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대학 건물 1층에는 검은색 소파가 하나 놓여 있다. 그 소파를 가져다 놓은 교수의 말에 의하면 ‘일에 지친 직원들이나 공부에 지친 학생들이 잠시 쉬었다 가라’는 의미로 자신의 연구실에 있던 것을 가져나 놓았다 한다. 그 말을 듣고 그 분을 다시 보게 되었다. 누군가를 위해 무엇을 한다는 것은 소중하고 고결한 일이다. 남들이 하는 행동이 쉬워 보여도 막상 자신이 하려고 하면 많은 생각들이 그것을 가로막는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손에 억만금을 쥐고 있어도 누군가를 위해 그것을 사용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예전에는 대중교통시설에 노약자나 임산부를 위한 지정석을 만들어 놓지 않아도 어른들이 타면 젊은 사람들은 의례 자리를 양보하였다. 지금은 지정석을 만들어 놓아도 누군가 앉아버리면 그만이다. 주위에서 눈치를 주어도 아무렇지도 않은 듯 앉아있는 사람들도 있다.
나이 드신 어른들이 손에 무거운 짐을 들고 가거나 무거운 손수레를 끌고 가는 할머니, 할아버지를 보면 조용히 다가가 짐을 들어주거나 뒤에서 손수레를 밀어주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 생각했다. 지금은 그러한 행동을 한 사람이 적다보니 미담으로 언론에 소개되곤 한다.
우리는 4차 산업혁명시대에 살아가고 있다. 4차 산업혁명시대는 연결과 지능을 중심으로 새로운 산업혁명이 일어나는 초연결사회이다. 사회가 발달할수록 경쟁은 치열해진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시간을 아껴가며 공부하거나 노력하는 것은 괜찮다. 경쟁을 할 때 자신감은 중요한 요소이다. 그런데 일부 부모들은 자신의 아이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기 위해 지나치게 자기중심적인 태도를 심어주고 있는데 이것이 문제이다. ‘칭찬은 고래도 춤을 추게 한다’는 책 제목처럼 자신들의 아이들의 기를 살려주기 위해 칭찬받을 일을 하지 않았음에도 끊임없이 칭찬을 한다. 잘한 일이 있으면 칭찬을 해주는 것은 당연한데 지나치게 칭찬을 하거나, 심지어 잘못한 일이 있음에도 그냥 지나치는 것은 아이의 자신감을 키워주는 것이 아니다. 게다가 아이들을 지나치게 과잉보호를 하고 아이들이 원하는 것을 다 사주는 것은 결코 아이를 위한 일이 아니다.
이에 반해 자녀들에게 타인을 먼저 생각하라고 가르치는 부모들도 많다. 다른 사람을 배려할 줄 아는 아이는 친구들을 잘 사귀고 원만한 대인관계를 형성하여 자신의 삶에서 더 큰 만족감을 느끼는 경향이 크다.
동물들도 경쟁이 아닌 배려를 통해 살아남고 있다. 대표적인 배려는 철새들이 보여주는 V자형 편대비행이다. 철새들은 줄지어 이동할 때, 한 마리가 계속해서 앞서는 것이 아니라 서로 번갈아가며 교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힘이 가장 많이 드는 맨 앞자리는 한 마리가 계속 리드를 하는 것이 아니라, 교대를 하는 방식으로 전체가 에너지 소모를 줄인다는 것이다. 놀라운 것은 각각의 철새가 맨 앞으로 나서는 시간이 동료의 도움을 받는 시간과 정확하게 일치했다는 점이다. 도움을 받은 만큼 도움을 돌려주는 것을 알 수 있다.
배려란 ‘남을 도와주거나 보살펴주려고 마음을 쓰는 것’을 말한다. 나를 희생해 남을 위한다는 것도 어려운 일이지만, 타인을 위한 행동들이 오해를 사거나 갈등을 불러올 수가 있다. 그래서 배려는 쉬운 듯 하면서도 어려운 것이다. 구리 료헤이 단편소설<우동 한 그릇>에 나오는 ‘북해정’이라는 우동집 주인이 진정한 배려란 무엇인가를 잘 설명하고 있다. 돈이 부족해서 한 그릇밖에 주문하지 못한 모자를 위해 손님의 자존심이 상하지 않도록 몰래 1인분보다 많은 양의 우동을 담아서 내어준다. 이처럼 진정한 배려란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리고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주는 것이다. 그것도 상대방이 원하기 전에 먼저 주는 것이다. 인간관계에서 누군가로부터 받은 배려의 마음은 살아가는 힘이 되고 활력소가 된다. 아물지 않은 상처가 있는 사람은 따뜻한 배려로 인해 상처가 치유될 수도 있다.
타인에게 배려하는 마음을 오해하지 않고 전달하는 방법은 몇 가지가 있다. 어떤 사람이 타인에게 큰 도움을 주면서도 싸늘한 태도를 보였다거나 엄신여기는 태도를 보였다면 큰 도움을 받았던 사람은 배려를 받았다는 느낌을 가지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배려를 할 때는 상대방이 내 행동을 보고 따뜻함이 있다는 것을 느끼도록 해 주어야 한다.
또한 배려는 말로 하는 소통에 너무 집착하지 말아야 한다. 배려는 말하지 않아도 마음으로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배려는 항상 주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거절도 배려가 될 수 있다. 배려하는 마음이 너무 지나치게 되면 받는 사람이 부담스러워 할 수 있으니 적절하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
마더 테레사는 “얼마나 많이 주느냐보다 얼마나 많은 사랑을 담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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