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경강과 전주천 합류

  기획-전북 4대강 <프롤로그>
  창간 이후 전북의 자연을 끊임없이 탐구해온 본지는 지난 2010년 가을 <전라북도 4대강 대탐사>를 펴냈다. 탐사 팀을 꾸려 2년에 걸쳐 전북에서 발원한 섬진강, 금강, 만경강, 동진강을 직접 걸으면서 생태환경과 역사문화를 짚었다. 전북 4대강은 곡창지대인 호남의 젖줄이었다. 또한 많은 생명이 살아 숨 쉬는 보고였다. 하지만 산업화의 그늘에서 환경파괴로 인해 몸살을 앓았던 현장도 바로 그곳이었다. 다행히 4대강 환경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오염을 막기 위한 투자가 확대되면서 건강해지고 있다. 본지는 이제 전북 4대강을 더욱 건강하게 만들어가는 활동에 주목해 본다. 민관거버넌스의 힘을 통해 변화하는 전북 4대강을 짚어보려고 한다. 이에 앞서 10년 전 전북의 4대강을 탐사했던 취지를 다시 한 번 되새겨 본다. /편집자주

 

▲ 동진강_낙양 배수갑문

강이 주목받고 있다. 인류가 땅에 발을 디디기 시작한 이래, 아니 그 훨씬도 전에 인류를 키워냈던 물은 하늘에서, 땅속에서 끊임없이 내리고 솟아올라 메마른 대지를 적시고 온갖 만물의 갈증을 풀어주며 역사와 함께 했다. 그 물은 하늘에서 비가 되어 내려 땅 속에 스며들었다가 물길을 따라 솟아오르는 곳은 샘이 되었으며 넘치는 물이 흘러 도랑이 되고, 도랑물은 개울이, 다시 천으로 흘러 강을 이루고, 종국에는 바다로 모였다가 다시 하늘로 오르기를 끝없이 반복했다.
  그 물줄기를 따라 푸른 초원이 펼쳐지고 나무가 자라고 동물들이 모여들었다. 때문에 큰 강줄기에서 문명이 비롯되고 꽃을 피워낸 것도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또한 거대한 민족이나 부족들 사이에 영토 분쟁이 일어나게 되면 군대의 집결지이자 대규모 전투가 치러진 곳 역시 물줄기였다. 

▲ 무주 남대천 설천구간

이로 인해 세계적으로 국가나 각 지방의 경계는 강을 중심으로 나뉘는 곳이 많아졌다. 강은 종교에 있어서도 중요한 모티브로 작용해 불교에서는 ‘강 저쪽 둔덕’ 이라는 의밍서 이쪽의 둔덕인 차안(此岸.현세)의 상대어로 피안(彼岸)을 말하고 있으며 기독교에서는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 땅을 가기 위해 건너야 하는 ‘요단강’을 죽음에 비유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민족은 강을 통해 다양한 정서적 교감과 일체감을 확인하고 있다. 저 고조선시대의 공무도하가를 비롯해 민요, 근·현대 문학작품들, 거기다가 ‘두만강 푸른 물에~’로 시작되는 가요까지 우리마음속의 희로애락을 풀어내는 매개로서의 구실도 톡톡히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강은 인류의 생명줄이자 문명이며, 역사이고, 정서적 동반자인 셈이다. 이 같은 강이 최근 들어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우리 지역 전라북도에서 발원하는 강은 만경강, 동진강, 섬진강, 금강 등 모두 네 개다. 만경강과 동진강은 전북에서 나서 전북에서 흐르고 전북에서 바다를 만난다. 섬진강은 전남으로 흘러들어 광양만에서 남해를 만나고 금강은 경상도와 충청도를 아우르며 군산과 서천 사이를 지나 서해에 몸을 푼다. 전북 4대강을 포함해 여기에 유입되는 하천은 모두 472개로 이중 국가하천은 11곳, 지방하천은 461곳이다.
 

▲ 섬진강 본류_진안 백운지역

전북 국가하천은 4대강을 비롯해 강경천, 소양천, 전주천, 정읍천, 고부천, 원평천, 요천 등이다. 이 가운데 연장이 가장 긴 하천은 금강으로 97.31km이며 이어 만경강이 54.0km, 가장 짧은 연장은 강경천으로 2.54km다. 국가하천 11곳의 총 연장은 351.16km이며 지방하천 461곳의 총 연장은 2912.39km로 도내를 흐르는 국가하천과 지방천의 총 길이는 3263.55km에 달한다.(이상 한국하천일람 자료 참고.2009) 또한 국가 통계에 잡히지 않고 하천에 유입되는 실개천과 계곡 등을 합하면 전북의 물줄기는 수천  수만 가닥을 헤아리게 된다. 물론 여기에는 강으로 모여 바다로 흘러들지 못하고 저수지에서 생을 마감하거나 마치 우리 몸의 모세혈관처럼 논밭으로 스미어 사라지는 물줄기도 있다.

  마을 앞을 흐르는 작은 도랑에서부터 4대강까지 소중하지 않은 물줄기는 하나도 없다. 이제 데미샘(섬진강), 뜬봉샘(금강), 밤샘(만경강), 까치샘(동진강) 등 작은 샘에서 솟아난 가느다란 물줄기가 마을을 지나 평야를 휘어 감으며 강이란 이름을 얻고 바다로 흘러가는 여정을 ‘환경’ 측면에서 살피려 한다. 마을 도랑을 살리는 일부터 강을 오염시키는 주범 가운데 하나인 비점오염원 관리까지 말이다. 전북의 강이 건강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뭉친 주민들과 전문가들이 함께 하는 민관거버넌스의 선한 힘을 통해서.
/이병재기자·kanadasa@
4대강 드론 촬영 사진(전북강살리기추진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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