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진영 원광대학교 창업지원단 교수 

도시의 한 가정에서 농장에서 제철과일과 채소들로 풍성한 식탁을 온 식구가 둘러앉아 먹는 장면과 1인 가구로 살고 있는 직장인이 하루 분량의 과일주스를 마시고 출근하는 장면은 다른 듯 보이지만 이들 모두 ‘팜 투 테이블(Farm to table)’ 시대를 살고 있다. 제철 과일과 채소들은 마켓 컬리 플랫폼을 통해 온라인으로 주문하여 신선한 상태로 지역 농가에서 배송된 것이며, 과일 주스는 스트레스로 쌓인 몸 속의 독소를 없애기 위해 일주일 패키지로 주문한 디톡스 주스로 새벽에 배송되어 아침에 먹고 출근할 수 있다. 일례로 든 슬로우 푸드들은 편리하면서도 신선도를 동시에 유지하고 본래의 식감이 모두 가능한 스마트 푸드로 진화하고 있다. 생산자에서 소비자의 식탁에 오르기까지 많은 중간 유통을 거치는 농작물의 특성은 그동안 바쁜 현대인의 삶에서 반 조리 식품을 포함한 가정 간편식으로 대체되면서 실용성과 편리성이 높아진 만큼 원재료의 식감과 신선도는 어느 정도 감수해야하는 부분이었다. 점차 건강한 먹거리와 웰빙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속도와 양에서 빠른 속도로 대량의 음식이 회전되는 패스트 푸드(Fast food)에서 슬로우 푸드(Slow food)로 전환되면서, 주말농장 체험 혹은 가정에서 직접 재배해서 먹는 분위기가 확산되었다. 슬로우 즉 ‘천천히’라는 시간성이 내포한 가치는 그동안의 고속성장과 빠른 속도로 추월하는 것이 곧 경쟁력이 되는 산업사회의 발전 모델과 맥락을 같이 했던 ‘빨리’와는 다른 방향성을 제시한다.   
   이러한 다른 방향성에 대해 이탈리아의 석학 에지오 만지니(Ezio Manzini)는 지속가능한 퀄리티(Sustainable Quality)로 설명한다. 지속가능한 퀄리티에는 규모와 시간 그리고 커뮤니티와 협업이 주된 요소들이며, 결국 작은 규모의 커뮤니티 기반에서 구성원들의 능동적 참여를 통해 협업이 이루어지고 그 과정의 결과물이 스마트한 플랫폼들을 통해 수익을 내며, 그 수익은 커뮤니티로 분배되고 환원되는 후속세대까지 지속가능한 선순환 모델을 뜻한다. 사실 국내의 많은 지역에서도 이러한 시도들은 이루어져 왔다. 다만 경제적 측면에서 수익이 확대되는 성공 사례들을 살펴보면 마지막의 스마트한 플랫폼이 주 역할을 하고 있다. 몸의 해독을 위한 디톡스 및 다이어트를 위한 천연 과일 주스를 일주일 및 이주 혹은 한 달이라는 기간을 설정해 패키지 및 단계별로 배송하는 방식의 머시주스는 여성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다. 특히 지역의 영세한 과수원들과 협업하여 신선한 과일들을 제공받고 온라인 주문과 새벽 배송은 싱싱한 과일의 착즙을 상징하는 물방울을 감각적으로 시각화한 패키지 디자인과 결합해 시너지 효과를 낳고 있다. 전북 정읍에 기반을 둔 조금자 채소볼 또한 지역 농가와 협업하여 가정에서 많이 사용하는 다섯 가지의 채소들이 건조된 볼 형태로 포장되어 박스로 배송된다. 채소볼이 물에 담겨지면 얇게 썰어진 채소들이 분리되어 다양한 음식에 들어가며 식감 또한 동결 전의 싱싱함과 영양소를 유지한다. 1인분의 분량으로 깔끔하게 포장된 건조 채소볼은 워킹맘을 비롯해 바쁜 여성들에게 온라인 주문부터 편리하면서도 신선한 채소들의 제공이 가능하면서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하며 지역 농가에도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여기에 고령화 시대에 들어서면서 치아와 저작능력이 약화된 실버 세대들을 위한 양갱형태의 채소와 과일들을 섭취하도록 돕는 신제품들도 개발되고 있다. 이들 모두 슬로우 푸드를 넘어 인구구조와 라이프 스타일 변화에 따른 니치마켓을 잘 파악하고 지역의 농가들과 협업하고 소통하는 과정과 시간을 겪으며 니즈에 부합하는 먹거리를 개발하고 주문에서 배송 및 구매후기와 관리까지 디지털 공간에서 통합적으로 이루지는 플랫폼임을 알 수 있다.    
   전북 완주 또한 그 지명이 의미하듯 사람이 살기에 완벽한 천혜의 자연환경 속에서 계절별 특산물과 신선한 먹거리 자원이 풍부한 지역이다. 이로 인해 로컬 푸드 오프라인 매장이 운영되고 있고 슬로우 푸드와 로컬 푸드도 완주의 대명사가 되었다. 이제는 완주 내 세부 지역별 경쟁력 있는 먹거리에 관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연계하여, 당일 수확 채소와 과일이 다음날 새벽에 배송되는 온라인 장터인 마켓 컬리의 샵 인 샵(Shop in shop) 혹은 유사 플랫폼 방식을 통해 인근 전주와 익산 뿐 아니라 인구밀도가 높은 대전과 광주의 소비자의 식탁에도 오를 수 있는 스마트 푸드로의 전환이 필요한 시기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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