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이 익어가는 가을이면, 완주군에서는 걷기행사가 열린다. 바로 고종시 마실길에서. 고종시 마실길이 생소한 이들에게는 완주군 말고, 다른 행정구역이 있는지 하고 의아해하기도 하겠지만 고종시는 ‘시(市)’가 아닌 감나무 ‘시(枾)’다.
완주군 동상면에 위치한 고종시 마실길은 조선시대 고종 임금이 동상곶감을 즐겨 먹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어디에서 어떻게 걸을까
위봉산성에서 위봉폭포, 시향정 전망대, 다자미마을, 학동마을, 거인마을까지 총 18㎞에 다다르는 길이 바로 고종시 마실길이다. 소요시간은 총 7시간.
18㎞나 되는 구간이기에 자신의 체력을 코스를 정하는 것이 좋다. 완주군에서 매년 가을에 열리는 ‘고종시 마실길 걷기’ 행사는 주로 소양 위봉사 주차장에 모여서 위봉폭포, 시향정 전망대를 지나 동상 학동마을까지 걷는다. 이 코스가 1코스로 불린다. 2코스는 학동마을에서 대부산재를 넘어 거인마을로 이어진다.
고종시 마실길은 위봉폭포의 경관가 어우러져 단연 일품이다. 숲길에는 개망초꽃, 질경이 등이 반긴다. 역사와 문화도 만날 수 있다. 위봉사, 송광사, 위봉산성이 바로 이 고종시 마실길에서 만날 수 있다.
▲마실길에서 만나는 역사
위봉사는 백제 무왕때 지어졌다는 이야기가 있다. 신라 말기, 최용각(崔龍角)이 말을 타고 전국 산천을 유람할 때, 봉산(鳳山) 남쪽에 이르러 등나무 덩굴을 잡고 겨우 산꼭대기에 올라가니 풀섶에서 상서로운 빛이 비치고 있었다고 한다. 그 빛을 따라가 보니 거기에는 세 마리 봉황새가 날고 있어 그는 여기에 절을 짓고 위봉사(圍鳳寺)라 칭했다는 전설이 내려온다.
전설과 함께 마주한 위봉사는 위용이 넘친다. 그 위용에 감탄하며 안으로 들어가면 탁 트인 절 풍경을 마주할 수 있다.
위봉사를 감싸고 있는 위봉산성은 동학농민혁명으로 전주가 함락되었을 때 태조의 어진과 조상의 위패를 옮겨왔던 곳이다.
봄이면 진입로부터 약 2㎞에 걸쳐 펼쳐지는 벚꽃이 장관을 이루는 송광사. 벚꽃의 명소이기도 하다. 여름에는 연못에 연꽃이 활짝 피어나 장관을 이룬다. 한국의 전통적인 정원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는 절이다.
신라 경문왕(景文王) 때 도의선사가 세웠다고 전해진다. 종루 등 국가지정문화재와 시도유형 문화재가 소장돼 있으며, 템플스테이에도 참가할 수 있다.
▲근처 들릴만한 곳
완주군 동상면에는 대아수목원이 있다. 대아댐 호반도를 달리면 나오는 대아수목원은 삼나무와 편백나무숲 사이로 맑고, 깨끗한 계곡이 흐른다. 열대식물원, 금남화 군락지 등의 볼거리가 풍성하다.
이외에도 동상 운장산 계곡은 특히나 여름철 최고 인기 피서지다. 시원한 물속에 첨벙 들어가 더위를 식히는 것이 여름이 묘미라면, 가을에는 주변경관과 붉게 물든 단풍이 더해져 한 폭의 산수화를 만날 수 있다.
또한, 동상면 사봉리 밤티마을에는 만경강 발원지인 밤샘이 있다. 만경강은 호남평야의 중심부를 지나 황해로 흘러들며 호남평야의 젖줄이라고 불린다. 만경강이 시작되는 밤샘은 밤티마을 남서계곡에서 발원한다. 소박하고 작은 샘이 방문객을 반긴다./완주=임연선기자lys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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