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차단방역만이 정답

지난 2010년 11월 29일 경북 안동에서 발생한 구제역은 해를 넘겨 2011년 4월 중순까지 전국 11개 시 도, 75개 시 군, 6,241농가를 휩쓸며 축산 농가는 물론, 일반 국민에게까지 깊은 상처와 후유증을 남겼다. 당시 구제역 창궐로 소 15만1,000마리, 돼지 331만8,000마리, 염소 8,000마리, 사슴 3,000마리 등 가축 348만여 마리가 살 처분 됐다. 방역에도 연인원 200만 명을 동원했으며, 살 처분 보상비 1조8,000억 원 등 3조원이 넘는 천문학적인 예산을 투입하고서야 간신히 구제역을 막아낼 수 있었다.
아직 축산 선진국처럼 축사를 현대화하지 못하고, 방역 관련 시스템을 마련하지 못한 우리에게 또 다시 구제역 발병이 시작됐다. 1월 28일 경기 안성에서 발생한 구제역이 31일 충북 충주로 번졌다. 이후 소강상태를 맞았지만, 안심하기엔 이르다.
최근 돼지의 항체 형성률은 70~80%대 초반으로 구제역 발생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백신접종 미흡 농가도 지속적으로 발견되고 있다. 이달 3일 전국 소 돼지에 긴급 백신접종을 마쳤지만, 항체가 형성되려면 2주 이상이 필요하다. 또 부적합한 소독약을 사용한 곳이 12%나 됐고, 적합한 소독약을 사용하더라도 권장 희석배수를 지키지 않는 곳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가축방역관도 턱없이 부족해 농협 등 관련기관들이 총동원돼 방역에 나서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 2월의 불규칙적인 한파는 구제역 종식을 선언할 수 없게 한다. 구제역 바이러스는 춥고 습할수록 생존기간이 늘어난다고 한다. 신발과 의복에 묻은 바이러스는 겨울에 14주간이나 생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구제역을 최대한 차단하는 것만이 예산 낭비를 줄이고 축산농가와 국민의 건강을 지키는 길이다. 전국 축산 농가는 축사 내 외부를 철저히 소독하고, 생석회를 올바르게 사용하고, 효과가 있는 소독약을 선택해 사용해야 한다. 방역당국과 농협도 차단방역에 힘써 또 한 번 이번 고비를 무사히 넘겨야 한다. 아프리카 돼지열병, 구제역, 조류인플루엔자 등 해마다 축산 전염병이 축산농가을 괴롭히고 있다. 축사 현대화 길은 아직 멀기만 하다. 그때까지는 차단 방역만이 정답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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