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과 시를 쓰면서 문단 활동을 왕성하게 해온 작가 박갑순 씨가 독립출판(인쇄 북매니저)으로 투병기 <민머리에 그린 꽃핀>를 냈다.
  그녀는 2014년 말에 발병한 위암을 치료해 오던 중 2017년 또다시 유방암에 발목이 잡혔다. 항암, 방사선, 표적치료까지 1년 6개월 동안의 투병 기간을 기록한 책이다.
  2015년 삶의 굴곡이 주는 진솔한 울림을 준 수필집 <꽃망울 떨어질라>에 이어 2018년 삶의 고비를 넘기며 쓴 시집 <우리는 눈물을 연습한 적 없다>를 펴낸 지 불과 6개월여 만이다.
  두 번의 암과 맞닥뜨려서도 긍정의 마인드로 잘 견디어 내고 있는 그녀에게 문학은 강력한 항암제고 치료제다. 그녀에게 문학이 없었다면 어떻게 그 힘겨운 항암을 감당할 수 있었을까.
  환자들을 위로하고 완치의 길로 함께 나가기를 원하는 마음을 담은 책답게 가족에게도 보이기 싫은 민머리 사진도 과감하게 실었다. 곳곳에 치료의 과정에서 느낀 자작시도 곁들여 집중하기 힘든 환자들이 읽기 편하게 편집한 것도 이 책의 특별함이며 저자의 세심한 배려가 돋보인다.
  저자는 “두 번의 암을 앓았지만, 암이라는 판정을 받고 처음 든 생각은 막막함이었다. 알고 있던 상식마저도 휘발되어버려 백치가 되었다.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누구를 찾아야 하는지, 그저 발만 동동거렸다. 그래서 나는 나와 같은 처지를 당할 누군가에게 작은 도움이라도 주고 싶다는 야무진 꿈을 꾸었다”며 책을 쓰게 된 계기를 말한다.
  이제 유방암 2년차인 그녀가 앞으로 3년을 잘 견디어서 완치 판정을 받게 되었을 때 어떤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올지 기대가 된다. 그녀가 들고 올 책이 기다려진다.
/이병재기자·kanad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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