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혈병을 앓고 있는 아이들이 평범함을 누렸으면 해요.”

전주상업정보고등학교 3학년 이수경 학생이 벌써 3번째 머리카락을 ‘싹둑’ 자르는 이유다. 수경 양이 소아암 환자들 가발제작용 모발을 기부하기 시작한 건 중학교 2학년이던 2014년부터다.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어머니 영향으로 어린이들과 함께해 온 그가 TV속 백혈병으로 머리가 다 빠진 아이들을 마주한 것.

수경 양은 “엄마가 어린이집을 하고 있기 때문에 주변에 항상 어린아이들이 있었고 그들 모두 동생처럼 여겼다”면서 “헌데 TV 프로그램에서 백혈병으로 머리카락이 다 빠진 어린이들을 봤다. 머리카락은 누구나 다 있는 평범한 건데 동생 같은 이들이 그걸 누리지 못한다는 게 마음 아팠다”고 설명했다.

수경 양의 남다른 모발 성장속도(?)도 한몫을 감당했다. 2018년 기부한 뒤 1년 만인 2019년 훌쩍 자란 머리카락을 또 다시 전달할 수 있었다고.

모발 기부는 생각만큼 쉽지 않다. 염색, 파마, 탈색 같은 미용 시술을 하면 가발 만드는 과정에서 녹아버리기 때문에 기부할 수 없다. 또 모발 길이가 25cm 이상 길어야 소아암 아동들이 원하는 머리 스타일을 제작할 수 있다. 25cm가 되려면 최소 1년 이상 걸린다.

한창 멋을 낼 나이인 수경 양은 “우리 학교는 다른 학교보다 두발이 자유로워 친구들이 예쁘게 염색하거나 파마한 모습을 보면 ‘나도 해볼까’하는 유혹에 빠지기도 했다”고 웃어보였다.

졸업을 앞두고 있는 그는 “학생회 활동, 봉사활동, 뮤지컬, 댄스 등 다양하고 재미있게 학교생활했다”면서 “취업 걱정이 있지만 긍정적인 마음으로 나 자신을 믿고 도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녀의 짧은 단발은 그 어떤 길고 화려한 머리보다 아름답다./이수화기자‧이수화기자‧waterflowe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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