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당시 유신정권을 비판했다가 긴급조치 9호 위반으로 징역살이를 한 망인이 42년 만에 무죄 판결을 받아 명예를 회복했다.

A씨(1924년생)는 1939년 보통학교(초등교육기관)를 졸업한 뒤 농업에 종사하면서 1955년부터 증산교 신앙생활을 이어갔다.

그는 교리에 의한 남북 통일 방안 등을 기재한 서신을 정부기관과 언론에 전달했으나 아무런 회신이 없어 유신정권에 대한 불만을 품어왔다.

그는 1975년 5월과 이듬해 5월 김제 자신의 주거지에서 마을주민에게 신문에 게재된 증산사상연구회 강연요지를 설명하면서 “대통령이나 김종필 그 자식들이 무엇을 알아서 정권을 잡았느냐. 혁명정권이 소쿠리로 잉어잡은 식이다…내가 대통령 한번 살아먹는다” 등의 발언을 했다.

이는 ‘능력 없는 정권이 엉겁결에 정권을 취했다. 대통령을 불사르겠다’ 정도로 풀이된다.

1976년 당시 검찰은 A씨에 대해 유언비어를 날조하고 유포한 것으로 판단해 국가안전과공공질서의수호를위한대통령긴급조치(긴급조치 9호)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긴급조치 9호 위반과 함께 정권의 허가 없이 1975년과 1976년 김제 야산에서 시가 990원 상당 5년에서 10년 사이 소나무 9본, 시가 450원 상당 소나무 지엽 3단을 베어낸 혐의(산림법 위반)도 적용했다.

법원은 이를 유죄로 인정해 A씨에 징역 1년 6월 및 자격정지 1년 6월을 선고하고, 이 형은 이듬해 5월 상고 기각으로 확정됐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이 사건에 대해 재심을 청구, 법원은 올해 7월 재심개시결정을 확정했다.

재심을 맡은 전주지법 제2형사부(부장판사 박정대)는 지난 13일 긴급조치 9호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돼 유죄를 선고받은 A씨에 대해 긴급조치 9호 위반 공소사실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구 대한민국헌법(유신헌법)에 근거해 발령된 긴급조치 제9호는 그 발동 요건을 갖추지 못한 채 목적상 한계를 벗어나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지나치게 제한함으로써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긴급조치 제9호가 해제 내지 실효되기 전부터 이는 유신헌법에 위반돼 위헌·무효이고, 나아가 긴급조치 제9호에 의해 침해된 기본권들의 보장 규정을 두고 있는 현행 헌법에 비춰 보더라도 위헌·무효임이 분명하다”면서 “이 사건 공소사실 중 각 긴급조치 제9호 위반의 점은 당초부터 헌법에 위반돼 효력이 없는 법령을 위반한 것으로서 범죄가 되지 아니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무죄 선고 이유를 설명했다.

산림법위반에 대해선 “시대 상황 등 고려되어야 할 특수한 사정 등을 종합해 형을 정했다”며 징역 3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권순재기자·aonglh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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