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 나면 결심이 무너졌다.
더 끝까지 나를 몰고 갔어야 한다는
자책과 부끄러움 때문에.
그럼에도 시에게는 집을 지어주고 싶었다.
이제 이 몸은 안심하고 떠돌 수 있겠다.
돌아올 수 있겠다”
  시인 김정경 자신의 첫 시집 <골목의 날씨>(천년의시작)에 적은 ‘시인의 말’이다.
  그의 작품은 우리 이웃에서 태어난다. ‘검은 줄’같이 무거운 주제의 작품도 있지만 그의 시선은 동네 골목에서, 여행길에서 머물다가 스치는 감정을 놓지 않는다. 그래서 애써 그의 시를 해독할 필요가 없다. 누구나의 이야기 같은 작품들이다.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작품 속으로 빠져든다. 쏠쏠한 재미가 있다.
  “날씨도, 골목도, 퇴직도, 매미 허물도 모두 시가 되네. 일기장 훔쳐보는 느낌…”(한지영)
  박성우 시인은 그를 ‘시인이기 이전부터 시인이던’이라고 얘기한다. “꽃을 터트리고 비를 불러와 귀를 여는 섬세하고 찬란한 시편들, 이 시집 속에는 우리가 아직 가 닿지 못한 사랑이 있고 먼 그리움이 있다”고.
  해설을 쓴 문신 시인은 “김정경의 시에는 시대와 인간 그리고 자기 내면을 향한 불협의 소리를 새로운 리듬으로 이끌어가려는 드러머의 시도들이 있다”며 기대를 숨기지 않는다.
  경남 하동 출생으로, 원광대학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다. 2013년 ‘전북일보’를 통해 등단했다. 등단한 후 개인의 구체적 경험과 욕망을 내밀한 언어를 통해 발화하는 시를 써왔고 현재 전주MBC 라디오 작가로 일하고 있다.
/이병재기자·kanadasa@

저작권자 © 전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