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리꾼 방수미

  “김성녀 선생님의 ‘벽속의 요정’같이 작품성과 재미를 고루 갖추고 오랫동안 사랑받는 그런 작품을 한 번 해보고 싶다.”
  중견 소리꾼 방수미(국립민속국악원 단원)가 심청전을 소재로 한 1인 창작 소리극 ‘이름 모를 소녀’를 선보인다.
  소리에 발을 내딛은 지 40년이 되는 그가 1인 창작 소리극에 도전하는 만큼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인극은 서울에서는 많이 하고 있는 작업이다. 주위에서 권유도 있었지만 ‘새로운 작업’에 대한 욕심도 있다. 처음이라 부족함도 있을 것이지만 여러 번하면서 다듬으면 더 좋아질 것이고 무엇보다 재미있을 것 같다.”
  새로운 작업인 만큼 그가 느끼는 부담도 크다. 국악방송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도내 명승지를 소재로 대략 5분 분량의 짧은 작창을 해왔지만 70분에 이르는 공연을 이끌어갈 소리를 만드는 일은 녹록치 않았다.
  “준비 기간 내내 어려웠다. 또 외로운 작업임을 느꼈다. 물론 ‘아니리’도 들어가지만 1시간이 넘는 공연에 필요한 곡이 한 두 곡이 아니다 보니 시간이 오래 걸렸다. 공연 직전까지 최선을 다할 뿐이다.”
  그는 지역에서 두터운 팬을 확보하고 있는 스타 소리꾼이다. 수많은 완창 무대와 창극무대에 서면서 소리와 연기로 자신만의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해 가고 있다. 하지만 1인 창작 소리극 무대는 그에게도 부담스러운 지점이 있다.
  “혼자 무대에 서는 완창은 혼자인 것 같아도 고수의 힘을 받는다. 그런 공연은 아주 어렸을 때부터 훈련이 된 익숙한 상황이라 부담스럽지 않다. 순간순간의 어려움도 있지만 장단을 보내고 넘기는 등 임기응변으로 대처한다. 창극도 실수를 같은 출연자들이 커버해주는 기회도 있지만 1인극은 다르다. 한마디로 숨을 공간과 시간이 없다. 여기에 1시간 넘는 시간을 지루하게 끌고 가서는 안된다는 압박감도 상상 이상이다.”
  이런 과정을 거친 ‘이름 모를 소녀’는 현재 고달프게 살아가는 청년들을 아버지 눈을 뜨게 하기 위해 모든 희생을 감내한 효녀 심청에게 오버랩 시키는 작품이다.
  취업난으로 인해 비정규직을 전전하는 청년들. 연애와 결혼을 꿈 도 못 꾸지만 정작 본인은 가족을 위해 생활 전선에서 몸부림치는 그들이 인당수에 몸을 던진 현대판 심청이가 아닐까.
  그런 청년들에게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작품이다.
  “그저 남을 돌아볼 여유가 없는 지금 이때 누군가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같이 울어주고 웃어줄 수 있는 사람만 있다면 문제가 해결되지 않더라도 어느 정도 해소 될 것이다.”
  대본은 ‘넌버벌 퍼포먼스 한옥스캔들’을 쓴 방송작가 진경은이 맡았고 각색과 연출은 창작판소리 ‘내사랑 내곁에’와 판소리극 ‘이상한 나라의 이야기, 앨리스뎐’을 연출했던 정지혜(바닥소리 단원)가 담당했다. 작곡은 국립오페라단의 ‘아랑’, 뮤지컬 ‘왕세자 실종사건’, 무용극 ‘바실라’ 등의 음악을 작곡하여 평단과 관객들로부터 동시에 호평을 받았던 황호준이 책임졌다. 여기에 배경철(타악), 김경태(타악), 양인혜(피아노)도 힘을 보탰다.
  공연은 12일과 13일 오후 7시 30분 우진문화공간 예술극장.
/이병재기자·kanad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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