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공공기관 채용비리가 만연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발표한 ‘공공기관 채용실태 정기 전수조사’에서다. 지방공공기관 채용 업무의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해 인식 개선과 자구책 마련이 요구된다.

20일 국민권익위와 전라북도, 전주시, 전북대학교병원 등에 따르면 ‘공공기관 채용실태 정기 전수조사’에서 전북은 전북대병원, 남원의료원, (재)전주농생명소재연구원, (재)한국탄소융합기술원, 전주시시설관리공단 등 24개 기관에서 총 34건의 지적사항이 적발됐다.

이중 수사의뢰 대상기관에 전북대학교병원 1곳, 징계요구 대상기관 남원의료원·(재)전주농생명소재연구원·(재)한국탄소융합기술원·전주시시설관리공단 등 4곳이 이름을 올렸다.

기획재정부, 행정안전부, 국민권익위로 꾸려진 반부패정책협의회는 전국 1205개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지난해 이뤄진 채용에 대해 조사했다.

수사의뢰 기관에 이름을 올린 전북대학교병원은 2018년 5월 채용과정에서 면접 동점자 처리 기준(단순 합산 고득점자 우선)과 달리 ‘평균’(최고점·최하점 제외) 점수로 평가해 1, 2위 합격이 전도됐다. 뒤바뀐 순위로 합격자 당락이 갈렸다.

국민권익위는 수사의뢰 건에 대해 부정청탁·부정지시, 친인척 특혜 등 비리혐의가 짙은 사안이라 설명했다.

징계요구 대상기관 명단에 이름을 올린 남원의료원은 지난해 진행한 19차례의 채용 중 단 한차례를 제외한 18차례의 채용에서 외부위원 없이 면접을 진행해 적발됐다.

행안부 지침상 공공기관 면접에서는 심사위원 중 외부위원을 절반 이상 포함해야 한다. 이 같은 사안은 지난해 진행된 특별점검에서도 지적된 바 있다.

남원의료원 외부면접위원은 전체 5명 중 2명으로, 변호사 등 전문직에 종사하는 탓에 참여를 못하는 경우가 잦다는 전북도 관계자의 해명이다.

(재)전주농생명소재연구원은 지난해 11월 진행한 정규직 연구원 채용 과정에서 면접위원이 합격자와 특수 관계에 있어 적발됐다. 면접위원과 합격자는 사제지간으로 확인됐다.

전주시 관계자는 문제된 면접위원이 제자의 면접 사실을 사전 인지하지 못했던 것으로 파악했다. 해당 면접위원은 이 사실을 인지해 면접 이전에 회피신청을 요청하는 등 고의성이 없었다고 덧붙였다.

그밖에 (재)한국탄소융합기술원은 지난해 7월 계약직 근로자를 채용하는 과정에서 채용공고와 평가기준을 달리해 지적됐다. 기술원은 채용에 있어 내실을 다지기 위해 공고했던 사안보다 평가를 강화해 실시했다고 답했다.

또 전주시시설관리공단은 채용공고일을 지연시키고, 공고 내용에 평가기준을 누락, 면접 과정에서 외부 위원이 포함하지 않아 지적됐다.

나머지 19개 기관의 경우 △채용계획 없이 기간제근로자를 채용하거나 근로계약을 연장 △채용공고문에 평가기준 및 배점비율 등을 미게재 등 체용업무 과정에서의 절차 및 규정을 준수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반부패정책협의회 관계자는 “공공기관의 채용비리는 2030세대에게 깊은 상실감과 절망을 주는 대표적 생활적폐다. 이를 근절하기 위한 보다 철저한 점검과 처방이 필요하다”면서 “감독 기관 및 부처에 후속조치를 요구했다. 이번 평가는 정부 각종 평가 지표에 반영할 방침이다. 오는 9월에는 채용비리 취약기관에 대한 특별조사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권순재기자·aonglh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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