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숨 2018 공감공유전 두 번째 순서 임대준 개인전 ‘묵상-산3’이 24일까지 열린다.
  화가로서 임대준은 온전한 침묵 속에 자리하고 있다. 특히 작품 속에서 그를 찾는다면 간절한 그리움, 한없는 고요함 그리고 깊은 쓸쓸함 같은, 어쩌면 인고의 세월을 묵묵히 버텨내야 했던 ‘어머니’와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그는 외향적으로 ‘아버지’를 닮아가지만 내면은 항상 ‘어머니’를 지향하고 있다. 이러한 임대준의 성향은 이번 전시 ‘묵상-산’에서 직접적으로 나타난다.
  먼저 ‘묵상’이라는 단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먹이 한지에 닿으면서 나타나는 다양한 표정(墨象)은 작품을 창작하는 작가의 행위를 일컫기도 하지만, 이러한 행위 이전에 작가는 말없이 속으로 생각하는 또 다른 묵상(?想)의식을 치러야 한다.
  작가가 말하는 수묵은 전통적 재료이지만 스밈과 번짐의 성질로 인해 즉흥성과 추상성을 갖고 있어 현대적인 재료로도 매우 훌륭하다고 한다. 또한 스밈과 번짐의 성질을 조절하고 제어해야 하는 수묵은 오랜 숙련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말한다. 작품 제작에 있어 작가는 ‘우연’이라는 단어로 설명하지만 무엇을 그릴 것인가에 대해 먹과 종이를 사이에 두고 깊은 고민에 빠진 것이 한두 번이 아니다.
  이러한 고민은 이번 임대준 작가의 작품에 의식처럼 배어있다.
  작품의 제작 방법은 그가 고안한 기법, 한지에 먹칠한 후 마르기 전에 깨끗한 한지를 덮어 판화처럼 찍어내는 방법으로, 먹의 번짐과 스밈 속성을 최대한 이용하여 제작하였다. 또한 비백(먹으로 채워지지 않는 흰 부분)의 활용으로 화면의 힘을 유지하였고 완성 후 가필은 하지 않았다고 한다.
  작가는 수묵과 한지의 만남 속에서 일어나는 무궁무진한 변화, 즉 한 가지 색상으로 한정할 수 없는 먹색의 자유로움 그리고 비백과 어우러진 다양하고 우연한 표정을 고도의 통제 행위를 통해실경산수(實景山水)처럼 작품 속에 잡아 놓았다.
/이병재기자·kanad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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