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농촌은 이제 ICT(Information and Communications Technologies) 융복합으로 이뤄지는 첨단기술농업을 지향하고 있다. 6차산업과 연계되는 창업농업과 4차 산업혁명을 통해 미래농업으로 가는 데 청년들은 가장 중요한 주체가 된다. 뿐만 아니라 농촌 초고령화 시대에 접어들면서 우리 농촌을 유지하는데도 청년들의 농업 창업은 필수 요소로 꼽히고 있다. 농촌의 무궁한 자원을 활용해 농업을 희망산업으로 가꾸는 데 역시 이들의 관심이 절실한 시점이다. 청년 농업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영농 의욕을 복 돋아 주기 위해 농촌에 먼저 뛰어든 청년 농업인들에게 농촌·농업을 물어 봤다.

◆5년차 농부 김정직

군산에서 오이, 호박, 가지, 토마토 등 1만1,550㎡(약 3,500평) 시설채소를 재배하는 김정직씨(32)는 비교적 늦게 전공을 바꿔 농업에 정착한 5년차 농부이다.
약 25년 전 아버지가 목회자 일로 경기도에서 군산시로 자리를 옮기면서 김정직씨 온가족이 군산에서의 삶을 시작하게 됐다.
김정직씨 아버지는 목사 일을 겸하면서 20여 년 전부터 농지를 임대해 시설채소를 재배하기 시작했다. 때문에 김정직씨 역시 어릴 때부터 부모님 일손을 도우며 농사 경험을 쌓았다.
하지만 당시 김정직씨의 미래 계획에 농사일은 없었다. 김정직씨는 대학 시절 필리핀으로 유학을 가게 됐고, 마케팅을 전공했다. 그러다 집안 사정으로 잠시 휴학을 결정하게 됐고, 이때 워킹홀리데이 기회를 찾아 호주를 방문했다. 그런데 호주 토마토 농장에서 1년을 일하면서 처음으로 농사에 대한 인식이 변했다.
김정직씨는 "나도 농사를 잘 지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처음 들었습니다."라면서 "그런 자신감과 함께 수익구조 역시 좋아 미래 직업군으로 농사를 올리기 시작했습니다."라고 회상했다.
이후 한국에 돌아온 김정직씨는 부모님과 진지하게 미래 진로를 상담하게 됐고, "결심이 굳었다면 조금이라도 일찍 경험을 시작하는 게 어떻겠느냐?"는 부모님의 의견에 동의하게 됐다.
결국, 김정직씨는 농업인 전문교육을 받았는데, 운 좋게도 '후계 농업인'에 선정되면서 농촌에 정착하기로 결심을 굳혔다.

김정직씨는 뒤늦은 선택을 만회하려 농업 교육에 매진했다. 농식품인력개발원과 군산시농업기술센터 등에서 채소 관련 전문 교육을 받았으며, '강소농 교육', '디지털농업인대학', 한국농수산대학교의 '마이스터' 2년 과정 등을 수료했고, 4-H를 소개받은 바로 다음해부터 군산시 회장을 겸하면서 인맥을 쌓았다.
김정직씨는 "뒤늦은 선택이라고 생각한 저는 농업 교육에 몰두했었습니다. 그런데 많은 지식을 얻은 것 보다 인맥을 확장한 것이 더욱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고, 교육을 잘 선택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라고 말했다.
교육에서 보다 많은 지식을 얻은 것도 사실이지만, 경험과 인맥, 빠른 정보 습득이 영농 정착에 더욱 큰 힘이 됐다는 게 김정직씨의 설명이다.

◆친환경 토경 시설 재배

김정직씨 농장은 가족 단위로 운영되고 있어 인력 수급에 크게 어려움을 느끼지 않는다. 김정직씨가 군산시농업기술센터 내 '농부의 식품공장'으로 조청을 제조하러 갈 때만 일손을 구하면 된다. 김정직씨는 군산시 농업인 4명과 함께 팀을 결성해 조청 사업을 병행하고 있는데, 현재 홈쇼핑과 학교 급식에 납품되며, 내년에는 서울 은평구에까지 납품할 예정이다.
또한 시설에서 10가지 채소를 재배함으로써 인력난을 겪지 않도록 조절하면서, 특정 품목의 홍수 출하나 가격 폭락에도 대비하고 있다. 아울러 생산품의 90% 이상을 농협이나 대전 공판장으로 출하하고 있는 김정직씨는 연로한 아버지 대신 농장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고민도 담당한다. 일부 상품을 지역 로컬푸드에 납품하면서도 개인 직거래를 위해 개인포장을 디자인하기도 했다.
김정직씨는 "그런데 채소라는 게 가격 등락폭이 심하고, 대량 소비하는 개인고객들도 적어 소포장이 되는 게 대부분이었어요."라며 "이젠 포장 보다는 품목과 품질 향상에 집중하며 채소를 재배합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제가 마이스터 친환경채소과를 졸업한 만큼 우리 농장의 채소들은 토지에서 99% 친환경으로 재배하고 있고, 내년에는 친환경 인증을 받으려 합니다. 양액 고설재배가 아닌 토경이어서 땅에 대한 친환경 농법을 고민하는 게 요즘 제 최대 일과입니다."라고 덧붙였다.

◆계획

김정직씨는 내년부터 시설 열대과일에 도전하려 한다. 시설하우스 자체가 군산에서는 드물 정도로 경쟁력이 있다. 특히, 열대작물을 첫 번째로 재배한다면 가격 경쟁력도 클 것이란 게 김정직씨의 계산이다. 귤, 천혜향, 한라봉, 레드향, 황금향 등 재배조건이 비슷하면서도 단가가 높은 상품이 많다.
5~7년생 나무를 심어 재배가 활성화되면 쥬스나 잼, 동결건조과자 등 가공 산업도 추진할 계획이다. 또한, 아직 구체화 되지는 않았지만, 열대과일을 활용한 체험농장이나 카페 등 6차산업화 계획도 준비하고 있다.
김정직씨는 "더 열심히 준비해서 군산에서 최초이자 최고 열대작물 재배자가 되는 게 우선 목표입니다"라면서 "열대과일 재배가 지역 선도사업이 되면 지원도 우선적으로 받을 수 있는 장점도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일반적 어려움

김정직씨 농장은 가족 경영이다 보니 종종 가족 간 갈등이 발생한다. 또한 아버지와 아들 간 관행 농법과 신 농법으로 의견이 달라 겪는 갈등도 존재한다. 하지만, 농장이 홍수로 침수돼 1년 농사를 망친 경우나 보일러에 불이 나 시설 한동을 태운 일 등에 비하면 일반적이 어려움일 뿐이다.
김정직씨는 개인적으로 교통사고를 당해 다리가 크게 다치기도 했다.
김정직씨는 "전 보다 힘을 크게 못 쓰는 게 불편할 뿐, 어려움은 없습니다. 이제 농업은 대부분 기계가 하는 시대이거든요. 때문에 시설의 스마트화를 크게 고민하고 있기도 합니다."라고 말했다.

◆후배들에게

김정직씨는 농업에 도전하려는 후배들에게 현실적인 조언을 남겼다.
첫째로는, 농업 기반이 없는 젊은이들도 도전할 만한 게 농업이라고 강조했다. 대농 부모들 둔 자녀들은 대부분 기존 농사를 이어가려고만 할 뿐 도전 정신이 결여된 단점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기반이 없는 젊은이들도 창업할 수 있는 게 농업이고, 대출을 받아 장사에 투자하기 보다는 농업에 투자하는 게 훨씬 실패 확률이 줄고 성공률이 높다는 게 김정직씨의 지론이다.
두 번째로는 인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각 시군농업기술센터 등을 통해 사람을 많이 만날수록 정보를 먼저 접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각종 지원 정책에 선정되는 데도 유리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인맥은 농사를 성공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설명이다.
세 번째로는 처음 농사에 도전하려 할 때 남들이 이뤄놓은 규모와 비교하지 말라고 강조한다. 기반 없이 시작하려는 데, 규모화 된 농가와 비교하면 괜히 두려움만 앞서고, 농업을 어렵게 생각해 포기가 빠르다는 것이다. 규모화 된 기존 농가들도 처음 어려움을 모두 경험한 만큼 새로운 도전자들도 어려움을 겪기 마련이라는 것. 어려움을 겪고 도전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간단한 진리와 다름없다.
마지막으로 농업은 갈수록 일반 사회구조 보다 장점이 많아지는 만큼, 도전할 가치가 충분하다고 강조한다.
김정직씨는 "요즘 농업인은 일과가 끝나면 직장인과 똑 같이 사회생활을 병행합니다. 또한 농업이 정착 단계에 들어서면 대기업 다니는 직장인 보다 수익도 훨씬 많아집니다. 끝까지 살아남을 수 있는 직업도 농업입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도 농업입니다. 정년도 없습니다. 농업을 영위하며 당당하게 살 수 있는 시대가 자꾸 빨라지고 있음을 느낍니다. 농업에 도전해 봐야 내 말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라고 말했다./황성조기자 전라북도농업기술원 취재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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