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은 기해년으로 돼지해다. 돼지띠는 열두 띠 가운데 마지막으로 올해로 열두 띠가 한 바퀴 다 돈다. 돼지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와 편견을 짚어본다.
▲ 돼지는 영험하다
  “원시사회로부터 두려운 존재였던 멧돼지는 샤먼을 통해 ‘악의 화신’에서 ‘마을의 수호신’으로 거듭난다. <서유기>에 나오는 인격화된 악신 저팔계는 삼장법사를 만나 불교에 귀의하여 궁궐의 잡상에 등장하는 선한 수호신이 된다. 약사여래신앙과 관련하여 해신 비갈라대장은 가반하여 의복이 없는 이에게 옷을 전하는 선신이다.”<국립민속박물관 ‘행복한 돼지’ 전>
  돼지는 고구려 시대부터 하늘에 제물로 바치는 제물이었다. 그 돼지를 교시(郊豕)라고 해서 담당하는 관리를 두기도 했다. 고구려가 수도를 졸본에서 국내성으로 옮긴 것은 바로 돼지 때문이라고 전해진다.
  <삼국사기>를 보면 유리왕(BC 19년~AD 18년)은 봄가을로 산천에 제사를 올렸고 돼지는 가장 중요한 제물이었다. 그런데 제사에 쓸 돼지가 도망을 가고 이를 지키던 관리가 놀라서 돼지 찾기에 나섰다. 관리가 돼지를 뒤쫓아 가다가 도착한 곳이 바로 국내성. 이곳이 땅이 넓고 농사짓기 좋다고 판단한 관리가 이를 유리왕에게 알렸고 국내성으로 천도가 이뤄졌다는 것이다.
  아들이 없던 고구려 10대 산상왕(197년~227년)은 제사를 지내려다 달아나는 돼지를 쫓아가는데 한 처녀의 도움으로 돼지를 붙잡았다. 그 인연으로 처녀에게서 아들을 얻게 되는데 그가 바로 고구려 11대 왕인 동천왕(227년~248년)이다.
  통일신라 말기 최고의 문장가이자 학자로 이름을 떨친 최치원(857년~?)에 대한 설화도 전해 온다. 신라 문창 고을에 금돼지가 나타나 부임해오는 원님 부인을 잇달아 납치해 갔다. 새로 부임한 부인의 차마 속에 명주실을 달아 놓았다. 부인이 사라지자 명주실을 따라가 보니 금돼지가 부인의 무릎을 베고 누워 있었다. 부인으로 하여금 금돼지가 가장 무서워하는 것이 사슴가죽이라는 것을 알아내고 사슴가죽으로 금돼지를 물리쳤다. 이후 구출된 부인이 아들을 낳았는데 바로 최치원이었다. 그래서 후세 사람들은 최치원을 금돼지 자손이라고 했다고 한다.
 

▲ 십이지신도(해신 비갈라대장)=약사여래신앙과 관련하여 사찰내의 약사전 십이지신 탱화 등에 등장하는 돼지 해신은 비갈라대장이다. 가난하여 의목이 없는 이에게 옷을 전하는 선신이라고 한다.<국립민속박물관 '행복한 돼지'전>

이처럼 돼지는 예부터 영험함을 갖춘 신성한 동물이었다.
  “돼지가 상징하는 대표적인 것은 재물이다. 이에 연유해 돼지꿈은 길몽이다. 용꿈이 권력이라면 돼지꿈은 재복이다. 돼지그림이나 돼지코는 번창의 상징이나 부적으로 이용되었다. 장사꾼들에겐 ‘정월 상해일(첫 돼지날)에 장사를 시작하면 좋다’는 속신이 있다. 궁중에는 상해일(上亥日) 풍속이 있다. 상해일은 새해 첫 번째 돼지날로 임금이 곡식을 주머니에 넣어 신하들에게 나누어 준다. 풍년을 기원하는 의미이다. 이 주머니를 궁낭(宮囊), 해낭(亥囊)이라고 하며, 비단으로 둥그렇게 만들었다. 돼지는 뱀의 천적이다. 뱀은 살모사가 물어도 끄덕하지 않을 정도로 뱀과 상극이다. 그래서 뱀혈인 마을 입구나 사찰 입구에 돼지상 한 쌍을 세워 마을의 우환이나 화재를 막기도 하였다.”<이동희 전주역사박물관장>
▲ 돼지는 탐욕스럽다
  한편 돼지는 탐욕스럽고, 더럽고, 미련한 동물로 묘사되기도 한다.
  성경에서 돼지는 부정적인 동물이다. ‘혐오스럽고 가증한 것으로 간주해 멀리했다’(이사야 66:17, 마태복음 8:28~34, 누가복음 15:16), ‘분별없는 연인, 타락하고 방종한 것’(잠언 11:22), ‘원수, 파괴자’(시편 80:13), ‘복음(하나님)을 거부하는 자’(마태복음 7:6), ‘가증한 자’(이사야 65:4), ‘이단’(베드로 후서 2:22)등을 묘사할 때 등장한다.
  이슬람에서도 돼지는 혐오동물이다. 코란에 먹지 말아야 할 금기음식으로 ‘섞은 것’, ‘피’와 함께 ‘돼지고기’를 지목하고 있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애기가 있다. 먼저 기후상 상하기 쉬운 음식이기 때문에 금기시 했다고 한다. 또 유목민인 무슬림에게 돼지처럼 다리가 짧고 느린 동물은 낙타나 양보다 훨씬 비효율적인 가축이었고 낙타나 양처럼 젖과 가죽, 털 모두를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 돼지에 대한 오해
  가장 큰 오해는 ‘더러운 동물’이라는 것이다. 돼지는 실제 영리하고 소나 닭보다 더 깨끗하다. 상처를 입으면 얼음물에 들어가 지형하거나 송진으로 치료한다. 돼지우리가 더러운 것은 땀샘이 발달하지 못하여 체내의 모든 수분을 소변으로 배설하기 때문이다. 배설장소를 만들어주면 냄새를 맡아 그곳에서만 배설하고 누울 곳은 항상 깨끗하게 유지한다. 애완용 돼지(미니피그)를 키우는 붐이 불고 있는 것도 돼지에 대한 편견이 어느 정도 깨졌기 때문에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 황금돼지
  돼지는 십이지에서 마지막 열두번째 동물이다. 방위는 북서북에 해당하며 달은 한해의 농사가 끝나는 음역 10월, 시간은 멧돼지가 주로 활동하는 때인 밤 9시에서 11시이다.
  돼지띠에 태어난 사람은 대체로 진솔하며 겉으로는 거칠어 보여도 그 속은 따뜻하다. 친구들의 잘못을 용서할 수 있는 이해심 많고 선량한 마음씨를 가졌다. 그러나 이런 점으로 인해 가족 등 친한 사람들에게 단호히 ‘아니요’아고 말하지 못하는 경향도 있다고 한다.
  퇘지띠생은 의지와 신념으로 일을 추진하며 성실함과 책임감이 강해 사람들에게 신뢰를 받는다. 주변의 의리와 인정이 두텁기 때문에 만년에는 과거에 쌓았던 재산과 실력, 인맥으로 인해 풍요로운 인생을 만끽할 수 있다고도 한다. 돼지띠는 열두띠 가운데 가장 무난한 띠럭도 한다.
 

▲ 시정(조선 후기, 국립고궁박물관)=묘 제례에 사용된 삶은 돼지를 담는 제기로 돼지 머리 모양의 다리가 부착되어 있다.<국립민속박물관 '행복한 돼지'전>

“기해년은 60간지 중에서 36번째이다. 60간지는 하늘의 이치를 담은 10개의 천간(天干) ‘갑ㆍ을ㆍ병ㆍ정ㆍ무ㆍ기ㆍ경ㆍ신ㆍ임ㆍ계’와 땅의 기운을 담은 12개의 지지(地支) ‘자ㆍ축ㆍ인ㆍ묘ㆍ진ㆍ사ㆍ오ㆍ미ㆍ신ㆍ유ㆍ술ㆍ해’를 한자씩 조합해 만든 것이다. 1959년 기해년생은 내년이면 60간지가 한바퀴 돌아 환갑이 된다. 기해년을 돼지띠라고 하는 것은 ‘해(亥)’가 돼지이기 때문이다. 60갑자 중에 돼지띠는 을해년,  정해년, 기해년, 신해년, 계해년 등 다섯 해이다. 기해년을 특히 황금돼지해라고 하는 것은 ‘기(己)’자가 오행에서 흙의 기운을 담은 노란색을 뜻하기 때문이다. 근래에 간지의 앞 자, 즉 천간이 뜻하는 오행의 색을 따서 띠 동물 앞에 붙이는 것이 성행하고 있다. ‘갑ㆍ을’은 청색, ‘병ㆍ정’은 붉은색, ‘무ㆍ기’는 황색, ‘경ㆍ신’은 백색, ‘임ㆍ계’는 흑색이다.”<이동희 전주역사박물관장>
  지난 2007년 정해년(丁亥年)은 붉은돼지띠 해였다. ‘정(丁)’자가 ‘화(火)’를 의미하기 때문에 ‘황금’이 아니라 ‘붉은돼지해’였다. 하지만 당시는 황금돼지띠 해라고 잘못 알려지면서 출산율이 크게 높아 졌다. 황금돼지띠 해 태어난 아이는 만복을 타고난다는 속신 때문이었다. 이 때문에 내년에 출산율이 높아질 것을 기대하는 사람들이 많다. 지난 2007년 출생한 아이가 전년보다 6만 여명이 늘었다는 통계가 2019년에 대한 기대를 더 키우고 있다.
  이러한 속설은 입춘이 두 번 들었던 2006년, 쌍춘년에 결혼하면 잘 산다고 해서 결혼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좋은 일’을 바라는 사람들의 소망이 오행의 색을 따서 띠 동물 앞에 붙이는 것이 성행하고 있는 것이다.
  2010년 경인년(庚寅年)도 흰색을 뜻하는 ‘경(庚)’이 들었다며 신령스러운 백호랑이해 라고 했고 2012년 임진년(壬辰年)은 용띠해인데 ‘흑룡’의 상서로운 기운을 타고 난다는 속설이 있었다. 
  동물민속학의 권위자 천진기 국립전주박물관장은 “우리나라는 유독 일상생활에서 돼지와 관련된 풍습들이 많다. 새로 가게를 열었을 때는 돼지머리를 고사상에 올리고, 꿈에 돼지가 나오면 복권을 사러 간다”면서 “우리나라의 띠 문화는 인간에게 부족한 성정에 동물을 연결, 상호보완과 조화로운 일치를 통해 삶의 완성을 찾으려는 민속적 노력의 결과물”이라고 했다.
  이어 “동물에 대한 믿음과 상징은 현재까지도 이어진다. 상징은 하나로 정의되지 않고, 상반된 이미지를 갖는다. 시대나 나라에 따라 변하고 새로운 역사성을 담는다”고 설명했다.
/이병재기자·kanadasa@

▲ 관련전시
-전주역사박물관 특별전 ‘돼지몽’=2월 24일까지
-국립민속박물관 특별전 ‘행복한 돼지’=3월 1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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