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엽제 후유증을 판단한 상급 종합병원 진단에도 불구하고 보훈병원의 진단만을 근거로 환자로 등록치 않은 보훈지청의 처분은 위법하다는 판결이 났다.

대법원 1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월남전 참전자 A씨가 전북동부보훈지청장을 상대로 낸 고엽제 후유증 환자 비해당 결정처분 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9일 밝혔다.

A씨는 1972년 4월 20일 월남전에 참전한 뒤 ‘다발신경병증’ 진단을 받아 2014년 12월 5일 말초신경병에 관한 고엽제 후유증 환자 등록을 신청했다. 보훈지청은 광주보훈병원 검진 결과를 이유로 비해당 처분했다.

이후 A씨는 2015년 3월 30일 상급 종합병원인 전북대병원에서 ‘기타 다발신경병증 및 말초 신경병증’ 최종 진단을 받았다. 보훈지청에 고엽제 후유증 환자로 재차 신청했지만 보훈병원 재검 결과가 종전과 동일하다는 이유로 반려됐다.

고엽제 후유증 환자 비해당 처분에 대한 취소를 요구하는 이씨의 소송 제기에 1심은 “전북대병원의 검사 결과 등을 봤을 때 말초신경병이 발병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면서 “보훈병원의 검진은 절차에 불과하며, 고엽제 후유증 환자 결정은 보훈병원 검진 결과의 적법여부가 아닌 발병 여부에 따라야 한다”며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2심 역시 “보훈심사위원회의 심의 및 의결 없이 상이등급 또는 장애등급을 서면으로 판정할 수 있는 경우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이 사건 처분은 규정된 절차를 지키지 않아 위법해 취소돼야 한다”면서 1심을 유지했다.

대법원 재판부는 “고엽제 후유증 환자 등록 신청인의 상급 종합병원 최종 진단과 보훈병원의 검진 결과가 상이한 경우 보훈심사위원회의 심의 및 의결을 거쳐 등록에 관한 결정을 해야 한다”며 “절차를 거치지 않고 보훈병원장의 검진 결과만을 토대로 고엽제 후유증 환자 비해당 결정을 처분한 것은 절차를 거치지 않은 하자가 있어 위법하다”고 설명했다.

관련법은 고엽제 후유증 환자 등록을 할 때 원칙적으로 보훈병원에서 환자 여부를 검진하면서도, 신청인이 상급 종합병원의 진단서를 제출한 경우에는 검진을 생략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관련 지침 역시 상급 종합병원 최종 진단서 제출자 가운데 고엽제 후유증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불분명할 경우 보훈심사위원회에 심의를 의뢰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권순재기자·aonglh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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