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월 전북도 씽크탱크인 전북연구원장으로 취임한 김선기 원장은 ‘변화’와 ‘혁신’을 강조하며 새 출발을 다짐했다. 김 원장은 취임 후 조직의 안정화와 정상화, 연구 활동을 활성화하는데 집중하며 그동안 제기돼 온 연구원 운영상의 여러 문제점과 한계에 대해 내·외부의 논의와 연구를 통해 조직개편과 운영방안 개선 등 ‘연구원 혁신방안’을 마련했다. 김 원장을 만나 재임 기간 동안의 운영체계 개선 및 역량강화 등 연구원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들어봤다.

-제7대 전북연구원 원장으로 취임한지 1년여가 되어간다. 재임 기간 동안 어떤 변화가 있었나.
연구원장에 취임한 지도 어느덧 11개월이 다 되어간다. 연구원은 한 동안 여러 불미스러운 사건들로 인해 지역사회의 비판적 평가와 함께 위상과 신뢰가 훼손되는 어려움을 겪었다. 취임 후 연구원의 제도와 분위기를 일신하기 위해 지난해 5월부터 ‘연구원 혁신방안’을 마련해 추진해 왔다. 조직개편, 운영위원회 도입, 성과평가제 개선을 비롯해 연구감리, 내부감사, 인권보호, 고충처리, 일·가정 양립 등에 관한 제도를 정비했으며 타 시도연구원에 앞서 선도적으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도 마쳤다. 이러한 노력에 힘입어 이제 어느 정도 조직이 안정된 모습을 되찾은 것으로 평가하고 있고 조직의 안정화를 바탕으로 올해에는 실질적 성과를 창출하기 위해 노력할 예정이다.

-전북연구원은 지역의 중요한 연구기관이다. 지역사회 발전을 위한 연구원의 역할과 미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전북연구원은 ‘지방자치단체 출연 연구원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 및 전북연구원 조례에 의거하여 2005년에 설립된 전라북도 출연 연구기관이다. 국책연구기관이나 도내 전문연구기관과 달리 특정 분야에 국한하지 않고 도정 전반을 지원하는 도내 유일한 종합정책연구기관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전북연구원의 비전은 한마디로 ‘전북 대도약을 선도하는 창의적 정책연구기관(jthink)’으로 규정할 수 있다. 연구원은 전북의 대도약과 전북도민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해야 하며, 과학적 실태 분석과 미래 예측에 기반을 둔 창의적 연구를 수행해야 하고, 모든 연구는 국가와 지역사회의 발전에 직결된 정책연구에 초점을 둬야 한다는 의미다. 비전 달성을 위해 연구원에서는 첫째, 다양한 연구과제 수행을 통해 전북의 미래방향을 설정하고 정부정책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으며 둘째, 도와 정책 협업을 통해 도정의 주요 이슈 및 현안에 대해 정책지원을 강화하고 있고 셋째, 간행물 발간, 학술대회 개최 등을 통해 지역사회와의 소통과 유관기관과 교류·협력 등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지난해 전북연구원은 혁신을 통해 의미있는 변화를 해왔다. 지역의 기대도 높다. 올해 연구원의 주요한 운영계획은 무엇인가.
지난해가 혁신방안을 토대로 조직의 안정화 기반을 구축한 해였다면 올해는 조직의 운영 활성화를 통해 실질적 성과를 창출해야 할 시기이다. 올해는 전북 대도약의 첫 해인만큼 도정방침을 구현하는데 필요한 연구를 선택과 집중의 원칙에 따라 추진할 계획이며 도와 협의해 상반기 정책과제를 확정했다. 특히 올해에는 통상적인 연구사업에 추가해 다음 몇 가지 활동을 역점적으로 추진할 생각이다.
첫째, 연구원에 도의 핵심 시책을 지원하기 위해 대도약정책지원단, 전북학연구센터, 새만금정책센터 등 특별연구조직이 설치돼 있는데 허울뿐인 조직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작동하도록 기존 기능별 연구조직의 인력을 특별연구조직의 사업에 겸직 배치해 매트릭스조직으로 구성하고 원장이 직접 성과를 관리할 예정이다. 둘째, 내년에 치러질 총선에 대비해 지역의 숙원사업을 총선공약으로 발굴함으로써 후보자들의 공약개발을 지원하고 총선과정에서 주민의 이해와 관심을 높여 궁극적으로 국가예산사업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올 상반기 중에 기획해 시군 방문·협의와 주민 수요조사를 거쳐 의미 있는 공약사업을 적극 발굴·제시하겠다. 셋째, 지역사회에 전북의 현안과 해결방안에 대한 소통의 장을 제공하고, 중앙에는 전북의 실상을 알리고 이해를 증진시키는 기회로서 다양한 학술행사를 활성화할 계획이다. 국가기관, 지역 유관기관, 지역 언론 등과 학술행사를 공동 개최하며, 국책연구기관이나 시도연구원과도 공동연구를 추진할 생각이다. 이달 27일 연구원은 전라일보와 ‘3·1운동 100주년 기념 심포지움’ 개최할 예정으로 이 역시 지역사회와 소통하기 위한 목적의 일환이다.

-전북연구원이 전북도만 매몰되고 있다는 의견들이 있다. 14개 시군과의 정책협력이나 소통을 위해 어떠한 노력들을 하고 있는가.
전북연구원은 법적으로 자치단체 출연연구기관이지만 실질적으로는 광역자치단체인 도가 출연을 전담하고 있다. 이러한 지배구조 때문에 그동안 전북도 위주로 연구원이 운영돼 온 관행이 있었고 그에 대한 비판적 지적을 경청하고 있다. 제도적 근거와 상관없이 우리가 말하는 전북에는 광역자치단체 뿐 아니라 구성기관인 시군도 포함돼 있음은 두말할 나위 없다. 시군은 출연이 없기 때문에 필요한 연구수요는 주로 수탁용역을 통해 수용하고 있는데 지난해 기준으로 전체 수탁과제 44건 중 14건이 시군의 의뢰한 과제이다. 올해부터는 시군과의 정책협력이나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시군을 순회 방문해서 지역의 현안을 협의할 계획이다. 그 과정에서 시군의 연구과제 수요를 파악해 연구과제에 반영하고 내년 총선대비 지역공약도 발굴하는 기회를 만들고자 한다. 나아가 중장기적으로는 희망하는 시군을 대상으로 협약에 의한 연구원 출연방안도 긍정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지난해 지역사회와 소통방식으로 이슈브리핑이 발간되고 있다.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는데 올해 이슈브리핑 운영은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나.
이슈브리핑은 연구원이 지역사회와 소통하는 방안의 하나로 역점을 두어 추진하는 발간사업이다. 지역의 당면 현안에 대해 분석과 대안을 제시하고 보도자료를 제공, 언론 보도를 통한 피드백을 받음으로써 지역사회에 공론을 형성하는 의미 있는 사업이다. 분기별로 연구부서에서 전북이 당면하고 있는 정책이슈를 발굴·검토한 후, 도와 협의해 주제를 최종 선정해 보고서를 작성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5월부터 연말까지 예년 보다 훨씬 많은 34회를 발간하였는데 올해에도 30회 이상 발간할 계획이다.

-전북도가 올해를 ‘전북 대도약’의 해로 만들겠다는 비전을 내걸었다. 전북연구원에서 바라보는 전북 대도약은 어떤 의미이며, 전북연구원의 역할은 무엇인가.
전북 대도약이란 말 그대로 ‘퀀텀 점프(대도약)’를 통해 단 기간에 압축성장을 이뤄 내고 그로부터 자신감을 회복하겠다는 의미이다. 전북은 개발연대 동안 산업화과정에서 소외돼 오랫동안 지역경제의 낙후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최근에는 GM군산공장 폐쇄 등 악재로 인해 지역사회의 위기감이 팽배해 있는 상태이다. 그동안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고 위축된 전북의 자존감을 되찾기 위해 미래형 전기수소 상용차산업 육성, 새만금 재생에너지틀러스터 조성, 홀로그램산업 육성, 스마트 농생명밸리 구축, 금융산업 육성, 여행체험산업 1번지 도약 등 새로운 전략적 시책을 모색해 왔다. 전북 대도약은 새천년을 시작하는 지금이 새로운 핵심 프로젝트를 통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적기라고 판단하고 민선7기를 티핑 포인트(Tipping Poinnt)로 삼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연구원에서도 별도조직으로 대도약지원센터를 설치하고 도의 정책을 실무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우리 지역의 경제가 매우 어렵다. 대기업과 외부자본 의존형 발전전략의 한계를 지역이 고스란히 책임지는 구조이다. 지역경제 쇠락의 문제,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지역경제 발전에는 혁신성장과 내발적 발전의 두 가지 전략이 중요하다. 전북은 전통적으로 농업 중심의 산업구조이고 근대화, 산업화 과정에서도 발전의 혜택에서 소외돼 지역경제구조가 매우 취약하다. 낙후된 지역경제는 인구와 소득의 역외 유출을 촉발시키고 이는 다시 지역경제 침체의 원인으로 되돌아오는 이른바 저발전의 ‘순환누적적 인과고리’의 덫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전북의 지역경제가 부진한 것은 근본적으로 모든 산업 분야에서 노동생산성이 낮기 때문이며 하루 빨리 요소투입형 성장에서 혁신주도형 성장으로 구조 전환이 절실하다. 특히 4차 산업혁명의 트렌드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기 때문에 신기술의 진보에 부응해 혁신을 통한 가치 창출이 이루어지지 못하면 경쟁에서 낙오될 수밖에 없다.
다음으로 지나친 외생적 또는 외부자본 의존형 발전에서 탈피해 내발적 발전을 지향해야 한다. 물론 당장은 인력, 자본, 그리고 인프라 등의 축적이 미흡한 처지여서 중앙정부를 비롯한 외부 자본에 의존할 수밖에 없지만 동시에 내부적으로도 전북이 보유한 역사·문화, 전통, 환경, 어메니티, 관광 등 상대적으로 우월한 고유의 영역자산을 발굴해 지역발전에 적극 활용하는 스스로의 노력이 병행돼야 하며 이러한 내발적 발전이야말로 오랫동안 잊어온 전북의 자존감을 되찾는 관건이다.

-끝으로 지역사회를 위해 한마디 해달라.
풍요, 희망, 다산의 상징인 황금돼지해, 기해년 새해가 밝았다. 연초부터 우리 지역의 오랜 숙원이었던 새만금 국제공항 예타 면제 등 반가운 소식이 날아들어 올해는 전북의 만사가 형통하는 한 해가 되지 않을 까 기대가 크다. 우리 지역은 천년의 역사적 정체성을 자랑하는 고장이다. 비록 근대화 이후 정치적 시대상에 밀려 산업화와 외형적 성장이 부진했지만 이제 전라 천년을 다시 시작하는 시점에서 새롭게 대도약을 꿈꿔야 할 때가 왔다. 모든 일은 하기 나름이고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 갈등과 분열로 일관하기 보다는 화합과 단결이 필요하며, 만성적인 패배의식이나 자괴감 보다는 성취에 대한 자신감과 지역에 대한 긍지 그리고 자존감을 회복해야 할 시점이다. 올 한 해 우리 전북이 더욱 발전하고 도민들이 더욱 행복한 한 해가 되기를 소망해 본다. 연구원도 지역의 유일한 종합 씽크탱크로서의 연구를 통해 전북 대도약에 기여하도록 전 직원이 합심해 노력할 것을 약속드린다./김대연기자·red@ /사진=유경석기자·disovery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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