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전북도 산하 공기업과 출연기관장은 임명되기 전 능력과 자질 검증을 위한 도의회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한다. 우선 출연기관 및 공기업 15개 중 5개 기관의 장은 임명 전 인사청문회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집행부와 협약에 따라 실시되기 때문에 법적 구속력은 없다. 향후 정쟁의 도구로 악용되지 않기 위해선 제도의 운영방식 등 상세 규정을 자치법규로 제정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법원 판례 등 고려하면 진통 예상

그동안 전북도의회 차원에서 인사청문회 제도를 도입하려 했지만 법률유보원칙에 따라 번번이 좌절됐다. 강현욱 지사 시절인 2003년 전북도의회는 ‘전라북도 공기업사장 등의 임명에 관한 인사청문회 조례안’을 의결해 도지사에게 이송했다.

하지만 도지사는 해당 조례안이 법령에 위반된다는 이유로 재의를 요구했고 도의회는 원안을 재의결해 조례안을 공포했으나, 대법원에서 무효 판결을 받았다.

대법원은 상위법령에서 단체장이 설립한 지방공기업 등의 대표에 대한 임명권의 행사에 앞서 지방의회의 인사청문을 거치도록 한 조례는 단체장의 임명권에 대한 견제나 제약에 해당하므로 법령 위반이라고 봤다.

이후 전북도의회는 송하진 지사 1기 때인 2014년 ‘전라북도 출연기관 등의 장에 대한 인사검증 조례안’을 다시 공포했다.

그러나 2017년 대법원은 해당 조례에 대해 효력이 없다고 판결했다. 법률상 단체장에게 부여한 임면권을 제한할 수 있는 관련 규정이 없는 상황에서 임면권에 대한 견제나 제약을 하는 조례는 제정할 수 없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단이다.

대법원이 인사청문 조례를 단체장의 인사권한 침해로 보고 상위법에 명시되지 않은 조례의 효력을 무효화시킴에 따라 현행법의 테두리에서는 기존 판례를 뒤집는 대법원의 판결을 기대하기는 요원해 보인다.

△제도 안착 위해 상위법 고쳐야

현재 인사청문제도는 법적 근거가 마련되지 않아 조례가 아닌 협약 등을 통해 인사 검증을 실시해야 한다. 따라서 해당 자치단체장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인사청문회가 열릴 수도, 열리지 않을 수도 있는 취약성을 드러내고 있어 상위법 개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20대 국회에는 지방의회에서 단체장이 임명하는 고위공직자나 공공기관장 등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열 수 있도록 관련 법안 5건이 발의돼 있다.

도내 정가의 한 관계자는 “인사청문회 도입의 안정적인 제도화를 위해서는 지방자치법 등 상위법 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하지만 국회에서 관련 법률 개정이 되기만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도내 사정에 맞게 다양한 방식의 인사청문회를 도입, 시도하는 것을 통해 법 개정을 강제해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김대연기자·r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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