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북도가 농업 연구 및 생산 등에서 농생명 집적화 지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런데 일반에게는 농생명 연구가 생소하다. 전라북도 도민에게 역시 그렇다. 이에 전라북도농업기술원 및 시군기술센터에서 그동안 추진해 온 농생명 연구 결과를 확인했다. 도내 농생명 연구 현장에서 결과물이 농가에 확산되고 있음을 확인하고, 그 파급력이 향후 전북 농업 경쟁력을 얼마나 끌어올릴 수 있을지 예상해 본다. 해당 연구를 진행했던 연구원들에게 향후 전북 농생명 산업이 가야 할 방향도 물어 봤다.

◆연구 배경

곤충은 현존하는 생물 중 다양성이 매우 크며 오래 전부터 양잠과 양봉으로 인간의 일상생활에 이용되고 있다.
최근에는 세계보건기구인 WHO에서 곤충을 차세대 인류의 중요한 식량자원으로 지정하면서 곤충의 가치가 재평가되고, 곤충산업의 성장이 가속화되고 있다.
곤충산업은 기존 양잠과 양봉뿐만 아니라 천적곤충을 활용한 친환경농업이나, 식물의 수정을 돕는 화분매개곤충, 단백질 공급원으로서의 귀뚜라미와 밀웜, 사료용 곤충 등 농식품 영역에서 산업화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또한, 비 농식품 영역에서는 동애등에를 활용한 음식물쓰레기의 친환경적 처리, 쇠똥구리와 같이 가축분변을 분해시켜 환경을 정화시키는 곤충의 이용, 곤충유래물질을 이용한 기능성 신약 개발 등이 새롭게 떠오르고 있으며, 다양한 정서 함양과 심리치유 효과를 위한 애완학습용 곤충 분야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요즘은 곤충을 주제로 한 체험관광, 예술작품, 문화콘텐츠 등도 증가하고 있으며, 생명공학의 발달과 나노기술, 전자통신기술 등 기술의 융복합 추세에 따라 새로운 재료와 물질의 개발이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유전학 연구 성과와 곤충을 모방한 다양한 목적의 로봇이나 비행체 등이 개발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곤충산업을 육성·지원하고 그 발전 기반을 마련하며 곤충생태에 대한 이해 증진을 지원함으로써 농가의 소득증대와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 아울러 국민의 정서 함양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는 '곤충산업의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2012)'이 제정됐고, 농림축산식품부 주도로 '곤충산업육성 5개년 계획'이 2011년부터 1차 시행됐으며, 2016년부터 2차 계획이 실행되고 있다.

2017년 전북 곤충 사육농가는 157호(전국 2,136호)로 해마다 크게 증가하고 있고, 표준 곤충사육시설도 증가하고 있으나, 사육곤충 및 판매액은 흰점박이꽃무지(꽃벵이) 41억원(전국 166억원), 귀뚜라미 4억원(전국 56억원), 장수풍뎅이 2억원(전국 23억원), 갈색거저리(고소애) 3억원(전국 56억원)에 머물고, 기타 사슴벌레, 동애등에, 나비류, 반딧불이 등 10여종이 판매되고 있는 실정이다.
곤충관련 판매장은 14개소(전국 322개소) 정도 생겼으나, 생태공원은 전혀 없으며(전국 13개소), 체험학습장 4개소(전국 87개소), 곤충관련 연구소 2개소(전국 15개소), 곤충축제 1개소(전국 11개소)에 불과하다. 하지만 지자체 예산지원은 곤충사육시설 및 기자재 지원금 24억원으로 전국 87억원 중 가장 많은 지원을 받기도 했다.
전북 곤충산업은 곤충사육농가수로 보면 전국 대비 7.4% 수준으로 낮고, 80~90%가 흰점박이꽃무지를 사육하기 때문에 정서곤충 또는 사료곤충과 같은 유용한 곤충의 다양성을 확보하는게 과제다. 전북을 대표할 수 있는 스타곤충을 개발한다면 곤충산업을 보다 더 활성화시킬 수 있고, 매년 성장추세를 보면 앞으로 발전가능성도 더욱 클 것으로 기대가 된다.

◆연구 과정

전라북도농업기술원 잠사곤충시험장은 2011년 부안군으로 이전되면서 2014년부터 잠사 업무에 곤충 산업을 추가로 도입하면서 곤충산업에 관한 연구를 본격 시작했다.
잠사연구시험장 임주락 박사 연구팀은 전북이 경기도나 경상도 등 타도에 비해 출발이 늦고, 식용곤충이나 애완학습용 곤충 개발도 늦었으나, 기존에 활용되고 있는 곤충의 다양성이 부족하다는 점에 착안해 다양한 곤충을 선발하는 데 연구 역량을 집중했다.
또한, 전라북도 간판곤충을 개발하기 위해 정서곤충을 연구 목표로 삼고 다양한 곤충을 선발하기 시작해 왕사마귀와 방아깨비 사육기술을 개발하기도 했다. 사슴풍뎅이와 옥색긴꼬리산누에나방의 연중 대량 사육기술도 개발하고 있으며, 사육키트와 인공먹이 개발 등 소비를 활성화시키기 위한 상품화 연구도 병행하고 있다.
특히, 전북지역에서 가장 많이 재배되고 있는 뽕나무와 복분자, 블루베리와 같은 베리류를 이용해 역시 가장 많이 사육되고 있는 식용곤충 흰점박이꽃무지의 먹이원인 참나무톱밥을 대체하는 발효톱밥을 개발함으로써 베리류 작목의 이용 가능성 확대와 함께 기능성이 우수한 흰점박이꽃무지를 지역 특산품으로 제품화 하는 연구도 수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대표적인 소리 곤충인 여치류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는데, 소리의 본고장인 전북을 대표할 수 있는 소리곤충을 개발해 다양한 문화콘텐츠와 접목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기도 하다.

◆현황

임주락 박사는 "우리 시험장에서는 전라북도만의 대표 곤충을 개발하기 위해 정서곤충 개발에 목표를 두면서도 현재 가장 많이 활용되고 있는 식용곤충과 사료곤충에 대한 연구를 년차별로 수행해 나가고 있다"면서 "아직은 연구가 유용 정서곤충 선발과 대량 사육기술 개발 수준에 머물러 있지만, 추후에는 사육키트, 인공먹이 등 상품화 기술 개발과 기능성 식품 개발도 집중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임 박사에 따르면 정서곤충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정서곤충의 선발과 대량사육기술 개발 등 곤충의 선정도 중요하지만, 전라북도의 정서와 부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전북 잠사공충시험장에서 개발한 대표적 정서곤충은 왕사마귀 등 4종으로, 애완학습용 뿐만 아니라 심리 치유 효과에도 활용될 수 있다.
왕사마귀와 방아깨비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곤충이지만, 막상 학습용 또는 애완용, 전시용으로 활용하기 위해 찾으려 해도 쉽게 구할 수가 없다.
이는 사육기술이 개발되지 않았고, 실제로 사육하고 있는 곳도 없기 때문이다.
또한, 사슴풍뎅이는 국내에서 일부 제한된 지역에서 5~6월에만 잠깐 나타나기 때문에 흔하게 볼 수 없는 곤충이다.
사슴풍뎅이는 한반도에서 유일하게 뿔을 가진 꽃무지로, 사슴뿔 모양의 뿔을 가진 수컷의 이국적인 생김새에 국내외 많은 곤충 애호가들이 오래전부터 대량 사육을 시도했으나 성공한 사례가 없었다.
옥색긴꼬리산누에나방 역시 국내 대형나방으로 날개편길이가 10cm 정도로 옥색의 화려한 날개를 소유하고 있어 '팅커벨'이라는 애칭으로 불기기도 하는 아름다운 곤충이다.
유충은 5령까지 탈피를 하며 체색변화를 나타내는 독특한 특징을 가지고 있어 학습용, 전시용으로 매우 유용한 곤충이다. 하지만 한국, 중국, 일본 등에서 한 여름에 가끔 볼 수 있을 뿐, 사육기술이 개발되지 않아 사슴풍뎅이와 마찬가지로 쉽게 구할 수 없는 곤충이다.
임주락 박사는 "사슴풍뎅이와 옥색긴꼬리산누에나방의 대량 사육기술 개발은 국내 곤충 애호가들뿐만 아니라 국외에서도 전시용 및 학습용으로 수요가 매우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면서 "잠사곤충시험장에서 개발된 사육기술은 현장에서 접목만 한다면 언제든지 활용될 수 있는 기술이다"고 설명했다.
임주락 박사팀이 개발한 발효톱밥도 도내 농생명 산업에 크게 도움이 된다. 흰점박이꽃무지의 먹이원인 참나무톱밥 대신 전북지역에서 많이 재배되고 있는 뽕나무와 복분자, 블루베리 등 베리류 작목을 이용한 발효톱밥 개발은 성공적이었다. 특히, 뽕나무 발효톱밥이 가장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는 뽕나무발효톱밥에 오디박, 복분자박 등을 첨가해 성충 산란과 유충 발육 특성을 비교하고 있다.
버려지고 있는 베리류 부산물의 활용성을 높이고, 우수한 흰점박이꽃무지를 생산해 지역특산품으로 개발함으로써 베리류를 재배하는 농가에 효과적일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마지막으로 여치는 대표적인 소리곤충으로 1년에 1세대 발생하며, 성충의 몸길이는 암컷이 60mm 정도, 수컷은 50mm정도로 대형 곤충이다.
우리에게는 나비와 같이 매우 친근감이 있는 곤충인데, 예로부터 우리나라에서는 보릿대로 만든 집 안에 여치를 키우며 여름철 울음소리를 감상하던 풍습이 있었다.
외국에서도 여치는 여름철에 우는 대표적인 정서곤충으로 애용되고 있을 만큼 친근한 곤충이다.
연구팀은 현재 긴날개여치와 철써기를 대상으로 사육 최적환경 및 생태에 대해 조사를 수행하고 있고, 여치 알 휴면타파 등 대량사육기술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연구 효과

임주락 박사는 "전라북도를 대표하는 정서곤충의 개발은 농생명 산업에서 가장 앞서가고 있는 전북 이미지와 부합하며, 파급효과는 대단히 클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며 "우리 시험장에서 개발된 정서곤충 대량사육기술은 현장에서 언제든지 접목이 가능할 수 있도록 매뉴얼 개발이 시급하고, 소비 활성화를 위한 상품화 모델 개발도 다급하다"고 말했다.
정서곤충 시장은 개발된 곤충 종류가 아직 적은데 반해 개발해야 할 사육기술은 곤충의 다양성만큼이나 무궁무진하다.
정서곤충은 생태공원, 체험학습장, 지역축제 프로그램과 연계해 6차 산업화를 통한 부가가치 창출 가능성이 높으며, 정서곤충 기르기 세트, 액자용품, 채집용품, 곤충 악세사리 등 관련 산업의 성장 가능성이 대단히 높은 분야이다.
더욱이 토종곤충의 품목 확대는 곤충을 접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다양한 국산곤충의 매력을 느끼게 하고, 관심있는 분야와 취향을 쉽게 확장시켜 나갈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이와 관련, 임주락 박사는 "우리가 주목하고 있는 품목 중 하나는 소리 곤충이다"면서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주거환경과 자연이 분리되고, 도시 사람들이 들을 수 있는 소리의 범위는 기계에서 흘러나오는 생활소음 혹은 노랫소리 정도로 제한적인데, 사람들은 ASMR과 같은 백색소음 등 청각적 자극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어 곤충의 소리가 매력적인 자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임 박사는 "한국에 소리를 낼수 있는 메뚜기목은 100종 이상이 있으며, 듣기좋은 소리를 내는 종류만도 수십가지 종이 있다"며 "지역과 환경마다 서식하는 종류도 다양하기 때문에 충분히 지역적 특색으로 활용이 가능하고, 청각적으로 막혀있는 도심에서 이런 소리를 가까이서 듣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정서적 효과가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아울러 충분한 자본과 기술이 곤충산업에 투입된다면 판매할 수 있는 생물뿐만 아니라 용품시장의 확대까지 노려볼 수 있고, 업체간의 유기적인 협업을 통해 곤충산업 시장의 전체적인 발전도 기대할 수 있다는 게 임 박사의 지론이다.

◆전북 농생명 산업 방향

임주락 박사 연구팀은 곤충 연구를 시작하면서 늦은 밤부터 새벽까지 잠을 설쳐가면서 곤충을 채집해야 했다.
다행히 시험장이 있는 변산반도는 우리나라 국립공원 지역으로 매우 다양한 곤충이 채집됐다.
옥색긴꼬리산누에나방을 처음 봤을 때 정말 아름다운 곤충임을 실감했고, 사슴뿔모양을 가진 사슴풍뎅이를 발견했을 때 즐거움과 보람을 느꼈다고 한다.
주변 농가와 사육기술을 공유하고 실패와 성공을 반복하며 많은 어려움도 겪었고, 많은 곤충들을 보관하고 사육기술을 개발하기에는 충분한 시간과 공간이 주어지지 못해서 진한 아쉬움을 느끼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을 두고 하나씩 개발할 수 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다양한 품목과 기술들이 개발되고 있지만,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너무나 많다. 개발에 성공해서 어떻게 농가에 보급하고, 어떻게 실용화시킬 수 있을 것인지도 고민이다.
결국, 소비활성화를 통한 혁신이 필요하다는 게 임 박사의 주장이다.
임주락 박사는 "곤충산업에서 새로운 시장을 열기 위해서는 소비자의 숨겨져 있는 수요를 잡아내고, 그 가치를 볼 수 있도록 징검다리 역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임 박사에 따르면 곤충들을 기르기 위해서는 식물을 포함한 작은 생태계가 필요하다. 식물과 마찬가지로 곤충들도 충분한 수분과 햇빛을 줘야 하며, 같이 자라나는 식물을 먹이 혹은 생활공간으로 여기면서 살아가도록 해야 한다.
따라서, 사육환경에서 곤충들을 기르는 사육장, 먹이, 유기물로 구성된 흙 등 얼마나 작은 생태를 균형있게 잘 구현했는가가 곤충의 상태와 건강을 좌우한다.

임주락 박사는 "곤충은 비록 수명은 짧지만 성장속도가 빠르고 활동적이다. 관찰하는 입장에서 늘 재밌고, 신선한 경험을 할 수 있게 도와준다. 또한, 후대를 낳고 길러나가는 주기가 빠르기 때문에 하나의 생태를 유지하고 이어나간다는 보람도 느낄 수 있다. 곤충에 대한 혐오감, 그 진입 장벽을 넘어선 사육자들은 곤충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매력에 빠질 기회가 주어진다. 학문에서도 특정한 분야에 대한 관심이 다른 분야로 확장되는 경우는 흔하다. 곤충의 활용분야는 매우 다양하다. 식용곤충뿐만 아니라 전시 및 행사에도 활용되고, 학습용 콘텐츠로 개발돼 교과과정과 연계한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 귀뚜라미를 이용한 심리치유 효과도 구명됐다. 농가와 소비자가 원하는 사육곤충 메뉴얼을 개발하고, 체험요소 다양화 등 수요층 확대를 위한 노력과 시범사업, 체험프로그램 개발 등 다양한 지원체계를 마련한다면 전북에서 곤충산업은 커다란 붐이 일어날 것으로 기대된다"고 강조했다./황성조기자 전라북도농업기술원 취재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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