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봉직 전북대 치과병원 구강내과 교수

지난 11월 24일 전주에서 열린 2018년 전북·전남 혈우병세미나에 초청연자로 참여해 ‘혈우병과 치과치료’에 대하여 강연할 기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는 호남지역의 많은 혈우 가족들이 참여하여, 전문가 세미나를 뛰어넘는 열기와 관심 속에 진행되었다. 혈우병은 선천적으로 응고인자가 결핍되어 출혈이 멎지 않는 유전질환이다. 그러므로 혈관이 풍부하게 분포하는 구강과 얼굴에서 저작이나 외상에 의한 출혈이 발생하기 쉽다. 특히 치과 분야에서는 스케일링, 국소마취, 신경치료, 발치, 치과임플란트, 치주치료 등 많은 치료과정에서 출혈이 동반되므로, 특히 혈우병 환자에게는 안전한 치과치료를 위한 주의 및 조치가 필수적이다.
한국혈우재단에 따르면 2017년 기준으로 전국에 2,094명의 환자가, 전북에서는 74명이 등록되어 있다. 혈우병은 상대적으로 유병율이 높지는 않지만, 치명적인 질환이다.
그래서 환자, 의료진, 정부 등 각 단체가 긴밀히 협력하여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절실히 필요하다. 한국혈우재단은 1991년에 개설되어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환자를 위한 정확한 지식 전달 및 교육, 안정적인 치료를 위한 병의원 구축, 각종 지원 사업 및 세계혈우연맹(World Federation of Hemophilia)과의 긴밀한 연대 활동을 하였다. 그리하여 혈우병 환자의 삶의 질은 크게 향상되었고, 오늘날 혈우병은 일상생활이 가능한 질환으로 평가된다.
혈우병처럼 치명적이지는 않으나, 유병율이 높고 만성적이며 삶의 질과 밀접한 관련을 가지는 대표적 치과질환이 턱관절질환이다. 턱관절은 양측 귀 앞에 위치하는 관절로서 저작, 발음, 호흡, 표현, 심미기능을 담당한다. 턱관절질환이란 아래턱뼈와 머리뼈, 그 사이의 턱관절 관절원판(디스크), 인대, 주위 근육, 치아, 치주조직 등에 구조적 또는 기능적 문제가 발생한 경우를 통칭한다.
턱관절에 문제가 생길 경우, 씹고 말하며, 침을 삼키고, 하품을 하는 일상적 행위가 통증과 기능제한으로 어려워질 수 있다.
턱관절질환은 최소한 하나 이상의 증상을 가지는 환자가 전체 인구 중 약 30% 이상으로 추정되는 아주 흔한 질환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자료에 따르면 2017년 한 해 동안 턱관절질환으로 진료를 받은 환자는 총 39만명으로, 최근 5년 동안 진료를 받은 턱관절장애 환자 수는 약 24% 증가했고 특히 젊은 층에서 내원 횟수가 많았다.
시장 예측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턱관절질환과 관련된 비용의 연 평균증가율이 3.9%에 이르며, 2023년에는 약 1조3천억원이 넘는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Market research future 자료). 이 질환은 그 원인이 아주 다양하고, 만성으로 진행하기가 쉽지만, 초기단계에서는 간단한 치료와 자가관리만으로도 증상이 개선될 수 있다. 그러므로 정확한 진단이 중요하며, 환자 스스로가 이 질환의 상태에 대하여 잘 알고 대응할 수 있도록 정확하게 정보를 알려주고 교육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대한안면통증·구강내과학회에서는 올해부터 11월 9일을 ‘턱관절의 날’로 제정하고, 일반 시민들이 턱관절질환의 정확한 정보를 쉽게 접하도록 홍보 및 교육을 강화해 나가기로 하였다, 이것은 질환의 예방·관리 그리고 최적의 치료에 한 발 다가서는 중요한 출발점이라고 생각한다.
혈우병 관리의 사례를 롤 모델로 삼아 턱관절질환에 대한 정확한 지식을 공유하고 환자자신의 자가관리능력을 향상시켜 나간다면, 많은 턱관절질환자들의 행복한 미소를 기대해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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