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롱이

오피니언l승인2019.01.16l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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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희 국민연금공단 정보화본부


아롱이가 사라졌다. 나만 보면 반갑게 꼬리를 흔들어 주던 녀석이었는데 어디로 간 것일까. 몇 번이나 이름을 불러도 기척이 없다. 오랜만에 찾은 할머니댁에 아롱이는 보이지 않았다. 한걸음에 달려가 할머니께 아롱이의 안부를 물어보니, 지난 장날 개장수에게 팔았다고 한다. 서운함보다 심한 충격이었다. 아롱이를 돈을 받고 팔다니 할머니가 밉고 심술까지 났다. 외롭게 놓여있는 주인 잃은 아롱이집이 가슴을 아프게 했다.
 아롱이는 내가 어렸을 때 키우던 강아지이다. 키가 작은 발바리인데 털이 빠져 몇 년 전 할머니에게 맡겼었다. 집을 떠난 후 아롱이는 우리가족을 잊지 못했다. 항상 그리워했다. 할머니댁에 가는 날이면 발자국 소리만 듣고도 꼬리를 흔들며 달려 나왔다. 다른 사람들에게 늘 으르렁대는 사나운 개였지만 우리가족은 늘 반갑게 맞아 주었다.
 아롱이를 초등학교때 처음 만났다. 평소 강아지를 키우고 싶다며 엄마에게 자주 졸랐는데, 어느 날 아빠가 강아지를 얻어왔다. 작고 하얀 강아지였다. 내 품에 처음 안겼을 때 설렘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다. 자다가도 일어나 아롱이를 확인하곤 했다. 아롱이라는 예쁜 이름도 지어주고 항상 함께 지냈다. 아롱이는 무척 나를 잘 따랐고 성격도 순하고 영리한 아이였다.
 마치 진돗개처럼 늠름하게 자랐다. 집안 어디든 성큼 성큼 잘 올라 다녔고, 가끔 침대에서 주무시는 엄마 옆에서 사람처럼 누워 있어 깜짝 놀라게 했던 적도 많았다. 그러나 엄마는 아롱이를 그리 좋아하지 않았다. 끊임없이 빠지는 털 때문이다. 며칠 목욕을 시키지 않는 날에는 집안이 온통 하얀 털로 덮여 짜증을 내셨다. 당시 초등학생이었던 나는 보살필 줄은 몰랐다. 아롱이의 목욕은 늘 엄마의 몫이었으니. 집안에 털이 낳이 날리자 결국 엄마가 내가 학교를 간 사이에 할머니 댁으로 보내 버렸다.
 아롱이가 없어진 후 한 달 내내 울었다. 아롱이를 데려오지 않으면 학교에 가지 않겠다고 버티기도 하고 밥을 먹지 않겠다고 협박도 했지만 엄마는 완강했다. 집안에 털이 날리면 가족의 건강을 해친다는 것이다. 내 성화에 못이긴 엄마는 나에게 새로운 강아지를 사주셨다. 작은 강아지였다. 아롱이는 너무 커서 집에서 키울 수 없으니 작은 강아지를 키우라고 했다. 그후 나는 아롱이에 대한 기억을 잊고 새로운 강아지 초롱이와 정을 나누며 지냈다.
 나는 여전히 아롱이를 좋아했다. 초롱이 간식을 살 때 아롱이 간식도 꼭 챙겼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아롱이에게 소홀했다. 새로운 작고 귀여운 초롱이의 재롱에 아롱이에 대한 마음이 점점 멀어져갔다. 게다가 할머니네 마당에서 키워진 아롱이는 흙이 묻어 있어 안아 줄 엄두도 내지 못했다.
 아롱이는 내가 미웠을 거다. 오랜만에 만나도 흙이 묻어 있어 잠깐 놀아주고 마는 내게 섭섭함이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항상 우리 가족을 반갑게 맞이해 주던 아롱이를 없어지고 난 뒤 후회를 했다. 왜 더 잘 해주지 못했을까. 지켜주지 못해 미안했다. 괜히 나 때문에 개장수에게 팔려 간 것 같았다. 그 뒤로 나는 책임질 수 없는 일은 하지 않게 되었다.
 10년이 더 지났지만 지금도 할머니댁에 가면 아롱이가 생각난다. 아롱이를 찾아 눈물을 흘리며 시장을 헤맸던 기억과 아롱이의 빈집을 멍하니 바라보던 기억이 난다. 할머니에게 아롱이를 아끼는 모습을 많이 보여줬다면 아롱이는 아직도 그 집에 살고 있었을까. 내가 아롱이를 잘 보살폈다면 아롱이는 우리 집에서 편하게 살지 않았을까 하는 미련이 남는다. 내게 어렸을 때 추억을 만들어준 아롱이를 글로써 기억해 주는 것 밖에 없음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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