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 1차 생산에 머물지 않고 생산물을 가공해 부가가치를 높이는 농가들이 있다. 이들은 가공식품을 제조하고 판매처를 확대함으로써 농가수익을 올린다. 그 수익이 농업 1차 생산으로 얻어지는 수입 보다 몇배 큰 것은 물론이다. 하지만 이들 역시 농식품 가공업으로 경쟁력을 확보하기까지 많은 어려움에 직면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전북지역에서 농식품 가공업으로 성장한 선도 농가를 찾아 이들이 어려움과 성공 스토리를 들어 봤다.

◆뽕나무 사랑

2015년 만났던 이철희씨는 고향으로 내려온지 5년차 초보농부였다.
서울에서 온라인 컨텐츠 제작 PD로 활동하던 이철희씨(41)는 정육점을 운영하던 어머니 최백연씨(68)가 "순대와 편육장사를 하고 싶다"고 제안하자 2010년 고향 전북 부안으로 내려왔다.
이미 부안은 뽕잎 차, 오디 즙 등 각종 건강식품 재료로 뽕 농사가 유행이었다.
이철희씨는 친환경 참뽕 매력에 푹 빠졌고, 블로그 및 SNS를 활용한 홍보 및 고정고객 확보에 자신이 있었다.
무엇보다 부안상설시장에서 정육 및 식당을 운영하며 단골손님들의 주문으로 순대와 편육을 꾸준히 만들어 판매하던 30년 경력의 어머니 솜씨와 고정 고객이면 못할 게 없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크고 작은 실패 끝에 '엄마뽕잎 수제소시지'를 개발해 전북농업기술원이 주최한 2011년 제1회 농식품아이디어 가공제품 콘테스트에서 우수상을 수상했다.
이후 거래처가 늘어났고, 정부 보조금으로 농업회사법인 '뽕의 도리'를 세우기까지 상당히 빠른 성공이 이어졌다.
육가공 고기 손질과 맛내기 등에 이골이 난 이 대표 어머니의 30년 솜씨와 단골손님에 더해 친환경 뽕나무 재료, 이 대표의 SNS 홍보 실력이 더해져 매출은 빠르게 올라갔다.
당시 이 대표는 뽕나무의 효능에 흠뻑 매료돼 뽕나무 기능 설명에 열을 올렸다.
뽕은 혈압강하 성분 GABA가 녹차의 10배, 루틴은 메밀의 17배, 또 철분과 식이섬유가 풍부하고, 당뇨와 고혈압 등 성인병 예방에 효능이 강했다.
또한 뽕이 식품 장기보존제인 아질산염의 잔존량을 크게 낮추는 역할을 해 '엄마뽕잎수제소시지'가 인정을 받았다.
특허받은 사과나무톱밥 저온 훈연 처리를 해 짜지 않고 풍미가 강한 '엄마뽕잎수제소시지'는 캠핑푸드로 인기가 높았다.
아울러 볼과 목부위 지방을 제거하고, 껍데기, 귀, 볼살, 항정살 등 콜라겐이 풍부한 부위를 첨가한 후 잡냄새를 잡은 '아빠뽕 편육'은 더욱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이철희씨의 '뽕의 도리'는 빠른 성장을 예고하고 있었다.

◆창업 9년차

2019년 만난 이철희 대표는 이제 농부이자 기업인으로 변해 있었다.
이철희 대표의 '뽕의 도리'는 2018년 뽕편육, 뽕잎소시지, 뽕잎베이컨 등 연간 48톤의 가공품을 판매해 약 6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는 연간 약 30%씩 성장한 매출인데, 이 중 30%가 OEM(생산자 주문) 방식 물량이어서 수익성은 약간 떨어진다.
그럼에도 소포장 등이 발전하고 온라인 매출이 늘어 초창기 때 보다는 수익 구조가 크게 개선됐다는 게 이철희 대표의 설명이다.
근무 인원 역시 부모님과 이철희 대표 부부 뿐만 아니라 상시 고용원이 6명(비상시 2명 추가)으로 늘었고, 올해 목표는 연매출 10억원으로 커졌다.
이철희 대표는 올해 학교 등 급식 납품으로 매출 목표를 달성하려 한다.
지난해 이철희 대표는 소규모 Haccp(해썹)을 취득했다. 이에 올해부터는 학교 및 군부대 등 급식에 소시지, 베이컨, 편육 등을 납품할 수 있게 됐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고기 제품이고, 지역 특산품이 섞인 장점이 있어 좋은 호응을 얻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철희 대표는 "첨가물도 최대한 줄였으니 급식용으로 제격"이라며 "또한 중간 벤더도 없으니 가격 경쟁력으로 입찰 성공율도 높다"고 말했다.
이 대표의 예상대로 매출이 늘면 현재의 시스템을 확장해야 하고, 원료 수급 및 물류까지 감안하면 추가 신규고용이 필요할 정도다.
그만큼 이철희 대표는 사업 확장성을 밝게 내다보고 있었다.

◆어려움

이철희 대표가 그동안 순탄한 길만 걸었던 것도 아니다.
뽕뿌리 편육으로 상승세를 타던 이철희 대표에게 어려움이 찾아왔다. 2017년 6월 온라인 판매로 상승세를 타던 시기, 한국소비자원이 온라인에서 판매하는 족발과 편육 30가지를 대상으로 위생검사를 실시해 발표했다.
이 때 11개 제품에서 일반세균 및 식중독균이 발견된 것으로 나타났고, '아빠뽕 편육'으로 판매되던 이철희 대표의 제품 역시 일반세균이 기준치를 초과한 것으로 보고됐다.
그런데 일반세균과 식중독균을 구별하지 못한 일부 언론에서 '아빠뽕 편육'까지 대장균에 노출된 것으로 보도했다.
이로 인해 '아빠뽕 편육'은 제품 수거 조치와 온라인 판매 중단에 더해 온라인 소비자로부터 크게 공격을 받았고, 현재까지 각종 블로그 등을 통해 비난 글이 쏟아지고 있다.
식품의 일반세균(대장균군 등)과 식중독균(대장균, 날모넬라균, 리스테리아균 등)은 구분된다.
특히, 편육 등은 제품 가공 후 살균이 불가능하다. 뜨거운 물에 살균하면 제품 형태가 풀어지기 때문이다.
다행히 2017년 8월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족발과 편육류의 '일반세균' 기준치를 없애는 방향으로 법을 개정(2018년 1월 시행)했다. 일반세균이 일부 발견돼도 제품 수거 조치나 판매중단 조치 등을 받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이철희 대표 역시 편육의 위생 관리를 보다 강화해 일반세균까지 발견되지 않도록 건강한 제품을 만드는데 성공했다.
그럼에도 떨어진 소비자들의 신뢰를 회복하기는 어려웠다. 아직도 블로그 등에는 "'아빠뽕 편육'에서 대장균이 나와 배신감이 든다"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이에 이철희 대표는 공들여 키워 온 '아빠뽕 편육'의 이름을 '소문난 편육'으로 바꿔야 했다. 그러한 노력으로 다시 소비자들이 '뽕의 도리' 제품을 찾기 시작했다.

◆계획

이철희 대표의 계획은 간단하다.

다시 품질 좋은 제품으로 소비자 신뢰를 얻어 매출을 늘리는 것이다.

이를 위해 숙성실을 증축하고, 쇼핑몰 등 판매처를 확대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학교와 군부대 등에 납품하려면 지금 보다 시스템을 크게 확장해야 한다.

또한 자사 온라인 쇼핑몰 관리 등 고객 확보에도 신경써야 한다.

최근에는 인근 농가의 '보쌈김치'와 협업으로 '편육과 보쌈김치'라는 상승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이번 협업으로 생산량이 2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양측 모두 경쟁농가들에 비해 소비자 제품 만족도가 높은 편인데, 이에 더해 생산량이 증가하고 단가가 하락할 것으로 보여 가격 경쟁력까지 갖출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또 최근 집에서 간편식으로 즐기는 소비자들을 위해 소포장을 개발해 새로운 판매처를 찾고 있기도 하다.

이철희 대표는 공장장에 가까운 농부인 셈이다.

이철희 대표는 "초창기 인근 귀농인들과 협동조합을 만들고 농업 6차산업화를 이뤄내려 노력했다. 당시에는 농업 발전에 크게 일조할 것으로 믿고 추진했는데, 각자의 현실은 이상과 많이 다르다는 걸 느꼈다"면서 "내가 2차, 3차산업으로 크게 성장하면, 성장한 사람끼리 6차산업화를 이룰 수 있을 것 같다. 때문에 우선은 가공 산업에 집중하려 한다"고 말했다./황성조기자 전라북도농업기술원 취재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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