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일부 농축수산물 가격이 급등하면 ‘물가에 비상이 걸렸다’는 보도가 쏟아진다. 유가와 함께 농산물 가격이 크게 오르는 사실을 엮어 소비자 물가에 비상이 걸렸다는 식이다. 농산물 가격 등락폭이 크다 보니 마치 농산물이 전체 물가 상승의 주원인인 것처럼 보도하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통계청의 발표로 인해 농축수산물 가격 변동은 물가에 영향을 거의 줄 수 없다는 사실이 다시 한 번 밝혀졌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2017년 기준 소비자물가지수 가중치 개편 결과'에 따르면 전체 가중치 1,000 중 전체 농축산물 가중치는 65.4로 나타났다. 대표적으로 쌀의 가중치는 4.3이었다. 소비자가 1,000원을 지출할 때 쌀 구매에는 4.3원을 사용한다는 의미다. 쌀의 가중치는 2012년 6.4에서 2015년 5.2로 낮아지는 등 계속 하락하고 있다. 쌀값이 낮고 쌀 소비가 줄고 있으니 가중치가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밖에 현미, 찹쌀, 콩, 닭고기, 우유, 사과, 배, 포도, 감 등이 모두 하락하고 있다. 배추, 무, 수입산 쇠고기 등의 가중치가 높아졌으나, 국내산 쇠고기와 주요 과일은 낮아졌다. 이렇게 해서 전체 농축산물 가중치가 65.4다. 이 역시 해마다 하락하고 있다.
정작 물가를 크게 높이거나 가계에 부담을 줄 수 있는 품목은 따로 있다. 실제 물가 가중치 상위 10개 품목은 전세(48.9), 월세(44.8), 휴대전화료(36.1), 휘발유(23.4), 공동주택관리비(19) 등이다. 여기엔 농축산물이 한 품목도 포함되지 않는다. 해외단체여행비(13.8), 커피(6.9), 휴대전화기(9.9), 대형승용차(6.5) 등도 가중치가 크게 오르고 있다. 결국, 커피 가격이 오르는 게 같은 비율로 쌀값 오르는 것 보다 물가 상승에 더 크게 영향을 준다는 말이다. 그런데도 야채 가격이 조금 올랐다고 해서 소비자물가 및 밥상물가에 비상이 걸렸다는 식의 보도는 계속되고 있다. 이 소식을 접한 소비자는 농축산물 소비를 꺼리게 되고, 농축산물 가격은 다시 하락한다. 농축산물 생산자는 가격 폭락 시 손해 봤던 금액을 채우길 기대했으나, 이러한 보도로 인해 기대는 무산 된다. 농가 빚은 늘어나고 정부는 농업에 예산을 더욱 쏟아 부어야 하는 악순환의 연속이다. 커피 한 잔 값이 밥 한 공기 가격보다 훨씬 비싼 사실을 안다면, 쌀값 조금 오른다고 물가에 비상이 걸렸다는 식의 보도는 쏟아내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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