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속에 묻혀있던 여성농악이 한권의 책으로 생생하게 살아났다.
  여성농악 예인 구술집 <향기조차 짙었어라>(민속원)는 1960년대 여성농악단원으로 활동했던 노영숙이 기획하고 권은영(전북대학교 국문과 강사)이 채록, 편집, 해설을 덧붙였다.
  책에는 여성농악 최초의 상쇠 장홍도, 예인 김정화, 국악 엔터테이너 오갑순, 장구스타 배분순, 열두발상모 박복례, 판소리 명창 안숙선, 상쇠 이희숙, 호남우도농악 상쇠 나금추, 사업부장 김수덕, 소고잽이 노영숙 등 10인의 구술이 풍부한 사진 자료와 함께 실려 있다. 구술자들은 1950년대 말과 1960년대에 ‘남원여성농악단’과 ‘춘향여성농악단’의 단원으로 활동했던 이들이다.
  ‘남원여성농악단’은 최초의 여성농악단으로서 1959년 남원국악원에서 만들어졌다. 김영운, 강도근, 주광덕 등 판소리 명창들과 남원의 국악 동호인들이 참여하여 단원들의 교육과 단체 운영을 맡았다.
  ‘춘향여성농악단’은 이보다 1년여 늦게 만들어진 단체로서 명창 강도근의 여동생 강선화가 단장을 맡았다. 명창 강도근과 대금 명인 강백천, 정읍농악 꽹과리 명인 전사종, 장구 명인 김병섭, 채상소고 명인 정오동 등이 단원들을 교육했다. 오갑순, 안숙선 등은 농악단의 스타였으며 호남우도농악의 상쇠 나금추도 수습을 떼고 이 단체에서 처음 상쇠가 되었다. 안숙선의 외가 어른들이었던 강선화, 강도근, 강백천은 요즘 연예기획사의 트레이너들처럼 소녀들을 당대의 농악연예인, 국악연예인으로 성장시켰다.
  이런 옛 기억을 한권의 책으로 발간해야겠다고 기획한 사람은 1960년대 중반 ‘춘향여성농악단’의 소고잽이로 활동했던 노영숙이다. 그녀는 강백천 일가와 함께 지내며 어린 시절을 보냈고 단체의 해산도 지켜보았다. 1970년 일본 오사카 EXPO의 한국예술단으로 선발되어 전사섭, 유지화 등과 공연을 했으며, 이후 박귀희 단장의 ‘한국민속가무예술단’의 단원으로서 일본 순회공연을 한 바 있다. <여성농악단 연구>(신아출판사, 2004)를 발행한 바 있는 농악 연구자 권은영이 노영숙과 협업하여 책을 완성했다.
/이병재기자·kanad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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