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쌀값이 상승하자 '폭등한 쌀값, 가계에 주름살'과 같은 기사가 연일 쏟아지고 있다. 그동안 농업계에서 지적했던 기사가 다시 양산되는 형국이다. 일부 채소 값이 오르면 '물가에 비상이 걸렸다'는 분석기사가 나온다. 상승된 농산물 한두 가지가 가계 전체에 부담을 주고, 물가 관리에도 비상이 걸렸다는 식의 기사가 반복된다. 결국, 소비자들은 현재의 어려운 생활형편이 모두 농산물 가격 폭등에서 비롯됐다고 믿게 되고, 상추를 밥상에서 밀어내야 할 품목으로 지정한다.
올해 8월 애호박, 파프리카, 풋고추, 오이 등이 '급등'했다고 떠들었지만, 농수산물도매시장 가격표를 살펴보면 전년비 각각 2~10% 올랐을 뿐이고, 오히려 오이는 전년비 크게 떨어졌다. 이들 품목이 50~100%씩 '폭등'했다는 언론들의 보도와는 거리가 멀었다. 실제 언론이 비교하는 판매점은 '특정 마트' 등일 확률이 높고, 공급 과잉과 부족 시 소비자가격을 취합한 정도다. 당연히 100%씩 차이를 보이는 품목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게 해야 기사거리가 된다.
그런데 농산물 가격 변동이 물가에 영향을 주는 범위는 한정적이다. 통계청이 물가 자료를 구성할 때 몇몇 채소를 합한 비중은 지수 가중치 1000 중 10~20에 불과하다. 가중치가 무거운 유가 등이 아닌 채소가 1000의 비율을 쥐락펴락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쌀도 마찬가지다. 쌀값이 소비자물가지수에서 차지하는 가중치는 5.2에 불과하다. 가계에서 소비금액이 1000원이면, 쌀값은 5.2원 사용된다. 실제 쌀값이 이번처럼 오르면, 한 사람이 연간 3만원 정도를 더 지출하는 것으로 계산된다. 100만원대 스마트폰을 매년 교체하고, 매일 5000원 이상의 커피를 마시면서 쌀값 상승이 가계 전체에 부담을 준다고 단정하기는 어려운 것이다.
농민들은 속이 탄다. 농산물 가격이 평년대비 10~30%만 올라도 소비자들이 외면하기 때문이다. 또 정부는 수입산으로 부족분을 대체해 가격을 안정시킨다고 나선다. 다시 가격은 떨어지고, 작황 부진 및 가격 하락으로 농민은 다시 빚을 지는 악순환에 빠진다. 공급 과잉으로 가격이 폭락했을 때는 언론과 소비자 모두 무덤덤한 편이다. 이제 농민들이 다시 한 번 자성을 당부하고 나섰다. 2017년 쌀값이 20년 전 수준임을 감안해 ‘쌀값이 정상 수준으로 회복되고 있다’는 기사가 타당하다는 주장이다. 등락 변수가 많은 농산물이 정확히 가계와 사회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분석해 기사화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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