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기 전주대 관광경영학과 교수

가을을 대표하는 관광 매력물중 하나가 단풍과 꽃이다. 올 가을 핑크뮬리가 많은 인기를 끌었다. 국내에서는 분홍쥐꼬리새 라고도 불리는 핑크뮬리의 크기는 높이 30~90cm, 너비 30~90cm 정도이며 9~11월 사이에 개화하는 여러해살이풀로 습한 기후, 더위, 가뭄 등을 잘 견딜 수 있고, 겨울을 날 수 있다. 여름에는 푸른빛의 잎, 가을에는 분홍빛에서 자줏빛의 꽃 색깔이 아름답기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흔히 조경용으로 식재된다. 핑크뮬리가 이렇게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는 그간 우리나라에 소개된 지 오래지 않아 자주 접해보지 않은 식물이고 꽃 색깔이 사진의 배경으로 잘 어울려서일 것이다. 핑크뮬리 명소로 꼽히는 곳을 살펴보면 서울 마포구 하늘공원, 부산 대저생태공원, 경주 첨성대, 전주 등 전국적으로 이미 퍼져 있는데, 이렇게 급속히 확산된 이유는 인스타그램등 소셜 미디어의 영향으로 ‘핑크뮬리 스팟 사진 찍기’와 사진 공유를 통해 ‘핑크뮬리 인증 샷 명소’들이 알려진 후 전국의 많은 지자체에서 핑크뮬리 심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핑크뮬리가 토종이 아니라 외래종이며 원산지는 미국이라는 사실을 제대로 아는 이들은 별로 없을 것이다. 물론 관광객 입장에서는 외래종이든 국내종이든 신경 쓰지 않고 즐기기에 몰두할 수 있다. 하지만 지방자치단체들이 외래종 식물을 관광 매력물로 조성·활용하는 것은 시류에 휩쓸려 단기적인 대응을 하는 것으로 문제라 볼 수 있다. 불과 2년 전 포켓몬고(모바일 게임) 열풍에 힘입어 전주시가 ‘제2의 포켓몬고’를 개발한다고 밝혔지만 1년도 안 돼 인기가 사그라진 것을 예로 보면 공공에서 개발하는 관광 매력물 개발 사업은 유행을 따라가서는 안 되고 관광 매력물을 기획하기 위해서는 지역특성과 연계해 차별화를 둬야 한다. 핑크뮬리 사례와 달리 식물(꽃)을 매개로 지역산업과 연계하여 경제적 파급효과를 창출하고, 우리 작물에 대한 관심도 키울 수 있는 관광자원 개발이 필요한 것이다.
이런 사례로 정읍의 구절초를 들 수 있다. 구절초란 초롱꽃 목 국화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정읍시 에서는 구절초를 단순히 경관용으로 활용하는 차원을 넘어 가공 산업을 육성하고 이를 위해 구절초 아카데미를 통해 주민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며 구절초 음식개발과 총면적 12만㎡ 구절초 테마파크도 조성하였고 2005년부터 축제도 개최하고 있으며 축제를 통해 전국의 가을 상춘객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올해로 13회째를 맞는 이 축제는 2012년 한국관광공사 선정 10월의 대표축제 5선에 선정되는 등 전국 가을축제 중에서도 대표축제이며 솔숲 아래에서 피어나는 구절초의 아름다움은 정읍의 아름다운 가을을 대표하는 풍광으로 꼽힌다. ‘국내 여행지 베스트 그곳 ’, ‘전국 지자체 상징 꽃 선정’ 등 다양한 수상을 통해 그 명성을 입증하고 있다. 또한 2015년 '구절초 축제'로 널리 알려진 전북 정읍시 산내면 행정구역 전체가 '구절초 향토자원 진흥특구'로 지정됐다. 진흥특구 지정으로 도로교통법·농지법·산지관리법·식품위생법 등 모두 7건의 규제에 관한 특례를 받게 돼 민간자본 유치는 물론 구절초와 관련된 각종 개발 사업이 탄력을 받게 됐다. 특히 산내면 일대의 구절초 군락지가 전국에서 유일하게 '지역특화자원'으로 인정받음에 따라 '구절초 축제'는 더욱 활기를 띠고 구절초를 활용한 각종 제품생산도 활성화할 전망이다.
또한 고창군의 경우 보리재배 최적지라고 불리며 블랙보리 등 기능성 보리가 가장 많이 재배되는 곳이며 보리의 경우 전국 2위의 재배면적을 가지고 있다. 호남지역의 대표적인 경관농업 단지인 학원농장은 30만여 평 대지에 매년 봄보리가 만들어 내는 푸른 아름다움이 소문나면서 이제는 봄을 맞이하는 청보리 밭 축제가 열리는 유명한 곳이 되었다. 전국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청보리 밭 사이 길을 따라 산책을 즐기며, 보리를 거두고 난 후에는 메밀을 심는데 늦여름에서 초가을, 8월 말에서 10월 초까지 이곳은 하얀 메밀꽃 세상으로 변한다. 보리축제가 끝나고 농장을 놀리는 것이 아까워 메밀을 심는 아이디어를 냈다고 하며 청보리 밭 못지않은 아름다운 풍경이 많은 사람들을 이곳으로 초대한다. 고창군은 이러한 배경 하에  농촌진흥청 ‘특산자원 융복합 사업’ 선정되기도 하였다. 이러한 사례에서 보듯이 지역에서 관광자원을 개발할 때는 창의적 사고(독특함)로 접근하여야 하고, 지역의 고유성(문화적 속성, 지역적 특성등)을 포함하여야 하며 환경적 측면과 경제적 측면, 관리운영 측면등 지속가능한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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