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국내 시판 중인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와 구제역 소독약의 품질이 잘못됐다는 지적이 있었다. 성실하게 소독했는데도 효과를 보지 못해서 나온 지적이다. 이에 농림축산검역본부가 부적합 제품을 퇴출시키는 한편, 동물약품기술연구원이 2차로 효력 검사를 실시해 품질을 재확인하고 있다. 그런데도 소독 효과가 일정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최농훈 건국대 교수가 방역 현장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놀라운 사실이 밝혀졌다. 구제역과 AI 생산농가에서 유효농도에 못 미치는 소독약 희석액을 뿌리고 있었으며, 더욱 철저한 방역이 요구되는 거점소독시설과 공공축산시설에서도 같은 사례가 발생하고 있었다.
일반적으로 소독약 대비 물은 권장 희석배수의 1~2배 수준을 넘지 않아야 적절한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런데 최농훈 교수가 구제역 방역 대상 215곳의 시료를 분석한 결과, 적정 농도로 희석해 사용한 곳은 7곳(3.5%)에 불과했고, 저농도 60곳, 소독약 성분 거의 없는 '맹탕'이 27곳, 부적합 약품 사용이 22곳이었다. 적정 농도 7곳 및 고농도로 사용한 99곳을 빼면 절반 이상이 헛수고만 하고 있는 셈이다. AI 방역 현장 80곳 중에서도 적정 농도 11곳 및 고농도는 25곳으로 나타났고, 저농도 25곳, 맹탕 15곳, 부적합 4곳으로 나타났다. 특히, 공공축산시설인 도축장 14곳과 사료공장 4곳 중 적정농도의 소독약을 뿌린 곳은 한 곳도 없었으며, 이 중 13곳은 저농도나 맹탕 소독약을 사용하고 있었다. 도계장과 사료공장 역시 10곳 중 8곳이 맹탕 소독을 진행하고 있다. 더욱이 축산 차량이 반드시 거쳐야 할 거점소독시설 14곳 중 6곳도 소독약 농도를 맞추지 못했다. 이렇게 공공축산시설에서 소독약을 제대로 희석하지 못하는 이유는 사람이 수시로 기계에 소독약을 보충해야 하기 때문이다. 차량 이동량이 많은 곳에서 손발이 모자란데, 물은 자동으로 보충되지만 사람이 소독약 비율을 수시로 확인하지 못해 맹탕 소독약이 뿌려진다는 것이다. 이에 축산농가 및 방역 관계자들에 대한 소독약 사용법 교육을 추진하고, 당장 현장에서 소독약 농도를 간단히 확인할 수 있는 간이 검사키트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나아가 적정한 소독약이 적절한 비율로 섞여 뿌려질 수 있도록 소독 기계를 개선해야 한다. 가축질병이 발생했는데 찬바람에 고생하며 맹물만 뿌리는 일이 반복되어서는 안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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