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오는 설 명절, 각지로 나가있던 가족들이 덕담을 나누고 명절 음식을 만들던 모습에서 최근 실속을 차리는 명절 문화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각자의 형편에 맞게 스트레스 없이 온 가족이 즐겁게 보내자는 명절 신(新)풍속도가 확산하고 있다.

매년 명절마다 차례 준비와 명절음식 마련에 분주했던 곽모(62·여)씨는 이번 설에는 차례도 지내지 않고 명절 음식도 만들지 않기로 했다. 물가가 상승하고 경기가 침체되면서 간소하게 지내자는 의견이다. 올 설에는 가족과 가까운 곳으로 여행을 갈 계획이다.

곽씨는 “예전에는 몰랐는데 요즘에는 차례를 지내고 명절음식 장만에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이 아깝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면서 “차라리 그 비용으로 손주들 옷 한 벌 사주고 가족들과 외식을 하는게 더 낫다. 시대가 많이 변했다”고 말했다.

결혼 7년차 직장인 김모(34)씨는 올 설 연휴를 이용해 여행을 계획했다. 여기저기 친척들 인사를 다니는 것보다 하루라도 푹 쉬고 오는 것이 개인을 위해 더 좋다고 생각한다는 것이 김씨의 생각이다.

김씨는 “사회가 핵가족화로 변한지 오래고 사회가 변하는 만큼 명절 분위기도 변해야 한다”고 말했다.

명절마다 친척이 있는 원주와 익산을 오고가는 유모(34)씨도 “올해 설날엔 스키장을 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친척들에게 인사드리러 가기 위해 명절의 대부분을 도로 위에서 보냈다. 명절에 찾아뵙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번에는 여유가 있을 때 미리 인사를 다녀왔다. 설 연휴 기간엔 친구들과 스키장에 가서 지낼 계획이다. 회사 동료 중에는 7일과 8일 연차를 내고 해외여행을 가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이렇듯 명절을 보내는 모습은 다양하게 변해가지만 우려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도 있다. 명절을 이용해 가족 간의 정을 느끼던 모습마저 사라지는 것에 대해 우려했다.

설을 보내기 위해 안산에서 내려오는 박모(34)씨는 설날과 추석 등 명절에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을 보였다.

박씨는 “형제들이 모두 다른 지역에서 일을 해 명절이 아니면 가족들이 전부 모이기 쉽지 않다. 일 년에 두 번 뿐인 명절인데 다 같이 얼굴을 보고 서로의 소식을 전하는 것이 중요하다. 힘들고 지칠 때 찾는 것은 결국은 가족뿐이다”고 말했다./송종하수습기자·song3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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