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산중 은은한 향기를 멀리 퍼뜨리는 난초는 여리지만 선명하게, 길게 뻗어있다. 늦은 가을 첫 추위를 이기고 피는 국화는 흐드러짐과 풍성한 먹빛으로 존재감을 드러낸다. 추운 겨울에도 홀로 푸르른 대나무는 곧고 굵다. 매란국죽의 남다름이 능숙하면서도 자유로운 글씨와 그림으로 한결 특별해졌다.

서예가 월강 조인호 씨가 22일부터 27일까지 군산예술의전당 1층 제1전시실에서 네 번째 개인전을 열고 있다. 전북대 인문대학 사학과를 마치고 도내 중고등학교 교사로, 교장으로 근무한 그는 2011년 퇴직 뒤 서예가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학생들에게 역사를 가르치며 전통문화에의 갈증을 느껴서다. 조 작가는 “역사를 공부해서 그런지 서예 작품을 볼 기회가 많았고 자연스레 서예에 관심을 가졌던 거 같다”면서 “무엇보다 학교 교육과정에서 사라진 전통문화를 계승, 발전시키고 싶었다. 아이들이 조선시대 선비들, 유학자들의 흔적을 느끼길 바랐다”고 계기를 전했다.

이후 그는 원광대 교육대학원에서 사학 대신 서예를 배웠다. 1998년 서예과 졸업작품전을 갖고 2009년 첫 개인전을 연 뒤 꾸준히 활동하고 있다. 5년 만에 갖는 개인전은 고희를 맞아 여는 ‘서예 잔치’다.

‘삶의 여유와 향기’를 주제로 한자, 한글, 전각, 문인화를 다채롭게 선보이고 있다. 소재도 여럿인데 목은 이색 선생 시, 고은 최치원 선생 시, 향수 정지용 시 등이다. 특히 눈길을 끄는 건 사군자다.

“인간이라면 향기롭게 살아야 하고 세상을 풍요롭게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덕과 학식이 있는 사람의 인품을 드러내는 사군자를 좋아합니다. 역사적인 인물 중 모범이 되는 이들의 좋은 글귀도 써 봤습니다.”

그가 구현한 사군자는 노련함과 대담함, 여백을 덧입었다. 과거 선비들처럼 인품을 갖추는 건 물론 삶의 여유와 비움까지 누리길 바라는 작가의 마음이 오롯이 전해진다.

부안 출생인 작가는 한국서예대전 문인화 우수상, 창암서예대전 문인화 금상, 대한민국서예대전 특선을 받았다./이수화기자‧waterflowe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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