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심 시인이 수능시험을 앞둔 아이들을 위한 시 ‘별빛 목욕탕’을 14일 발표했다.
  시인은 제주의 풍속과 방언을 사용한 ‘별빛 목욕탕’에 대해 “수능을 치러야 하는 전국의 수험생들을 격려 차원에서 가난한 아버지가 아들에게 주는 삶의 지혜같은 시”라고 밝혔다.
  한편 시인은 지난 10일 강영란, 김정희, 박희순, 양민숙, 장한라 등 6명의 시인과 함께 제주꿈바당어린이도서관 북카페 전시공간에서 시화전을 열었다.
  이들은 그동안 '제주 인 문학'을 통해 제주와 문학을 다양한 방법으로 표현하고 교류하는 행사를 가져왔다.

  "아버지는 뒤란의 우물을 메우지 않고 목욕탕 하나를 만들어 주셨습니다
  내 인생이 굽을 볼 때
  바닥에 닿으려는 저를 살며시 씻겨주는 한밤의 목욕

  산방산 그늘마저 사라진 한밤
  마농꽃 냄새 삼동 냄새 보리 익는 냄새를 따라
  어둠 속에서 초원을 휘젓던 말 탄 소년이 달려옵니다
  오름 위에서 바라보던 바다가 우물 속처럼 찰랑이면
  볼이 터질 듯 부풀어왔던 소년
  마음 가득 모험과 호기심으로 흥미진진하여
  마음 밖 소란은 마음 밖의 무관함으로 순한 눈빛을 지니던 소년
  타향살이의 손가락질이 두려워 꿈을 펼치기도 전에 소란에 휩쓸려 찢어버린
  꿈의 조각들이 하늘 가득 떠있습니다

  한낮이 부끄러워 그늘로만 걷던 내가 맨몸으로 세상에 빛을 쬐는 시간
  조금씩 조금씩 밝음의 빛으로 다가가기 위한 시간
  소진한 제 빛이 안간힘을 쓰며
  우물 속에 앉아 별을 쬐는 밤
  우물 안 개구리가 금박무늬로 폴짝 떠올랐습니다
  섬 하나가 온통 별빛으로 빛납니다

  아버지는 제 일기장을 버리지 않으시고
  큰 몸통에 걸맞은 커다란 마음 담아주시려고
  고향집 뒤란에 목욕탕 하나 남기고 가셨습니다."
  <‘별빛 목욕탕’ 전문>
  *마농: ‘마늘’ 제주어
  *삼동:‘상동’ 제주어,  까맣고 달달한 열매
/이병재기자·kanad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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