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도립국악원이 종합평정에 따른 직급승강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국악원 내외부에서는 발표 때마다 풍파를 일으키는 직급승강제에 대한 개선책을 모색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5일 국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결정된 종합평정 성적에 근거해 지난 11일 직급이 변경된 단원 명단이 발표됐다.
  이번 종합평정에 따라 모두 34명의 단원이 각각 직급이 올라갔거나 떨어졌다. 이 가운데 8급에서 6급으로 2명이 올라갔고 반면 6급에서 8급으로 떨어진 단원도 2명이 발생했다.
  이후 직급 승강이나 종합평정 결과에 대해 승복하지 않는 단원들이 전북도에 이의를 제기하거나 개인적인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
  현재 종합평정은 예술 3단(창극단, 국악관현악단, 무용단)의 경우 실기성적(오디션) 70%와 근무평정 30%을 더한 100%를 기준으로 삼고 있다. 근무 성적은 상호다면평가 5%, 단장 20%, 원장(조직기여도) 5%로 구성돼 있다.
  교수실(교수)은 실기성적 60%와 근무평정 40%로 구성됐으며 근무성적은 각각 상호다면평가 10%, 연수생 10%, 실장 10%, 원장(조직기여도) 10%씩 배정돼 있다.
  학예팀과 공연기획실은 근무평정 100%로 다면평가 10%, 실장 75%, 원장(조직기여도) 15%로 짜여 있다.
  직급승강제는 2년마다 이같은 기준을 통해 단원들의 점수를 단별로 순위를 매긴 후 해당 단에 부여된 직급 당 숫자에 따라 6급부터 8급까지 정하는 시스템이다. 창극단의 경우 6급 4명, 7급, 5명, 8급 17명이며 국악관현악단은 6급 6명, 7급 8명, 8급 30명, 그리고 무용단은 6급 4명, 7급 5명, 8급 18명이다.
  논란이 되는 점은 크게 두 가지.
  먼저 단원간 종합평정 점수 차이가 아주 적다는 점이다. 실제 2번 연속 80점 이하인 단원은 해직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어 80점 이하는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이같이 종합평정 점수가 모두 80점 이상이다 보니 단원 간 격차가 대부분 소수점 이하다.
  단원수가 가장 많은 국악관현악단의 경우 단장을 제외한 44명의 단원이 80점 이상에서 경쟁하고 있고 상대적으로 숫자가 적은 창극단(26명)과 무용단(27명)도 0.몇 점 차이로 직급이 결정 될 수 있는 실정이다. 아주 작은 차이로 인해 직급이 하락하면 연봉이 삭감되고 장기적으로는 연금에서 차이가 발생할 수도 있는 것이다.
  초기 직급승강제가 단원 역량 강화라는 순기능을 강조하기 위해 시작됐지만 이제는 평정점수 불복과 단원 간 위화감이라는 부작용에 시달리고 있는 형국이다. 특히 공무원 신분에서 강등은 해임 바로 위의 징계라는 점에서 너무 과도하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현재 직급승강제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한 대안으로 ‘단일직급제’와 ‘7급 숫자를 늘리는 항아리형 직급제’, ‘근무연수에 따른 직급제와 성과급제의 병행’, ‘근무연수에 따른 직급제와 직책 분리제’ 등 여러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이 모두 단원 지위와 처우의 적정성까지 포함하고 있어 막상 개선에 나선다면 범위와 깊이는 더욱 확대될 수밖에 없다. 여기에 어떤 안이 나오더라도 노조와 집행부간의 협의와 합의과정이 필요하다는 것도 개선책 마련이 쉽지 않은 이유 중 하나다.
  더불어 근무평점 가점도 조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최고 3점(대통령상)으로 돼 있는 외부 수상 점수를 낮춰 국악원 공연에 더욱 집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국악계 한 인사는 “10여년전까지 큰 진통을 겪었던 전북도립국악원이 꾸준한 노력을 통해 우리나라 국악계에서 실력을 인정받는 국악원이 됐다”며 “이제는 실력에 어울리는 합리적인 국악원 운용이 필요한 시점이 된 만큼 노사가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태근 전북도립국악원장은 “인사와 관련한 제도는 모범 정답이 없다. 오죽하면 30%가 만족하면 성공한 인사라는 말이 있을 정도”라며 “단원들과 함께 직급승강제를 포함해 국악원을 한 걸음 더 발전시키기 위한 장기적인 방안을 모색하는데 적극 나서겠다”고 말했다.
/이병재기자·kanad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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