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홍재 농촌진흥청 식량산업기술팀장

바야흐로 김치의 계절이다. 월동준비의 꽃이라 불리는 김장철이기 때문이다. 소금에 잘 절여진 물기 빠진 배추에 고춧가루 양념을 쓱쓱 발라주면 겨우내 귀한 식량이 될 김장김치가 완성된다. 잘 익은 김치도 맛이 좋지만 갓 만들어낸 아삭한 겉절이도 별미이다. 특히 돼지 수육을 곁들이면 금상첨화. 하지만 무엇보다 고슬고슬하게 지은 따뜻한 쌀밥과 찰떡궁합이다. 숟가락에 수북이 올린 쌀밥 한 술에 갓 버무린 김치 한 가닥은 이 계절이면 생각나는 맛이다.
맛있는 쌀밥은 가을에 수확한 햅쌀을 도정해 지은 것이다. 햅쌀은 적정한 수분이 들어있고 점성이 강해 식감이 좋다. 게다가 갓 지어낸 밥의 자르르한 윤기는 눈까지 즐겁게 한다. 하지만 햅쌀이라도 도정 후 7일이 지나면 맛과 영양이 줄어든다. 계절별로 쌀 품질이 유지되는 기간도 조금씩 다르다. 겨울철에는 한 달, 여름철에는 15일이다. 이 기간이 지나면 밥맛이 떨어지게 되므로 가정에서 쌀을 구입 할 때는 양곡 표시사항을 확인하고, 완전미 비율이 높은 소포장 쌀을 구매해 냉장고에 보관하면 보다 오래 맛있는 쌀밥을 즐길 수 있다.
어쩔 수 없이 묵은쌀을 먹어야 한다면 밥을 지을 때 레몬즙이나 식초를 약간 첨가해 산성도를 높이면 밥맛이 좋아진다. 또한 쌀 1컵당 1~2g정도의 식용유를 조금 넣는 것도 한 방법이다. 기름이 쌀알을 코팅하는 역할을 해야 전분의 노화를 늦춰 밥맛이 좋게 된다고 한다.

농촌진흥청은 우리 쌀 경쟁력 확보를 위해 쌀 품질고급화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실시하고 있는 ‘3저(低) 3고(高)’운동이 대표적이다. 3저는 벼 재배면적 줄이기, 질소비료 사용량 줄이기, 벼 직파재배 확대로 쌀 생산비 줄이기를 말한다. 3고는 밥맛 좋은 품종 재배 확대, 완전미 비율 높이기, 쌀 가공식품 개발을 통한 쌀 소비 확대이다. ‘3저 3고’운동은 쌀 산업의 지속적인 유지에 대한 책임감과 자긍심을 높이기 위해 농촌진흥기관과 농업인 단체, 소비자단체가 함께 추진하는 민간합동 캠페인이다. 
‘3저 3고’운동으로 지속가능한 쌀 생산기반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쌀 전업농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실천이 중요하다. 이에 따라 농촌진흥청은 쌀 전업농들이 현장에서 실천할 몇 가지 사항을 제안한다. 
첫째, 지역 적응성 품종을 재배하고 최고 품질 벼 품종의 신속한 현장 확산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농촌진흥청은 들녘경영체를 중심으로 2003년부터 2018년까지 삼광, 하이아미, 영호진미, 해품, 수광, 호평벼 등 18개 품종을 개발해 보급하고 있다. 올해까지 이들 품종의 농가 보급률은 벼 재배면적의 25.2%에 달한다.
둘째, 쌀 생산비를 줄이기 위해 벼 직파재배(무논점파)와 소식재배(밀파육묘)를 확대해야 한다. 벼 소식재배는 육묘상자에 뿌리는 볍씨 양을 기존(100~150g)보다 약 2배가량 늘려 상장 당 어린모의 밀도를 높이고, 모를 논에 옮겨 심을 때 3~5포기 정도로 적게 잡고, 심는 거리를 넓게 해 이앙시 들어가는 모판 개수를 기존(30상자/10a)보다 1/3가량 줄이는 기술을 말한다. 벼 소식재배는 직파재배와 함께 쌀 생산비와 노동력을 줄이는 새로운 대안으로서 올해 9월에 김제 백산에서 벼 재배 신기술로 현장 평가회를 실시한 바 있다.
이 밖에도 지역 실정에 맞는 정부 보급종자를 사용해 품종 혼입을 막고, 시비량 및 시비 방법을 준수해 쓰러짐, 수발아 등 각종 재해를 사전에 예방해야 한다. 또한 벼 수확 시 별도 콤바인을 지정해 품종이 섞이지 않도록 하고, 미곡종합처리장(RPC)에서 벼를 보관할 때는 품종별로 투입구를 달리해 품종이 섞이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
최근 쌀은 밥 외에도 쌀 빵, 미용, 의약용, 산업용으로 여러 분야에서 활용되며 건강 기능성 식품으로 각광받고 있다. 우리 민족과 함께한 소중한 먹거리인 쌀이 앞으로 다양하게 활용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지속가능한 쌀 생산기반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3저 3고’운동 확산을 통해 우리 쌀의 제 2의 도약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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