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육아부담을 덜기 위한 육아휴직 제도가 사회 편견에 사로잡혀 남성의 이용은 쉽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육아휴직 중에 있는 A씨(37)의 가장 큰 고충은 남성 육아휴직자에 대한 편견이다. 7년차 회사원인 A씨는 지난해 배우자의 출산으로 육아휴직 중에 있다.

육아휴직 8개월째인 현재 아이와 함께 좋은 경험을 만들겠다는 생각은 사라져 대부분 시간을 집안에서만 보내고 있다.

A씨가 평일 낮 시간대 아이를 안고 동네를 돌아다니면 “젊은 남자가 왜 저러고 사냐”면서 수군대기 일쑤다.

대형마트에서 운영하는 문화센터 프로그램을 이용하기 위해 문의했지만 이마저도 좌절됐다.

안내 직원은 “아빠와 함께 오는 가정은 없다. 아무래도 엄마들이 이용하기 때문에 서로 불편해 한다”면서 거절 의사를 내비쳤다.

공공기관이나 다중이용시설에 설치된 수유실의 경우, 칸막이 커튼이 설치됐음에도 불구하고 “남자가 왜 수유실을 사용하냐”면서 불쾌하게 바라보기 태반이다.

A씨는 “사회적인 편견 그리고 차가운 시선, 오해 그러한 것들이 남성의 육아휴직을 움츠러들게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배우자의 출산이라는 큰 기쁨도 잠시 B씨(39)는 연일 고민이다. 맞벌이를 하던 터라 부부 둘 중 한명은 육아휴직을 사용해야 하는 탓이다.

진급에 대한 압박, 경제적 부담 등 B씨가 선뜻 육아휴직을 결정하지 못하는 이유다. 여태껏 남성 육아휴직자가 단 한명도 없는 직장 상황도 한 몫하고 있다.

어린이집 등원도 고민했지만 그간 언론을 통해 접하는 사건사고가 불안감을 증폭시켰다. 어린이집 역시 당장 몸조차 가누지 못하는 신생아에 대해 부담을 느꼈다.

B씨는 “첫 아이는 부모님이 맡아 키웠는데 둘째까지 떠안기기에는 죄송스러운 마음이다”면서 “사실 육아휴직이라는 게 대기업이나 공무원 일부에 그치지 않느냐. 당장 먹고살기 어려운 처지에 있는 중소기업은 눈치 보여서도 육아휴직이 어렵다”고 덧붙였다.

11일 전주고용노동지청 등에 따르면 육아휴직이란, 근로자가 만 8세 이하 또는 초등학교 2학년 이하의 자녀를 양육하기 위해 신청·사용하는 휴직을 말한다.

저출산 등 인구감소에 따른 사회 문제가 대두, 정부에서 가정의 육아부담을 덜고 생활안전 및 고용안전을 도모하기 위해 육아휴직을 장려하고 있지만 터덕이는 상황이다.

전주고용노동지청 관계자는 “제도의 변화도 중요하지만 사회 전반의 인식 개선이 급선무다. 성평등, 일과 가정 양립 등 육아는 남녀 모두가 함께한다는 전환이 요구된다”고 말했다./권순재기자·aonglh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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