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하다가
호박꽃 속에 든 꿀벌을 보았다.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꽃은 벌들이 다니는 학교야
꿀벌들이 열심히 공부하고 있지?
우리들은 선생님을 보았다.
꽃은 벌들이 노는 놀이터예요.
꿀벌들이 신나게 놀고 있잖아요.
— 김은영선생님 시집 중
전라북도에 이런 학교가 있다.
익산시 오산면에 위치하고 있는
오산남초등학교(교장 임승자)이다.

<학교에 놀러가요.>

익산에 있는 오산남초등학교는 학생들의 놀이터이다. 당연히 놀면서 공부도하고 농촌학교의 학생 수가 자꾸 줄어만 가고 있는 현실이지만 오산남초등학교는 꾸준히 학생 수가 증가하면서 행복한 고민도 증가하고 있는 농촌학교로 자리 잡고 있다.

전라북도 초등학교 신입생 수가 2017년 통계로 5명 미만인 학교가 101곳이나 되고 있다. 하지만 오산남초등학교는 오히려 신입생이 늘어나고 있으며 학부모들의 입학 문의가 많은 학교이다.

<전문적 학습공동체 결성으로 만족도 높은 교육과정 운영 방안 모색>

오산남초등학교는 익산시 오산면 남전리에 위치한 호남평야의 너른 들판에 자리 잡은 전형적인 농촌학교이다. 80여년의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 오산남초등학교는 예전에는 각 학년당 4개 반에 전교생이 1,000여명에 이른 적도 있었지만, 급속한 산업화로 인해 이농현상이 발생하고 저 출산 등으로 인해 학생 수가 자꾸만 줄어 최근 2013년도엔 전교생의 수가 겨우 25명에 지나지 않아 폐교 위기에까지 몰린 적이 있었다.

그러나 2014년도 어울림학교 운영과 2016년도 혁신학교 운영을 통해 시내의 학생들이 전학 오기 시작해 현재는 전교생 102명의 학생들이 모여 놀고 있다.

그러면 도대체 오산남초등학교의 어떤 점이 시내의 부모들 마음을 움직였으며 학생들의 만족도를 높이게 됐을까?

오산남초등학교 전임교장선생님들과 교직원들은 오산남초등학교의 폐교를 막자는데 의견을 모으고, 매주 1회 협의를 통한 전문적 학습공동체를 결성해 학생들에게 살아있는 교육, 교사와 함께 배우며 익히는 교육과정 운영을 통해 교육공동체 모두가 만족하는 남다른 교육과정을 운영하기 위해 불철주야 마음과 머리를 맞대고 고민했다. 그 결과 학생과 학부모들로부터의 만족도가 상승되고 환류효과가 반영되면서 3~4년이 지난 지금은 많은 학생이 오고 싶어 하는 학교가 됐다.

<발도르프교육을 통한 교육철학 정립>

오산남초등학교에서는 2016학년도 혁신학교 운영을 진행하면서 “발도르프교육”이라고 하는 아주 특별한 교육철학에 따라서 교육과정을 편성해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다.

발도르프교육은 인간발달 단계에 맞는 교육과정을 운영함으로써 자신의 삶을 아름답게 가꾸어 가도록 만드는 교육이다. 따라서 아이들은 스스로 느끼고, 서로 도와주며, 함께 협력하는 마음을 품고 ‘신나게 놀고’, ‘신나게 공부하는 학교생활’을 하고 있다.

그리고 무엇을 하건 간에 친구를 이기기 위한 경쟁이 아니라 자신의 내면과 경쟁하고, 삶에 대한 아름다움을 느끼며 세상을 바르게 바라보도록 지도하고 있다.

이러한 발도르프교육철학은 오산남초등학교 교육과정 곳곳에 반영되어 그 실행이 점점 확대되며 운영되고 있다.

<자연과 함께하며 성장하는 살아있는 교육>

오산남초등학교는 학교 전체가 아이들의 성장과 삶이 그대로 반영된 작은 농장이다. 운동장 건너편에 수십 년 된 나무들이 즐비하게 심어져 있고, 학교 한편에는 소규모 농장이 조성돼 있다. 학생들과 선생님들이 직접 심고 물을 주고 기르고 있는 블루베리, 방울토마토, 감자, 들깨, 오이, 고추 등으로부터 시작해 약 10여종 이상의 과채류가 자라고 있다. 뿐만 아니라 가을엔 배추와 무을 심어 수확한 채소를 이용해 학부모와 아이들이 직접 김장을 담가 보는 살아 있는 체험을 하고 있다.

학교 전체가 자연과 더불어 학생들의 성장을 일굴 수 있는 이와 같은 환경이다 보니, 어찌 아이들의 감성이 발달하지 않을 수 없다. 교과서 위주로 공부하기보다는 놀이를 통해 삶을 배우는 오산남초등학교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 감성과 끼를 살리고 꿈과 희망을 키워주는 교육 >

매일 아침 하루의 시작을 시와 합창, 리코더 연주로 하루를 시작한다. 각 교실에서 은은하게 울리는 시 낭송과 합창 리코더 연주를 듣고 있노라면 오산남초등학교 아이들은 삶은 참으로 풍요롭겠다는 생각이 든다.

국어시간은 학년 수준에 맞는 이야기 들려주기로 시작하고, 수학시간은 형태그리기 및 기하학 등 몸으로 배우는 수학을 통해 즐겁게 수를 익히고 있다.

미술 시간은 밀납 조형 활동 및 습식수채화를 통해 색의 아름다움과 색의 자유로움을 느끼며, 체육시간에는 남을 이기기 위한 경쟁보다는 함께함이 아름다운 놀이 수업과 신체와 정신의 조화로움을 익히는 보트머 체조를 도입해 실시하고 있다.

또한 수예를 정규교과에 편성해 어릴 때부터 소 근육 발달을 통한 조화로운 손 운동과 직접 사용할 완성품을 만듦으로써 성취감과 자신의 삶을 바르게 바라보는 연습을 한다.

방과후 시간에는 1,2학년 바이올린, 3,4학년 사물놀이, 5,6학년 오카리나 등을 학년 수준에 맞게 구분해 배우고 있으며 특히, 초등학교에서 필수인 리코더 수업은 1,2학년부터 시작하는데 1,2학년은 5음계 리코더인 향나무 펜타토닉을 가지고 리코더를 배우고 있다.

여름 한철에는 임시 수영장을 만들어 무더운 여름철을 시원하게 날 수 있는 신나데이를 운영하고 있다.

이처럼 다양하고 신난 교육과정 편성과 제공으로 하루 종일 신나게 놀면서 생활하다 보니 학생들은 언제나 싱글벙글 만면에 항상 웃음이 가득하고, 친구들과 다툼 없이 서로 사랑하고, 선생님과 스스럼없이 어울리는 어린이로 성장할 수밖에 없다.

< 함께 성장하는 학생 다모임 활동 >

학생들 스스로 운영하는 다모임 활동을 통해 나온 학생들의 이야기는 교사 협의회를 통해 이뤄 줄 수 있도록 항상 노력하고 있다. 이를 통해 성취감을 많이 제공함으로써 학생들이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특히 2018년에는 세이브더칠드런과 함께하는 기아상태의 아프리카 아이들에게 빨간 염소 보내기 위한 ‘먹고 장보고 즐기고’라는 이름아래 알뜰시장을 개최했다. 학생들은 스스로 준비하고 진행하는 한 달 동안 힘든 점도 있었지만 아프리카 아이들을 돕는다는 기쁨에 열심히 했다는 말에 오산남초등학교 모든 아이들이 나보다는 타인을 생각하는 마음이 성장했음을 느꼈다.

< 서로 존중하고 협력하는 학부모 활동 >

농촌지역에 위치한 오산남초등학교에 도시학생들이 모여들다보니 학부모는 농촌지역 학부모와 도시지역 학부모가 함께 있는 상태이다. 이런 학교의 경우 학부모간에 의견 대립이 있는 경우가 종종 있으나 오산남초등학교는 전혀 없는 상태이다. 학교에서는 일년에 4회 학부모 간담회를 통해 학교 철학을 알리고, 학부모 건의사항을 받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있다.

특히 학부모회에서는 월 1회 학부모 독서토론 모임을 운영함으로써 학교 철학을 이해하고, 학부모간 정보를 공유함으로써 내 아이만이 아닌 우리 아이라는 관점으로 오산남초등학교 아이들을 바라보고 있다. 또한 학부모가 학교를 도울 수 있는 방안을 이야기함으로써 2018년에는 학교 벽화 사업을 진행했다.

조회대 및 컨테이너 2동에 대해 예쁜 벽화가 그려짐으로써 오산남초등학교 자랑거리는 또 하나 늘었다.

< 학생을 사랑하는 열정을 가진 선생님들 >

발도르프교육이라는 생소한 교육을 실천하기 위해 선생님들은 4년째 매월 1회 퇴근 시간을 넘겨가며 함께 공부하고 있으며, 방학 중에는 일주일씩 독일 발도르프 교사를 초청해 배우고 있다. 또한 2017년에는 자비로 독일 발도르프 학교를 3주간 방문해 학생들과 함께 생활하며 발도르프교육을 직접 몸으로 느끼는 시간도 가졌다.

2018년에는 익산시내 선생님들을 초대해 수업을 월 1회 공개했다. 그동안 익히고 실천한 발도르프 교육을 소개하는 자리를 통해 칭찬도 받고 조언도 받음으로 교사들도 보람을 느끼게 됐다.

< 지원하는 교육청 >

폐교위기의 오산남초등학교가 살아남으로써 원활한 교육활동을 위해 교육청에서도 다양한 도움을 주고 있다.

도시 학생의 통학 편의를 위한 통학 차량을 지원해 주고 있으며, 2016년까지 소원이었던 식생활관 개축 및 체육관 신축을 2017년에 결정해 현재 공사가 진행 중으로 오산남초등학교 교직원이 신명나게 교육활동에 임할 수 있도록 했다.

앞으로도 오산남초등학교가 ‘신나게 뛰어놀고’, ‘삶을 배우며’, ‘꿈을 성장시키는 학교’가 되어서 자라나는 아이들의 마음속에 잊혀지지 않는 영원한 놀이터가 되어 주길 기대한다./익산=김익길기자·kimtop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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