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하소설 <혼불>의 저자인 고 최명희(1947~1998) 작가의 친필 편지가 새해부터 남원 혼불전시관에서 상설 전시된다.

남원시에 따르면 최명희 작가가 화가인 김병종(65) 전 서울대 교수에게 보낸 대형 서간문 1통과 친구 이금림 작가에게 보낸 친필 편지가 새로 발견돼 이를 상설 전시하기로 했다.

김병종 교수가 최근 남원시에 기증한 이 편지는 1980년 10월 최명희 작가가 김 교수에게 보낸 것으로, 길이 130㎝, 폭 20㎝ 크기의 한지에 한글 위주로 씌어졌다. 김 교수는 지난 8월 서가를 정리하면서 우연히 이 편지를 발견했고, 한지를 덧대는 등 수선작업을 거쳐 최근 혼불문학관에 기증했다.

김 교수는 편지에 대해 “긴 글이지만 오탈자 1개도 없이 또박또박 단아하게 써진 문장을 보면서 스마트폰의 대중화로 한글이 파괴되고 변형되는 세태에서 한글이 이렇게 아름답고 격조 있음을 느꼈다”고 말했다.

최명희 작가가 친구인 이금림 작가에게 1995년 8월에 쓴 편지에는 작품에 대한 최 작가의 고뇌와 열정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나는 원고를 쓸 때면 손가락으로 바위를 뚫어 글씨를 새기는 것만 같다. 날렵한 끌이나 기능 좋은 쇠붙이를 가지지 못한 나는 그저 온 마음을 사무치게 갈아서 생애를 기울여 한 마디 파나가는 것이다.”

만년필로 원고지에 글을 썼던 최명희 작가는 ‘行年 五十而知 四十九非(나이 오십에 이르러서야 마흔 아홉까지가 그릇 되었다는 것을 알았다.)’는 말로 자신의 치열한 작가정신과 문학혼을 설명한 바 있다.

혼불문학관은 이번에 공개된 편지와 엽서 3통 외에 기존에 전시하고 있던 김남곤 시인에게 보낸 편지 등을 모아 이를 상설 전시할 계획이다.

한편, ‘혼불문학관’은 최명희의 대하소설 <혼불>의 배경지인 남원시 사매면 노봉마을에 지난 2004년 건립됐다. 매주 화~일요일 무료로 관람할 수 있으며, 단체는 미리 예약하면 해설을 들을 수 있다. 관람객을 대상으로 소원목판쓰기, 혼불 필사하기, 혼불 놀이체험, 혼불 문제풀어보기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인근에 청호저수지, 달맞이동산, 서도역, 호성암 마애불 등 소설 속 장소들이 그대로 남아 있어 소설의 배경지를 둘러보며 최명희 작가의 열정을 느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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