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익산시의회가 예산심의를 통해 집행부에서 제시한 2019년도 예산을 대폭 삭감한 내용을 두고 발생한 책임공방에 대해 아직도 뒷말이 무성하다.

익산시의 역대 최대규모의 예산삭감에 대해 시의회가 행정에 대한 길들이기 작업을 실시했다는 내용과 집행부의 예산 편성이 그 어느때보다 계획성 없고 우선 세워놓고 보자는 무사안일의 내용이 많았다는 점이다.

익산시는 당초 품격있고 행복한 도시 건설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 1조 2190억원의 2019년도 예산을 편성하고 시의회에 상정했지만 시의회는 무려 226억원의 예산을 삭감하고 1조 1964억원을 최종 의결했다.

이를 두고 익산시의회 이래 역대 최대의 삭감이다, 너무 지나친 예산삭감으로 갑질의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등의 의견이 있지만 상당수 시민들은 시의회가 모처럼 의회 본연의 역할과 기능을 다하기 위해 노력한 부분을 보여줬다는 의견에 수긍하는 입장이다.

실제 시의회가 삭감한 주요 예산 내용은 북부권청사 리모델링 사업비 42억원과 실내야구연습장건립 21억원, 펜싱아카데미 건립 43억원, 북부권 APC(산지 유통센터) 건립 22억원, 보훈회관 신축 12억원, 놀이시설인 스카이펀타워 설치 16억원 등 신규 리모델링사업만 무려 156억원이다.

문제는 익산시가 추진하는 이들 사업들이 대부분 세심한 계획과 검토도 없이 편성된 예산으로, 시민들의 소중한 세금이 치밀하지 못하게 사용되려 했다는 점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리시와 익산군이 통합될 당시 익산군청 청사(북부권 청사)의 리모델링 사업비 42억원의 경우 2000년 익산시가 원광보건대학에 44억5,000만원에 매각하고 이후 2016년 9월 익산시는 106억여원으로 매입해 논란을 일으켰던 건물이다.

익산시는 북부권과 농촌지역 활성화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매각당시보다 두배가 넘는 가격으로 매입한 북부청사에 무려 42억원을 투입해 출장소와 읍사무소, 노인회관 등을 시설하는 리모델링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더욱이 익산시는 매입한 북부권청사 입주에 앞서 수십억원에 달하는 리모델링비용을 투입하고 또 다시 엄청난 사업비를 들여 출장소 등을 입주시킨다는 여러 가지 문제점 등을 확인한데다 시의회의 지적과 함께 사업을 전면 취소하고 말았다.

여기에 익산보훈회관 건립 등 일부 사업의 경우 조례에 정한 공유재산 취득승인절차를 사전에 시의회에 승인받도록 해야 했는데도 절차를 무시하고 예산을 편성해 행정절차 미이행 등의 문제점을 드러냈다.

또 체육회 운영비 삭감에다 전국체전 개최기념 조형물제작비 6억원 역시 과다한 예산편성이다는 지적과 함께 2억원이 삭감 등은 집행부의 예산편성이 보다 세심하지 못하고 비효율적으로 이루어졌다는 비판을 면키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상황에 대해 일부 공무원들 역시 익산시의회가 최대 규모의 예산을 삭감한 것은 일부 담당 공무원들이 무조건 세워놓고 보자는 그동안의 안일한 생각에 시의회가 모처럼 과감한 질책과 철저한 감시라는 본연의 역할을 실행한 것으로 환영할 일이다고 평가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시의원은 “그동안 방만하고 무사안일한 생각으로 예산을 추계했던 집행부에게 전문가다운 심의모습을 보여줬다”며 “행정을 견제해야 하는 시의회의 역할에 더욱 충실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익산=김종순기자.s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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