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을 맞아 가족들과 보내지 못하고 묵묵히 뒤에서 보내는 이들이 있다.

긴 연휴와 많은 사람들이 모이기 때문에 평상시보다 더 바빠 명절을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경찰과 소방관이다.

4일 오후 8시께 찾은 전주시 화신지구대에는 10명의 경찰관들이 시민들을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습이다.

지난달 지구대로 부임한 양재훈(29) 경장은 처음으로 현장에서 명절을 맞이했다.

양 경장은 “이번 연휴 주취신고, 가정폭력 등 각종 출동으로 인해 정말 긴 연휴였던 것 같다”며 “특히, 상점가와 유흥가 밀집지역인만큼 출동뿐만 아니라 순찰로 몸이 고된 명절이었다”고 말했다.

설 연휴를 맞춘 업무 변화도 설명했다.

양 경장은 “편의점, 유흥가에서 은행, 일반상점가, 원룸촌 등으로 순찰지역을 확대했다”며 “이번 연휴에 가족 간 다툼 신고가 많아 중재하는데 진땀을 뺐다”고 말했다.

이어 “가족과 친구를 만나지 못하는 연휴지만,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서 일을 할 수 있어 감사하게 느끼고 근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5일 오후 11시 전주 덕진소방서는 명절기간 각종사고로 인해 비상근무태세를 갖추고 있었다.

명절기간 각종 교통사고, 화재, 응급구조 등으로 이번 연휴기간 한 시간당 평균 10건의 출동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올해로 10번째 소방서에서 명절을 보낸다는 송유근(37) 소방장은 “명절음식 준비로 인한 화재사고와 각종 안전사고가 평소보다 2~3배는 많은 것 같다”며 “명절에 병원이 쉬는 곳이 있어 구조대를 찾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송 소방장은 “10년째 아내와 재대로 명절을 보내지 못해 미안한 점이 있다”며 “하지만 현장에서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나서는 게 소방관의 소명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현장에서 신고자의 안타까운 상황은 이해가 되지만 구조활동하는 소방관들에게 폭행과 폭언은 가급적 삼가달라”고 덧붙였다./김용기자·km49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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