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자 속에 담아낸 자연 그리고 인간

박성숙 시인 하이쿠 선집 <붉은 꽃 지고> 출간 이병재 기자l승인2019.02.11l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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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숙 시인

  “오래된 연못/개구리 뛰어드는/물치는 소리”
  “고요함이여/바위에 스며드는/매미의 울음”
  일본의 대표적인 하이쿠 작가 마쓰오 바쇼(1644~1694)의 대표 작품들이다.
  앞의 하이쿠는 봄을 알리는 경칩을 표현한 것으로 하이쿠를 대표하는 시로 알려져 있으며 두 번째 작품은 매미의 울음이 여름 숲 속 적막함을 가르는 광경(?)그렸다.
  하이쿠는 5, 7, 5의 3구 17자로 된 일본 특유의 단시로 짧지만 자연과 인간의 소통을 담기에는 충분하다.
  박성숙 시인의 하이쿠 선집 <붉은 꽃 지고>(신아출판사)에도 팔순을 넘긴 그의 인생과 자연관이 17자 안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하이쿠는 사실 절묘한 위트나 해학성이나 즉흥적으로 스치는 아이러니 등의 테크닉도 특별하지만 풍자성을 함지 함으로서 품격 높은 시향을 감응하게 된다. 심오한 철학까지는 아닐지라도 비오한 내포를 끌어내 음미하노라면 깨달음의 법열도 누리게 될 것이다. 암시하고 상징하고 다시 연상하고 비약하며 짧은 시형 속에서 다양, 다의를 획책한다. 저 천둥치듯 평정을 뒤집는 전복은 재치 부림의 전범인 것이다. 음성률을 표방하며 기막히게 언어를 유희하며 감흥을 자아내게 하기도 한다.”(소재호 시인 ‘발문’ 일부)
  그는 일찌감치 하이쿠를 접했다. 1950년 서울 경기여중 5학년 때 한국전쟁으로 인해 전주로 피난 와 전주여고를 졸업하고 일본으로 건너갔다.
  일본 교토 불교대학에 입학해 문학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하이쿠는 대학 학부시절 처음 접했고 당시 습작했던 하이쿠 작품을 지금도 간직하고 있다.
  <붉은 꽃 지고> 출간을 위해 학창시절 작품을 꺼내어 다시 읽고, 손질했으며 새로운 작품 여러 편도 책에 담았다.
  책은 봄 22편, 여름 30편, 가을 23편, 겨울 24편 등 모두 99편의 작품을 4부로 나누어 실었다.
  봄이다. “봄날 며칠은/꽃 위에 달 쉬겠네/휘파람 새야”(‘봄날’) 봄날의 춘흥을 온 몸으로 노래 부르는 ‘시가를 읊는’ 자아가 휘파람새로 치환하여 풍류를 즐김을 표상한다.
  여름이다. “망종이라고/보리베라 비베베/바쁜 종달새”(‘망종’) 망종때는 참으로 바쁘다. 보리 수확하고 바로 봇물 잡아 넣어 모내기를 서둘러야 할 참, 초여름의 서정이 눈에 선하다.
  가을이다. “가을 바람 색/불가 하면 희기도/희맏면 무색”(‘가을 바람’) 가을의 자연 변화를 존재의 표상인 색깔의 변이를 표현하는데 그 색상이 바람에 반영된다고 보았다.
  겨울이다. “겨울비 맞고/쌀자루 메고 가는/산동네 남자”(‘겨울 비’) 겨울비는 차다. 쌀 한 자루를 얻어서 메고 산고개 넘으면서 가족 배불릴 일만 골똘하는 한 사내의 발걸음은 희망에 넘친다.
  소재호 시인은 “수필자이자 시인으로 굳건히 자리한 그가 하이쿠 창작 시집을 펴낸 일은 한국적 정서가 담긴 하이쿠의 개척자이며 선구자로서 한국적 하이쿠의 출발점에 섰다”고 평가했다.
  박성숙은 신곡문학상, 전북문학상, 해양수산부장관상을 수상했으며 현재 한국문인협회, 국제펜클럽한국본부, 전북문인협회, 전북시인협회 회원이다.
/이병재기자·kanadasa@
 


이병재 기자  kanadas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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