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질문명의 극한 속을 살아가는 현 상황에서 현대인은 정체성 상실의 위기에 처해 있다.
  이런 가운데 현 시대의 한 시인으로서 생명의 순수의지를 추구하는 것과 사회의 부조리를 고발하고 정상화를 열망하는 비판정신은 별개의 것이 아님을 보여주는 시집이 출간됐다.
  김광원 시집 <대장도 폐가>(도서출판 바밀리온)는 총 5부로 <옥수수는 알을 낳는다>(2005년) 이후의 89편의 시들을 담고 있다. 13년 동안 시인이 고뇌하며 살아온 흔적과 슬프게 돌아가는 세상풍경이 진솔하게 담겨 있다.
  이 시집은 생명의 순수의지를 추구하는 현대인의 고뇌와 이를 극복하며 살아가야 하는 현대인의 숙명을 화두로 삼고 있으며, 아울러 문학적 형상화 과정을 통해 존재론적 삶의 가치성과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
  김광원 시인은 우수한 마음의 소유자이기에 그의 에너지는 신성한 시적 에너지로 변형된다. 그의 본성 안에 넘쳐흐르는 이 에너지는 다이내믹해서 지상과 천상을 넘나든다. 자기 안에 완전히 몰입해서 자신을 용해시키는 작업을 하기 때문에 에고가 없다. 그래서 그의 시는 이쪽 기슭에 집착하면 저쪽 기슭이 허구로 보이는 착시가 아니라, 이쪽저쪽을 하나로 조합해내는 강렬한 진실을 담고 있다. 큰 바위를 걷어내야 샘물이 용솟음친다. 김광원 시인은 이 시집에서 이미 큰 바위를 걷어냈다. 투쟁과 갈등을 일으키는 세상의 소란을 뛰어넘어 고요 속에 소란을 담아내는 김광원 시인의 시가 독자들의 가슴에 뜨거운 감동으로 전해질 것이다.
  1994년 <시문학> 우수작품상으로 등단하였으며 ‘군산문학상’(2015) 및 ‘소태산 문학상’(2018)을 수상했다. 시집 <슬픈 눈짓> <옥수수는 알을 낳는다>와 저서로 <만해의 시와 현담주해> <님의 침묵과 선의세계>가 있다.
/이병재기자·kanadasa@

저작권자 © 전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