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유경석기자

해마다 성탄절 전후로 찾아오던 전주 ‘얼굴 없는 천사’가 올해도 어김없이 선행을 이어가며 연말 최강 한파를 녹였다.

27일 오전 9시 7분. 노송동주민센터에 걸려 온 한통의 전화. 40~50대 중년남성의 목소리로 매년 이맘때면 찾아오는 노송동 얼굴 없는 천사였다. 그는 “주민센터 지하주차장 입구에 있고, 어려운 이웃에게 힘이 되어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말했다.

전화를 받은 공무원은 “목소리로 보아 40~50대 남자였는데 다급하고 쫓기듯 짧은 말 한마디만 남기고, 감사의 뜻을 표현하기도 전 전화를 끊었다”고 설명했다.

주민센터 지하주차장 입구에 놓인 A4용지 박스에는 5만 원권 지폐 다발과 돼지저금통 1개가 있었다. 금액은 모두 5020만1950원으로 집계됐다.

얼굴 없는 천사가 올해로 19년째 총 20차례 보내 준 성금은 총 6억834만660원에 달한다.

천사가 남긴 편지로 보이는 A4용지에는 “소년소녀 가장 여러분 힘내십시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적혀 있었다.

‘노송동 얼굴 없는 천사’는 지난 2000년 4월 초등학생을 통해 58만4000원이 든 돼지저금통을 중노2동주민센터에 보낸 뒤 사라진 후부터 불린 이름이다.

이와 관련, 노송동 주민들은 얼굴 없는 천사의 뜻을 기리고 선행을 본받자는 의미에서 10월 4일을 ‘천사의 날’로 지정하고, 주변 6개동이 함께 천사축제를 개최해 불우이웃을 돕고 있다.

지난 2010년 1월에는 기부문화 확산을 위해 주민센터 화단에 ‘얼굴 없는 천사의 비’를 세었고, 2015년 12월에는 주민센터 주변에 기부천사 쉼터 조성, 옆 대로는 ‘천사의 길’, 인근 주변은 ‘천사마을’로 이름이 붙여졌다. 올해는 천사기념관도 조성했다.

시는 그간 얼굴 없는 천사의 성금으로 생활이 어려운 4900여 세대에 현금과 연탄, 쌀 등을 전달해왔으며, 노송동 저소득가정 초·중·고교 자녀 10명에게는 장학금도 지원했다.

▲ 전주가 가진 천사DNA, ‘얼굴 없는 천사’를 낳다!
전주는 얼굴 없는 천사 외에도 봉사활동을 통해 소외된 이웃들을 돌보는 천사시민들도 많아 나눔의 도시, 천사도시로 불리고 있다.

현재 자원봉사자 수는 19만8700명, 전체인구의 30.45%에 달해 자원봉사 1등 도시로 불린다.

각종 복지사업에 후원하며 넉넉한 나눔을 실천하는 천사시민들도 많다.

대표적으로 엄마의 밥상은 가정형편 등 이유로 아침밥을 굶는 아동·청소년들에게 매일 아침도시락을 배달하는 사업으로, 현재 280명이 시민 후원자들이 함께 하고 있다.

10월 말 기준 총 6억여 원이 모금, 간식과 생일케이크, 명절선물 지원 등에 활용되고 있다.

저소득층 아동에게 희망도서를 전달하는 지혜의 반찬 사업도 누적후원이 줄을 이으면서 현재 1005명의 아동들이 연간 4권의 도서를 후원받아 꿈을 가진 아이로 성장해나가고 있다.

시는 또 빚더미에 허덕이는 시민들을 돕는 부실채권 소각행사도 진행, 154명을 빚의 구렁텅이에서 구해냈고, 25명의 소액채무를 지원했다.

김승수 시장은 “한 도시의 위대함이란 헌신, 사랑 등 고귀한 정신의 가치에 있다”며 “‘얼굴 없는 천사’는 전주를 위대한 도시로 만들어가는 돈으로 살 수 없는 소중한 자산”이라고 강조했다./김선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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