이센대학교에서 한국학 초빙강의
Inter-Asia Cultural Studies 편집위원 등 역임
제20대 서울시교육감


이병재 기자  kanadas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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